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총 2조 달러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애플 시총 2조 달러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8.2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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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 유동성이 5대 IT기업에 집중한 덕분…IT기업 독점에 견제 움직임도

 

미국 IT 골리앗 애플의 시가총액이 19일 뉴욕증시에서 장중 한때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애플 주가는 468.65 달러까지 치솟아 잠시나마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었다. 애플 주가는 그후 하락해 주당 462.83 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시총은 19,790억 달러로 마감했다.

애플의 시총은 우리나라의 2019GDP 총액 22,249억 달러(세계은행 기준)에 근접하며, 스페인(19,873억 달러)와 비슷하다. 국가 단위 GDP 순위로 15위에 올라선다.

앞서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가 지난해 12월에 장중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한 적이 있다. 이 때 아람코의 시총은 사우디의 GDP(201916,760억 달러)를 넘어섰다. 애플이 2조 달러에 도달한 것은 미국기업으로는 처음, 세계기업으로는 두 번째를 기록한다.

 

비록 장중이지만 애플의 시총 2조 달러 돌파는 금융시장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드러낸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1976년에 창업해 44년 된 회사다. 이 회사가 시총 1조 달러를 달성한 것은 2년전인 20188월이었다. 42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그동안 애플은 매캔토시 컴퓨터를 개발하고 아이팟(iPod), 앱스토어(App Store), 아이폰(iPhone)을 개발해 글로벌 선두주자가 되었다.

그로부터 2년만에 애플의 시총은 그만큼 불어 2조 달러를 돌파했다. 그 사이에 애플이 눈에 띠게 내놓은 제품이나 이노베이션을 단행한 것은 없다. 기존의 제품을 일부 발전시킨 것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는 이 회사가 지난 2년 동안에 새로운 것을 한 게 없는데 순식간에 2조 달러로 커진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대중의 커뮤니케이션과 오락, 쇼핑 등을 장악했다는 이유로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그래픽=박차영
그래픽=박차영

 

애플 시총 2조 달러는 코로나 팬데믹의 반사효과다. 미국에 코로나 펜데믹이 발생하고 323일 뉴욕 증시가 바닥으로 가라앉은 이후 애플의 시장 가치는 두배 이상 팽창했다. 21, 150일만에 웬만한 나라의 GDP 총액만큼 불어난 공룡의 자산은 결국 돈의 일방적 쏠림에서 귀결된 것이다.

팬데믹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는 기준금리를 제로로 내렸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래의 세수를 채권으로 전환해 수조 달러의 돈을 풀었다. 그 뭉칫돈이 미국 경제 전역을 한번 휩쓸고 지나간 뒤에 증권시장으로 몰렸다. 특히 팬데믹 시대에 살아나갈 기업, 즉 비대면 기업 가운데 공룡에 몰린 것이다.

 

수혜자는 애플만이 아니다. 미국 IT5대 갱이라 불리는 GAFAM(Apple, Amazon, Google, Microsoft, Facebook)이 모두 코로나 팬데믹의 수혜주가 되었다. 5개 공룡 IT회사의 주가는 지난 7개월 동안에 37%나 상승했다. 이들 5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미국 전체 주식시장의 20%를 차지한다. 덕분에 미국 S%P500 지수는 18일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크레딧 스위스의 평가에 따르면 S&P500 종목에서 GAFAM 5개 기업을 뺀 주가는 이 기간에 6% 빠졌다. 팬데믹 이후 Fed와 연방정부가 푼 돈이 GAFAM에 집중적으로 빨려들어 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비대면 기업의 기대감을 크게 한 것은 사실이다. 아마존의 배달서비스는 팬데믹으로 크게 성장했다. 집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택배 주문을 많이 하게 되었고, 가장 큰 물류회사인 아마존을 이용했다. 아마존의 택배 이용량은 코로나 이전보다 50% 증가했다.

사회적 이동이 제한된 사람들은 페이스북, 유튜브를 많이 활용했다. 구글과 유튜브의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페이스북의 접속량은 펜데믹 이전보다 15% 증가하고, 유튜브도 10% 증가했다. 그 덕에 미국 IT 오형제의 수익이 펜데믹으로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주가가 미래의 수익 기대치를 따라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IT 오인방이 투자자의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주가가 버텨주기 힘들다. 게다가 언젠가 팬데믹이 끝나고 Fed가 시중의 돈을 걷어들일 때 가장 위험이 높은 것은 GAFAM 기업들이다. 지난해 1234.5 달러까지 치솟았던 아람코의 주가는 올초 3월에 국제유가가 폭락했을 때 25달러까지 하락한 적이 있다.

미국 빅5 IT기업들의 독주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독과점을 견제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IT기업들이 주가 상승기에 바이백을 활용해 주가를 올리고 거대한 이익을 챙겼다. 미국 연방정부는 막대한 돈을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받은 기업에 투자했는데, 이 돈을 회수하기 위해 바이백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엔 뉴욕증시에 자금 유입이 말라갈 가능성이 있다.

 

멀리서 견제의 눈초리가 따갑지만,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당분간 IT 5대기업의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주가가 올라야 생존하는 사람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도 애플에 이어 2조 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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