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증폭되는 푸틴 정적 나발로의 독살 의혹
점점 증폭되는 푸틴 정적 나발로의 독살 의혹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8.21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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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푸틴 선두주자, 차 마신후 코마 상태…이전에도 여러차례 독살 의혹

 

그는 20일 이른 아침에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려고 시베리아 톰스크 공항에 대기하다가 플라스틱 컵으로 차 한잔을 마셨다. 비행기가 이륙후 150km쯤 날았을 즈음에 그는 갑자기 쓰러졌다. 비행기는 근처 옴스크에 긴급 착륙했고, 알렉세이 나발니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알렉세이 나발니(Aleksei Navalny)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와 동행한 대변인 키라 야르미시(Kira Yarmysh)는 트위터로 상황을 전세계에 알렸다. 대변인은 나발니가 공항 비엔나 카페에서 차를 마셨고, 그 차에 누군가에 의해 독약이 들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채 코마 상태인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나발니는 현재 44세로, 변호사이자 정치인이다. 20년 이상 장기독재를 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는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다.

그가 옴스크 병원에 있다는 소식에 부인 율리아(Yulia)와 정치적 동지이자 개인의사인 아나스타샤 바실예바(Anastasia Vasilyeva)가 급히 현지로 달려갔다. 하지만 부인 이외에는 아무도 나빌니와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부인이 병원 진단자료를 달라고 했지만 병원측은 일체의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나빌니의 대변인이 밝혔다.

나빌니는 2017년에도 신원 미상의 공격자가 녹색의 화학물질을 얼굴에 던져 눈에 깊은 상처가 나기도 했다.

 

2017년 3월 26일 시위에서 체포되는 알렉세이 나발니 /위키피디아
2017년 3월 26일 시위에서 체포되는 알렉세이 나발니 /위키피디아

 

모스크바 당국이 일체의 정보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독살로 단정할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동안 크렘린 당국이 해온 행태를 보면 충분히 독살의 가능성이 있다고 서방언론들은 진단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크렘린에 비판적인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Anna Politkovskaya)라는 여성 언론인은 2004년에 국내선 항공기에서 차를 마신 후에 중태에 빠졌는데, 누군가가 자신을 독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2년후에 자신의 아파트 근처에서 타살되었다. 살인자들은 검거되었지만 모스크바 당국은 범인이 누구인지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또 러시아 정보당국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힌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Aleksandr V. Litvinenko)2006년에 런던 병원에서 차를 마시다가 죽었다. 그의 차에는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 폴로니움 210이 함유되어 있었다. 영국 정보당국은 러시아 비밀정보요원들의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015년에도 반정부 지도자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Vladimir Kara-Murza)가 아에로플로트를 타고 가던중 차를 마신후 독극물에 증독되어 몇주일 동안 입원해 있었으며, 2년 후에 또다시 다시 독극물 테러를 당했다.

2018년에는 이중간첩 혐의가 있는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런던에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중독돼 사망하기도 했다.

 

2012년 3월 10일 모스크바 시위의 알렉세이 나발니 /위키피디아
2012년 3월 10일 모스크바 시위의 알렉세이 나발니 /위키피디아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프랑스에서 회담을 하던 중에 이 소식을 듣고 나발니의 겅강회복을 위해 최대한의 의료 지원을 할 것이며, 망명을 한다면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한 재단은 항공기를 띄워 나발니를 베를린으로 수송해오겠다고 제의했다. 하지만 모스크바 당국은 이런 제의에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관제 언론들은 나발니의 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약물 중독, 과음, 항울제 과다복용 등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모스크바 당국의 음모설을 가라앉히려 시도하고 있다. 관영 타스통신은 나빌니가 스스로 독약을 소지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나발니는 러시아 정부의 부패와 푸틴에 대한 비판으로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그는 SNS를 적극 활용해 시위 소식을 전하는가 하면, 해외 언론에 기고를 통해 푸틴 정부를 비판했다. 20116월 한 인터뷰에서 그는 "푸틴의 정치 체제는 부패로 인해 매우 약화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도 5년 이내에 아랍의 봄과 같은 반정부 데모 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해 27.24%를 득표하며, 러시아 정계에 돌풍을 일으키기 했다. 그는 푸틴에 대해 '사기꾼들과 도둑놈들의 정당 대표'라고 비판하고 있다.

2018년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 했지만, 러시아 중앙선관위가 횡령죄를 뒤집어 씌워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그는 이번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모스크바 경향이 높은 시베리아 지방의 정치인들을 만나고 돌아오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

 

알렉세이 나발니 /위키피디아
알렉세이 나발니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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