미국의 홍콩 금융제재, 중국의 급소 찔렀다
미국의 홍콩 금융제재, 중국의 급소 찔렀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08.18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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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등 홍콩 고위층 11명에 대한 금융제재, 달러 패권으로 압박

 

미국이 87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비롯해 11명의 홍콩 고위관료에 대해 금융 규제조치를 내렸다.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려는 조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인사들에 대한 미국의 금융보복조치였다.

당시 당사자로 지목된 캐리 람(Carrie Lam)은 홍콩의 한 TV에 출연해 나는 미국에 자산이 한 푼도 없다. 나는 미국에 갈 생각이 없다며 개인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 조치에 코웃음을 쳤다.

그러던 그가 열흘뒤 817일에 홍콩 CGTN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제제재로 크레딧 카드를 쓰는데 조금은 불편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캐리 람은 미국 기업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지만, 여기저기서 크레딧 카드를 쓰는 게 불편해졌다면서 미국의 불공정 행위를 WTO에 제소하겠다고 말했다.

 

캐리 람은 자신의 크레딧 카드가 어떤 종류인지, 무엇을 지불하려다 불편을 겪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비자 또는 마스터카드와 연결되어 있는 홍콩 은행의 카드였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비자 또는 마스터카드 측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두 카드사는 응하지 않았다.

캐리 람은 홍콩 또는 중국 내에서 크레딧 카드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해외 상품 직구를 하려면 미국 크레딧카드를 이용해야 한다. 미국 크레딧 카드측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조치에 따라 캐리 람의 해외 카드사용에 제한을 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시티은행 홍콩법인도 캐리 람 등 제재 대상 11명에 대한 은행 계좌를 보류하거나 자금을 추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걸어 놓은 금융규제 대상자는 캐리 람 이외에 경찰 총수 등 홍콩인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인물들이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정부는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인 마코 루비오(Marco Rubio)와 테드 크루즈(Ted Cruz) 11명에 대한 금융규제조치를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리는 이 대상에서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규제 조치에 중국이 맞대응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게임은 중국에 완전하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규제한 미국 대상자 11명은 국제적으로 금융거래를 할 때 조금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미국의 크레딧 카드는 전세계에 유통망을 가지고 있고, 중국의 금융망이 미국인들을 포위할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2019년 기자회견을 하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가운데). /위키피디아
2019년 기자회견을 하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가운데). /위키피디아

 

미 재무부의 규제조치에 미국 시티은행 홍콩법인은 11명의 은행 계좌를 보류하거나 자금을 추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홍콩 고위층 11명은 중국은행 계좌를 여는 것도 미국 재무부의 규제 대상이다. 이에 중국의 4대은행인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은 미국의 규제에 맞춰 11명에 대해 은행계좌를 변경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의 대형은행들이 베이징 당국이나 홍콩 당국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미국 재무부의 지침을 어기고 11명의 홍콩 고위층에 계좌를 열어주었다가는 미국은 이들 은행에 달러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국 은행들이 미국의 제재에 순응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미국이 무지막지한 달러 패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중국은행에 달러 공급을 중단하면 중국은행은 파산 위기에 처할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4대 은행이 2019년에 해외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은 11,000억 달러(75,000억 위안)에 이르고, 이중 47%가 중국 4대 은행에 예치금으로 쌓였다. 나머지는 은행간 거래, 해외 채권 발행등으로 조달되었다.

중국이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해외 예치금 또는 해외 기채가 단절될 경우 뱅킹 시스템은 물론 거시 경제 운용에 어떤 일이 닥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 이외의 외국, 즉 유럽이나 일본, 한국의 은행에서 캐리 람 등 11명의 계좌를 열수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대부분 미국의 조치에 동조하고 있고, 만일 거스를 경우 미국 재무부의 까탈스러운 규제를 받을수 있다.

 

미국의 규제는 아직 초기적 수준이다. 캐리 람 등 홍콩 민주화를 억압한 11명의 고위층에 대한 개인적 제재조치만 취했다. 미중간 혹은 미국-홍콩간 마찰이 격화될 경우 중국 또는 홍콩 은행의 직접 해외자금 조달 창구를 틀어막을수 있다. 아직 이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화폐정책위원을 지낸 위용딩(余永定)은 이번주 한 포럼에서 중국은 미국과 본격적인 금융전쟁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은행 제재, 중국의 해외 자산 압류, 자본 이탈 압력 등의 가능성을 예시했다.

 

미국의 초기적 금융압박에 중국측은 화해를 추구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814일 미국과 중국의 광범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현재 미중 대치가 틱톡이나 위챗의 제재의 수준을 넘어 본격적으로 금융제재로 향하면서 중국이 꼬리를 내릴 신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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