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고대왕국…경산 압독국의 비밀
사라진 고대왕국…경산 압독국의 비밀
  • 김현민기자
  • 승인 2019.04.2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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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가까이 있어 일찍 신라에 복속…고분에서 어린이 순장뼈, 금동관모, 귀걸이

 

경상북도 경산시 압량면 일대에 신라 초기에 압독국(押督國)이라는 소국이 있었다. 압량국(押梁國이라고도 한다. 진한 계열의 독립 소왕국이다.

이 작은 나라가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몇차례 등장한다.

 

파사이사금 23(102) 8, 실직(悉直) 압독(押督) 두 나라 임금도 와서 항복하였다.

파사이사금 27(106) 정월, 임금이 압독에 행차하여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하였다.

3, 압독으로부터 돌아왔다.

일성이사금 13(146) 10, 압독(押督)이 반란을 일으켰다. 병사를 일으켜 평정하고, 남은 무리들을 남쪽 지방으로 옮겼다.

 

압독국은 파사이사금 때 신라에 복속한다. 이웃나라 분쟁에 끼어들다가 신라의 미움을 받은 것 같다.

사연은 이렇다. 서기 102, 경주 안강읍에 위치한 소국 음집벌국과 강원도 삼척에 근거지를 둔 실직국이 포항 인근의 땅을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였는데, 신라 파사 임금이 개입했다. 이 때 남해안에서 철강 생산과 해상무역을 독점하던 금관가야의 수로왕도 이 분쟁에 뛰어들었다. 변한 맹주국인 수로왕은 동해안의 해상세력은 실직국을 견제하기 위해 음집벌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경주에서 합의서를 작성하고 합의를 경축하는 연회가 열렸다. 수로왕과 파사임금, 음집벌국의 우두머리 타추간, 실직국왕도 참석했다.

그런데 신라 6부 가운데 음집벌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기부가 불만을 표시했다. 수로왕의 부하(탐하리)는 한기부의 우두머리(보제)를 죽이고, 음집벌국으로 도망갔다. 물론 수로왕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다. 이에 파사 임금은 진노했고, 병사를 일으켜 음집벌국을 공격해 항복을 받았다. 그리고 포항 항구의 영유권도 빼앗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경산에 있던 압독국도 신라에 항복한다. 아마 압독국이 음즙벌국과 가야 수로왕의 편에서 신라에 등을 돌렸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신라가 차제에 음즙벌국과 압독국을 정벌한 것이다.

 

그로부터 4년후 파사임금은 압독국을 방문해 두달간 머물면서 압독국의 백성들을 위로하며 지배권을 확고히 한다. 압독국왕은 신라의 속국으로 전락했고, 40년후인 일성이사금 때 반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신라는 병사를 일으켜 평정하고, 남은 백성들을 남쪽지방으로 쫓아냈다. 정복국가 신라의 이중적 모습을 보여준다. 고분고분하면 도닥거려주고, 저항하면 말살시키는 정책이다. 고대나 현대나 전쟁은 가혹한 것이다.

 

경북 경산시 임당동 고분군 /문화재청
경북 경산시 임당동 고분군 /문화재청

 

압독국은 경주에 이웃해 있어 일찍부터 신라에 병합되어 신라영토가 되었다. 김유신이 젊은 시절에 선덕여왕 13(644) 압량주(押梁州) 군주(軍主)가 되어 성사를 거느리고 백제의 7개 성을 쳐 크게 이겼다. 신라와 백제가 전투를 할 때 안강은 경주를 방어하거나 백제를 치는 군사적 요충지로서 역할을 했다.

경북 경산시 일대에는 많은 고인돌과 대형 고분이 남아있었다.

압독국 시대의 고대 고분은 1980년대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에서 처음 발견됐다. 임당동 1호 고분(국가사적 516)에서는 은제 허리띠와 순금 귀걸이, 금동관모, 고리자루칼 등의 껴묻거리와 함께 금으로 치장한 성인 유골 1구와 순장자로 추정되는 어린아이의 인골(이빨)이 함께 출토됐다. 아마 신라에 정복된 이후에 압독국 지역을 다스리던 현지 수장의 것으로 추정된다.

조영동 고분에서도 순장의 흔적과 유물 800여 점이 발견되었으며 201711월 경산 하양읍에서도 왕릉급 목관묘가 발굴된 바 있다.

 

임당동 고분에서 출토된 장식물들 /문화재청
임당동 고분에서 출토된 장식물들 /문화재청
임당동 고분에서 출토된 어린이 순장 인골 /문화재청
임당동 고분에서 출토된 어린이 순장 인골 /문화재청
임당1A호분 출토 금귀걸이 /문화재청
임당1A호분 출토 금귀걸이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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