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란 작명을 비난하는 중국 내티즌의 피휘
‘마오’란 작명을 비난하는 중국 내티즌의 피휘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8.25 0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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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의 방송 발언에 비난 댓글 공세…봉건적 절대주의의 잔영

 

동양에 피휘(避諱)라는 관습이 있었다. 피휘란 임금이나 위인들의 이름이 들어가는 글자나 획을 생략하거나 다른 단어로 고쳐쓰는 것을 말한다. 군주에 이름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불경죄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존경의 표시라는 해석도 있지만,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절대자에 대한 복종의 의미라 할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피휘가 유행했다. 고려 태조 왕건(王建)의 건()자가 들어가는 단어는 입()으로 바꿨는데, 후한의 연호 건안(建安)은 입안(立安)으로 고쳐 썼다. 고려 혜종은 왕무(王武)인데, ()자가 들어간 무반(武班)은 호반(虎班)이라 썼다. 그러다보니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성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고려 유학자 김부식은 <삼국사기>를 정리하면서 고구려 장수 연개소문(淵蓋蘇文)의 성을 천()씨로 바꿔 썼다. 당 고조의 이름이 이연(李淵)이었기 때문이다.

 

이산이라는 MBC 드라마가 있었다. 이산(李祘)은 정조의 이름이다. 조선시대였다면 그런 제목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선의 임금들은 잘 쓰지 않은 글자를 이름으로 선택했다. 피휘로 인한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지명에도 피휘를 했다. 대구(大邱)는 원래 대구(大丘)였는데 공자의 이름 구()를 피하기 위해 구()로 바꿨다는 얘기가 있다.

 

mbc ‘놀면 뭐히니’의 장면 /캡쳐
mbc ‘놀면 뭐히니’의 장면 /캡쳐

 

MBC 예능프로그램이 가수 이효리가 제작자로 변신한 유재석과 예명을 의논하던 중, "중국 이름으로 할까요? 글로벌하게 나갈 수 있으니까. 마오 어때요?"라고 말했다.

방송 내용이 이 유튜브를 통해 중국에 전해지면서 중국 네티즌들이 엄청난 비난 댓글을 쏟아냈다. 이유는 중국의 위인 이름을 거론했다는 것이다. 그 위인은 베이징 천안문광장에 커다랗게 걸려 있는, 중국 돈에 크게 그려져 있는 마오쩌둥(毛澤東)을 의미했다. 그는 공산당 지도자로 초대 중국국가주석이다.

MBC 측은 해당 발언이 담긴 부분을 유료 동영상서비스에서 삭제했다고 한다.

 

마오(mao)를 구글에 검색하면 일본 아이돌그룹 멤버이자 여배우 중에 마오가 있다. 일본어로 마오(真央)는 성()이다. 유럽에 마오라는 아시아 식당도 구글에 검색된다.

마오쩌둥은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우리식 한자 음독으로 모택동이라고 부르다가 표기법을 바꾸면서 중국식 발음으로 바뀌게 되었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모택동은 6·25 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의 우두머리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이 우리 방송프로에서 특정 단어를 쓴 것을 놓고 집단으로 비난한 것은 봉건적 개념의 피휘와 다를 게 없다. 자기네들이 존경하는 사람의 이름을 연예인 작명에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중국 네티즌의 댓글 가운데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중국인 일부에 아직도 과거 중화주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번 일을 보면서 아직 중국인들은 공산당의 절대 권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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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2020-09-11 20:05:21
박차영기자님이 쓰는 기사는 퀄리티가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