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다자주의 쇠퇴, 중견국 역할 확대”
“팬데믹 이후 다자주의 쇠퇴, 중견국 역할 확대”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9.0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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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외교원 컨퍼런스서…“국제질서 재편 가속화…다양한 다자체제 구축해야”

 

코로나10 팬데믹은 언젠가 끝난다. 펜데믹 이후 세계는 어떻게 변할까. 국제적 다자주의가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역할은 무엇일까.

국립외교원은 831일과 91일 이틀에 걸쳐 팬데믹 이후의 세계: 지정학적 경쟁과 다자주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2020 외교안보연구소 국제문제회의(2020 IFANS Conference on Global Affairs)를 개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한국 정부가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바탕으로 UN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의 강화를 위해 더 큰 책임과 리더십을 발휘해 나갈 것이라며 국내 방역 경험의 국제적 공유와 글로벌 공공재로서의 백신 개발 참여 및 UNWHO 등 보편적 다자기구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유사입장 그룹과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831일 열린 제1세션에서는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의 사회로 외국 석학들이 참석한 가운데 팬데믹 이후 세계질서의 재구성과 다자주의의 역할 회복이라는 주제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참석자들은 다자주의 미래와 관련해 경제적, 안보적, 환경적 상호의존성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효과적, 효율적 다자주의의 강화가 현 시점에서 긴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91일 제2세션에서는 오영주 외교안보연구소장의 사회로 국내 전문가들이 참석하여지정학을 넘어서: 다자주의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제하로 토의가 진행되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상황으로 기존의 다자 국제질서 재편이 가속화 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강대국 헤게모니 중심이 아닌 중견국들간 연대가 견인하는 다자주의, 1945년 이후 구축된 다자주의 질서를 21세기 상황과 요구에 맞게 재편할 수 있는 리더십의 필요성, 국가중심에서 벗어나 시민사회, 기업 등 다양한 행위자들과 협력하는 다자체제의 구축 필요성을 중요한 과제로 지적했다.

 

9월 1일 열린 2020 국립외교원 제2세션 토론회 /외교부
9월 1일 열린 2020 국립외교원 제2세션 토론회 /외교부

 

토론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1세션, 팬데믹 이후 세계질서의 재구성과 다자주의의 역할 회복 >

 

831()에 열린 1세션에서의 주제는 팬데믹 이후 세계질서의 재구성과 다자주의의 역할 회복이었다.

이날 토론에는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사회를 보고, 존 아이켄베리(John Ikenberry)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 아미타브 아차리아(Amitav Acharya) 미국 아메리칸대 교수, 마티 나탈레가와(Marty Natalegawa) 인도네시아 전 외교부 장관, 타냐 뵈어젤(Tanja A. Börzel) 독일 베를린 자유대 교수가 패널토론에 참가했다.

아이켄베리 교수

미국이 주도하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무너져 가고 있으나, 다시금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규합한다면 신흥 초국경적 위협요인들 기후변화, 팬데믹, 금융위기 등 에 적극 대응하며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회복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미국은 G-7을 중심으로 한국, 호주 등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결집하여 가칭 D-10을 창설, 전지구적 협력의제를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우선 교수

팬데믹 이전부터 다자주의는 쇠퇴하고 있었다. 불가역적인 구조적 요인으로 중국의 부상 및 미국의 쇠퇴를, 가역적인 정치적 요인으로 트럼프의 일방주의 및 미국의 리더십 역할 포기가 그 원인이다.

다자적 협력을 지지하나 현실주의적인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은 기본적으로 안정자(pacifier)로서의 미국과 동맹국, 그리고 중국 간의 세력균형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아차리아 교수

다자주의에 대한 도전은 새로운 것은 아니나, 최근 주요국가들의 국내정치적 요인, 특히 미국 등에서의 포퓰리즘이 다자주의 질서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복잡다기화된 이른바 “Multiplex World”에서는 단일한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사기업, 인식공동체, NGO 등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협력하는 “G-Plus” 다자주의의 형태로 세계질서가 재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주의가 글로벌 다자주의의 헛점을 메우는 보완재가 되어야 한다.

나탈레가와 전 외교부 장관

코로나19 팬데믹의 해결을 위해서는 협력적 파트너십이 요구되나 이에 대한 다자주의적 대응은 미흡했고, 미국, 중국 등 강대국간 지정학적 경쟁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소국들이 협력을 통해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한편, 상황변화에의 신속 적응, 지역공동체적-국가적-지역적-전지구적 연계 및 국제평화 및 안전-지속가능한 개발-인권 등 이슈간의 연계를 모색해야 한다.

뵈어젤 교수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는 유럽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달성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다자주의를 신봉하는지 평가하는 실험대가 되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연대의식과 공동 목표를 확인한 것은 유럽의 소프트파워 강화에 기여하겠으나, 역으로 유럽의 하드파워는 예산삭감 등으로 제약을 받게 되었다. 자유주의적 규범과 가치를 지키되 보다 포용적인 자유주의적 다자주의 구성을 위해 민주주의 국가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 2세션, 지정학을 넘어서: 다자주의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 >

 

91()에 열린 제2세션의 주제는 지정학을 넘어서: 다자주의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다. 오영주 외교안보연구소장이 사회를 보고, 이신화 고려대 교수, 이승주 중앙대 교수,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의 발표 및 토론에 참가했다.

이신화 교수

생존을 위한 공존의 필요성 때문에 다자주의 및 국제협력에 대한 요청이 증가하고 있으며, 유엔 등 다자적 협의체가 강대국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비강대국이자 중립적 입장의 한국이 평화 중재자로서 다자주의 재건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이 기존 국제법과 규범을 준수하는 믿음직한 중추국가로서,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는 유사입장국들과 다자외교 틀과 국제기구의 장을 적극 활용하여 협치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승주 교수

현재의 다자주의 위기가 세계화에 대한 반발, 선진국의 보호주의,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리더십 공백, 국제기구의 무력화와 정치화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우려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중견국 외교를 추구하는 한편, 구체적 행동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중견국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한국외교는 국가 행위자, 비국가 행위자들을 포함한 초국가적 협력의 틀을 수립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정철 선임연구위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었다. 우리나라는 개혁과제 추진 및 상생과 포용의 국제협력을 지향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및 WTO 전자상거래 협상과 같은 관련 국제규범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 가입도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김태환 교수

다자주의의 재건을 위해서는 중도적 원칙에 입각한 다자 연대, ()강대국들의 집단리더십, 강대국의 힘의 정치에 대한 대항력을 내용으로 하는포용적 다자주의(inclusive multilateralism)’로의 변화가 필요핟. 이를 위해 한국이 중도적 중견국으로서, 비국가행위자들을 포함하는 포용적 연대 구축, 중도적 가치·규범에 기반한 집단적 소프트파워, 비군사적 수단을 활용, 강대국의 행동을 상쇄하는 연성균형 추구에 나서야 한다.

함상욱 조정관

우리나라의 외교정책은 팬데믹을 계기로 활성화된 소다자협의체가 참여국간 연대·협력 증진뿐만 아니라 유엔·WHO를 중심으로 한 보편적 다자주의체제 복원의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해하는 것이다. 또한 신흥 연성이슈에 대한 관심이 제고된 현 모멘텀을 활용,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환경, 신기술 등 국내정책·기술이 앞서있는 글로벌 이슈 논의를 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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