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남아있는 아라비안 상인들의 가족 전통
중동에 남아있는 아라비안 상인들의 가족 전통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8.21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 중심 경영, 상업을 중시하는 마인드, 터무니 없는 가격제시 등

 

아라비아 지역은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람들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마을을 형성했다. 이 격리된 지역을 이어주는 역할을 상인이 담당했다. 아라비안 상인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낙타나 말, 야크와 같은 가축에 짐을 싣고 오아시스와 오아시스를 섬처럼 이어가며 장사를 했다. 이를 대상 또는 캐러반(caravan)이라 했다. 대양의 섬을 배로 이어가듯 캐러반은 사막을 종과 횡으로 연결하며 물건을 교환하고 이야기꺼리를 전달해주었다. 유명한 아리바안 나이트에 상인 이야기가 많은 것도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강도를 만나고 사기를 당하고 운좋으면 대박을 터트리는 상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라비안 상인의 상징처럼 불리는 대상(隊商)은 수천년의 역사를 갖는다. 로마시대 회화에서 시리아 지역의 대상 모습을 볼수 있다.

이들을 현지어로 타지르(Tājir)라고 한다. 타지르는 아랍어로 상인이란 뜻이다. 후에 개념이 확대되어 아랍-페르시아계를 중심으로 하는 이슬람 대상인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중동 대상들의 중간기착지인 카라반 세라이(이란, Izadkhast) /위키피디아
중동 대상들의 중간기착지인 카라반 세라이(이란, Izadkhast) /위키피디아

 

고대부터 카라반을 통해 아라비아와 지중해의 무역에 종사했던 타지르들은 뛰어난 정보와 상호협조적이고 조직적인 상업활동으로 부를 축적했다. 이슬람의 확장과 함께 타지르들의 활동범위가 넓어졌고, 주요 중간지점에 카라반 세라이(Caravanseray)라는 대상들의 숙소가 설치되었다.

 

타지르들은 계절풍을 이용한 해상교역과 실크로드의 육상교역을 동시에 장악했다. 이를 통해 아라비안 상인들은 동서문물의 교류와 전파에도 크게 기여했다. 아울러 이슬람문화를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널리 퍼트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요 교역품은 상아, 향료, 보석, 유리제품, 카펫 등이었다.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한 상인은 소매상(suwayqa)이라고 불렀다. 취급하는 상품에 따라 제과점·주유소·약국·피륙·지물포라고 부르고, 도시에 정해진 구역에서 동일 직종의 상인·수공업자가 살았다. 그들의 질서·상도덕·가격·무게를 감시하는 역할은 시장감독관(무흐타십)이었다. 환전·금융·알선중개·장신구·귀금속가공··향신료·약물류 등의 직종에는 유대교도, 그리스도교도 등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담당했다. 국가와도 상인은 차관 제공, 세금 납부, 군사물자 조달, 무역 대행 등을 통해 깊은 공존 관계를 유지했다.

 

에밀 루에게(Émile Rouergue)의 낙타대상 그림(1855) /위키피디아
에밀 루에게(Émile Rouergue)의 낙타대상 그림(1855) /위키피디아

 

지금도 중동 지역엔 아라비안 상인의 전통이 남아 있다.

중동지역에선 회사 이름 앞에 가족의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어, 주변의 회사 이름들을 우리말로 번역을 하면 '철수네 무역회사', '홍길동 아버지 무역회사'로 직역된다. 이는 하나의 문화로 수천년 동안 지속돼 왔다. 가족 중심의 경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아랍권의 수 많은 회사들이 무역회사 상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수천년 동안 실크로드 끝자락에서 중계무역을 주된 업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철저히 종교, 정치, 경제를 분리하며 살아 왔다. 이들은 국가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데 종교적 방식보다는 부족 혹은 씨족사회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셈을 하고 실행을 한다. 그 옛날 사막에서 낙타를 운송수단으로 싼 물건을 비싸게 파는 것에 익숙한 그들은 제조의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없었다. 제조를 하기 위한 자원도 부족하지만, 무역을 통해 얻어 내는 이익이 제조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를 빠르게 축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라비안 상인들의 피는 가족을 중심의 경영방식을 통해 아직까지도 전통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가끔 아랍 업체들과 거래를 할 때 이들은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한다.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은 조건을 서슴없이 던진다.

수천년 동안 중계무역으로 단련이 된 이들의 기초적인 상술을 한국사람들은 오해하기 쉽다. 그들이 제시한 말도 안되는 조건을 누군가 수락한다면, 이들 입장에서는 사기를 치거나 상대방을 속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유일신이신 알라가 나를 위해 복을 준 것이라고 여기고 거기에 감사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아라비아 상인들의 전통적인 문화에서 나온 것이다.

아라비안 상인들과의 협상에는 시간과 대화가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접촉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마다 특색이 뚜렷한 그들의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 조금은 빠르게 조금은 느리게 완급조절을 하며 거래 협상에 임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