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부에서 아직 만주어 사용하는 시버족
중국 서부에서 아직 만주어 사용하는 시버족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8.2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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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4년 건륭제 지시로 서쪽으로 이동…고유문화 유지하며 소수민족 유지

 

중국 서부 신자위구르자치구 가운데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일리 일대에 만주어를 사용하는 소수민족이 있다. 시버족(錫伯族)인데, 중국 56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로 규정되어 있다. 통칭 중국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일원이라고는 하나, 그 뿌리는 고대 선비족(鮮卑族)으로 파악된다. 청나라는 몽골인으로 간주했다.

시버족은 2000년 기준으로 인구 19만명으로, 중국 소수민족 가운데 인구 순으로 30번째에 속한다. 종교는 이슬람지역인 신장에서 꿋꿋하게 불교 또는 샤머니즘을 유지하고 있다.

 

1882년 시버 주둔군 /위키피디아
1882년 시버 주둔군 /위키피디아

 

이 소수민족의 사연인 기구하다.

러시아 학자 엘레나 레베데바(Elena P. Lebedeva)에 따르면, 시버족이 고대 만주 일대의 실위(室韋)에서 기원하며, 흑룡강성 치치하얼 근처에 살았다고 한다. 선비족이 부여(夫餘)를 멸망시킨 후에 실위는 고구려 북방에서 농사를 지었다. 실위와 선비가 한 종족이라는 주장도 있다.

(), (), ()의 지배를 받다가 북방민족인 돌궐에게 예속되었으며, (), 몽골()에 복속하며 지린성(吉林省) 동쪽 내몽골 지역에 살았다. 시버족은 만주 눈강(嫩江) 지류인 타오르 강 유역에 살다가 점차 동쪽으로 이동해 눈강과 송화강의 합류지역에 거주했다.

 

시버족의 만주어 /바이두백과
시버족의 만주어 /바이두백과

 

명나라 시대에 시버족은 몽골 코르친족에 예속되어 있었는데, 만주족이 팽창하면서 1593년에 후금(후에 청나라)에 복속했다. 그들은 만주 8기군으로 편성되고, 만주어를 받아들이게 된다.

청나라는 시버족을 북쪽 국경지대 수비를 맡겨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게 했다. 러시아가 동진하면서 시버족과 자주 접촉했다. 러시아는 시버족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고, 동쪽 점령지를 시베리아라고 부른 것은 시버족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시베리아의 또다른 어원은 러시아가 1598년 시비르 칸국(The Khanate of Sibir)을 점령한 후 그 동쪽 땅을 지칭하면서 붙였다는 설도 있다.)

 

중국 신강 시버현 서천(西遷) 247주년 기념식 /바이두백과
중국 신강 시버현 서천(西遷) 247주년 기념식 /바이두백과

 

1758년에 청의 건륭제는 50년 이상 전쟁을 벌이며 서부 몽골족인 준가르를 멸망시켰다. 건륭제는 이 지역을 신장(新疆)으로 편입하고, 광대한 지역을 지배하기 위해 군 주둔지를 설치했다.

이때 건륭제는 만주지역에 살던 시버족을 차출했다. 1764, 청나라는 20세 이상 40세 미만의 용맹과 활쏘기 실력이 뛰어난 시버족 병사 1,020명과 가족 3,275명이 일리의 주둔군으로 파병했다.

차출된 시버족들은 지금의 선양(瀋陽)에서 조상의 사당에 제사를 지내고 남은 친인척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이들은 일리강 남안의 바투몽커 지역에 주둔지를 배정받았다. 시버족은 6개의 부대로 편성되어 일리강 남부에 설치된 수비대 초소까지 무려 15개월에 걸쳐 긴 행군을 했다.

그들은 머나민 이역 땅에서 병역 의무 외에 먹고 살 농지를 개간하고 경작해야 했다. 게다가 신장 남부의 호탄, 카슈가르 등의 무슬림 지역의 주둔지에 3년씩 파견 근무를 나가야 했다.

 

시버족의 이동로 /바이두백과
시버족의 이동로 /바이두백과

 

통리야 /페이스북 사진
통리야 /페이스북 사진

 

시버족은 아직까지도 만주어와 만주문자를 쓰고 있다. 정작 민주어는 그 언어를 사용한 만주족이 청의 멸망과 함께 소멸하면서 사어(死語)가 되었다. 만주지역에 남아 있던 원래 시버족은 한족에 동화되었다. 서쪽으로 이동한 시버족만이 남아 종족을 유지하면서 만주어를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버족 가운데 만주어를 쓰고 이해하는 사람은 3만명쯤 된다고 한다. 현지에선 만주어 신문도 발행되고 있다고 한다.

시버족 출신의 연예인으로 배우 통리야(佟麗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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