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주 정점인가…현실 되돌아보는 분위기
미국 기술주 정점인가…현실 되돌아보는 분위기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9.04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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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테슬라 파생상품 투매에 폭락…“많이 먹었으니 그만 먹자”는 심리

 

애플 -8%, 테슬라 9%, 아마존 -5%, 마이크로소프트 -6%, 알파벳 -5%.

미국 기술주를 대표하는 대형주들이 93일 뉴욕 증시에서 줄줄이 폭락했다. 보름전인 818일 장중 한때 시가총액 2조달러를 넘어섰던 애플 주가는 이날 하루 1,800억 달러나 증발했다. 우리나라 연간예산의 절반쯤에 해당하는 돈뭉치가 허공에 날아간 것이다. 뉴욕증시 사상 하루 거래로 최대의 시총 감소라고 한다.

이날 뉴욕증시 주가 폭락을 주도한 것은 기술주였다. 그 여파로 다우존스 지수는 2.8%, S&P500 지수는 3.51%, 기술주가 집중한 나스닥 지수는 4.96% 폭락했다.

 

이날 뉴욕증시 폭락장세를 만든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기술주들이 폭락 장세를 이끌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기술적으로 보면,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이 파생상품 시장에서 애플과 테슬라 등 기술주에 풋옵션을 행사해 대량으로 팔아치운 게 이유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시카고 옵션시장에서 8월 중에 애플이 전체의 4.7%, 테슬라가 2.6%를 차지했다. 일부 주식에 과도하게 몰린 옵션물들은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판단에 패닉적 매도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 판단의 근거는 기술주들이 밀집한 나스닥100의 변동성 지수가 최근에 급상승했다는 점이다. CBOE 나스닥100 변동성지수는 9237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S&P500 변동성지수보다 10P 높은 것이다. 이같은 격차는 미국 인터넷 버블이 무너졌을 때인 2004년 이후 16년만에 최대 폭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페이스북, 테슬라는 S&P500과 나스닥100에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 두 지수의 리스크 차이가 커진다는 것은 기술주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기술주 파생상품의 투기적 광풍은 변동성을 키웠고, 앞으로 몇 달간 시장을 큰 폭으로 흔들 것을 예고한다고 진단했다. 투자은행 브라운브러더스해링먼의 투자전략가 스콧 클레먼스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 코로나 재확산 속의 개학, 경제 불황 지속 등의 요인으로 올 가을에 투자자들을 걱정시킬 소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차영
그래픽=박차영

 

뉴욕 증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IT5대 갱이라 불리는 GAFAM(Apple, Amazon, Google, Microsoft, Facebook)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들은 비대면 기업이라는 공통점에다 코로나 상황에서 과도한 착시와 선전에 의해 팬데믹의 수혜주가 되었다. 이들 5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미국 전체 주식시장의 20%를 차지한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투자자들은 5대 공룡 IT회사의 주가를 7개월 동안에 밀어 올렸다. 3일 폭락 직전의 아마존 주가는 올들어 90% 올랐고, 애플은 80%,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은 50%, 알파벳은 30% 올랐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증권브로커들은 냉엄한 현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투자전략기 윌리엄 델위치는 뉴욕타임스에 낙관론이 기대 이상으로 주가를 밀어올렸다면서 이제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미국 경제의 심각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비대면 IT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현실에 의해 서서히 깨어지기 시작했다.

코로나는 재확산되고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추가 부양책에 의견접근을 못하고 있다. IT기업들의 수익 전망도 기대한 만큰 낙관적이지 않다. 500대 기업의 수익률은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 하학할 전망읻. 실업률 개선도 지연되고 있다.

현실의 세계를 들여다본 투자자들은 이제 광풍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에 빠져들었다. 풋옵션을 건 사람들이 선수를 쳤다. 트레이더들은 아무런 이유가 없이 주가를 내다 팔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주식을 투매하는 것은 위험 징조다.

뉴욕 증시의 전례를 보면 9~10월은 위험한 계절이다. 블랙먼데이라는 낙인 찍인 날들이 대부분 추풍낙엽의 계절에 몰려 있다.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이 많이 먹었으니 이제 그만 먹겠다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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