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와 EU의 한치 양보 없는 대게 전쟁
노르웨이와 EU의 한치 양보 없는 대게 전쟁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09.09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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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귺 스발바르 제도에 대게가 나타났다!…불모지에 대륙붕 분쟁

 

북극해 한가운데에 스발바르(Svalbard) 제도가 있다. 북위 74~81° 사이에 위치하며, 여름 기온은 영상 4~6°C,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12~16로 내려간다. 면적은 61,022로 대한민국의 3분의2쯤 된다. 60%가 얼음으로 덮여 있고, 30%가 황무지, 겨우 10%의 땅에 여름철에만 초목이 자란다. 인구는 2,939명으로, 대부분이 석탄광산, 관광, 연구분야에 종사한다.

스발바르 제도는 17, 18세기에 고래잡이 기지로 이용되었다가 버려졌다. 20세기 초에 석탄 채광이 시작되었고, 광부들로 인해 정착지가 생겨났다. 1920년 파리 평화조약에 의해 노르웨이 영토로 규정되었다. 1)

 

스발바르 제도의 위치 /위키피디아
스발바르 제도의 위치 /위키피디아

 

이 얼어붙은 섬에 고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1998년에 북극에서 서식하는 대게(snow crab)가 나타나더니 201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어획되었다. 노르웨이 어민들은 새로운 북극의 금’(new Arctic gold)이 나타났다며 반겼다. 이에 그동안 거덜떠 보지도 않던 인근의 러시아,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어민들이 대게를 잡으려 이 곳으로 몰려들었다.

2014년 노르웨이는 자국 국적이 아니거나 허가를 받지 않은 어선에 대해 스발바르 해역에서 대게를 포획하는 것을 금지했다. 근거는 1997년 노르웨이가 선포한 200해리 어업보호수역에 관한 법령이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폴란드, 덴마크 등은 모두 EU 회원국이지만, 노르웨이는 EU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노르웨이와 EU 간의 문제로 비화되었다.

 

북극 대게 /The Arctic Institute
북극 대게 /The Arctic Institute

 

EU는 먼저 동북대서양 어업조약(NEAFC: North-East Atlantic Fisheries Commission)을 근거로 북극해에서 서식하는 모든 어종은 어느 나라 어선이든 자유롭게 포획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르웨이는 UN 해양법 77조에 이동하지 않고 대륙붕에 붙어 사는 정착성 어종’(sedentary species)은 연안국이 독점적 어로권한을 갖는다는 규정을 들이 밀었다. 대게는 바다를 떠다니지 않고 해저에 고착되어 서식하는 어종이다. EU가 이 규정에 대해 할말을 잃었다. 첫 번째 논쟁에서 노르웨이가 이긴 것이다.

 

노르웨이의 어업보호수역 범위 /The Arctic Institute
노르웨이의 어업보호수역 범위 /The Arctic Institute

 

2016년말 노르웨이 해양경비대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선적 어선을 나포해 국내법을 적용해 처벌했다.

그러자 EU는 이번에 100년전에 만들어진 스발바르 조약(Svalbard Treaty)을 끄집어 냈다. 1920년 유럽 국가들은 베르사이유 조약의 하위 조약으로 스발바르 제도에 대한 조약을 체결했는데, 그 규정에는 조약 체결국의 선박과 국민이 동등하게 스발바르의 영토영해에서 어로 활동과 사냥에 대한 권리를 향유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에 노르웨이는 조약 이후 국제적으로 대륙붕과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개념이 생겨났기 때문에 받아 들일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7년초 노르웨이 어업장관은 한 마리의 대게도 양보할수 없다며 어업보호수역 200해리에 들어오는 EU 선박에 대해 나포하겠다고 경고했다. 2)

 

노르웨이 어민의 대게 잡이 /The Arctic Institute
노르웨이 어민의 대게 잡이 /The Arctic Institute

 

노르웨이와 EU 사이에 분쟁이 격화하면서 유럽 언론들은 이 사태를 대게 전쟁’(crab war)라고 부르고 있다.

북극해 대게 전쟁은 결국 대륙붕이 영토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국내 아산정책연구원의 이기범 연구위원은 두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3)

첫째, 대륙붕에 대한 연안국의 권리는 실효적이거나 관념적인 점유 또는 명시적 선언에 불과하므로, 스발바르의 영토에 대해 다른 나라들도 노르웨이와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해석이다.

둘째, 스발바르 조약은 대륙붕 자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스발바르 대륙붕에서 대게를 잡을 수 있는 국가는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노르웨이에 한정된다는 해석이다.

이번 분쟁은 대게라는 어종의 분쟁을 넘어 국제 조약과 국제법 해석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번 분쟁을 통해 해양법과 국제법의 해석에 새로운 기준이 나올 것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1) Wikipedia, Svalbard

2) The Arctic Institute, Crabtacular! Snow Crabs on their March from Svalbard to Brussels

3) 아산정책연구원, 조약의 해석에 좌우되는 북극해의 대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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