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레이와 시대 개막…“한일 관계 전환점 되길”
일본 레이와 시대 개막…“한일 관계 전환점 되길”
  • 김현민기자
  • 승인 2019.04.30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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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아키히토 물러나고, 나루히토 즉위…“이 기회에 한일관계 매듭 풀어야”

 

51일부터 일본에 레이와(令和, れいわ) 시대가 열린다. 이날 아키히토(明仁) 천황이 상황으로 물러나고, 그의 아들 나루히토(德仁) 황태자가 새로운 천황으로 즉위한다. 이에 따라 31년간 계속된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저물고 일본은 레이와 시대를 맞게 된다. 생전에 천황이 퇴위하고, 아들이 즉위하는 것은 일본에서 202년만이라고 한다.

일본어로 연호는 겐고(元號)라고 부른다. 레이와(令和)라는 연호는 일본 문인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의 건의를 받아들여 채택되었다고 한다.

이 단어는 일본에서 오래된 시가집인 만요슈(萬葉集)'매화의 노래' 서문에서 따왔다. 일본에선 서기 7세기에 연호제를 도입한 이후 중국 고전에서 연호를 따왔는데, 일본 고전에서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만요슈 제5매화의 노래’(梅花謌)이런 구절이 있다.

初春令月にして気淑風和鏡前珮後らす.

(초봄의 길한 달(음력 2)에 기운은 맑고 바람은 잔잔하며, 매화는 거울 앞의 분 날리듯 활짝 피고, 난초는 몸을 감싸는 향기를 풍긴다.)

이중 길한 달’(令月)바람이 잔잔하다’(風和)에서 길하고 평화롭다는 의미의 두 글자 令和를 따왔다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레이와를 영어로 아름다운 조화’(beautiful harmony)로 번역하라고, 각국 주재 대사관에 통보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4월 1일 총리관저에서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4월 1일 총리관저에서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1960223일에 태어난 나루히토 새 천황은 전쟁 체험이 없다. 따라서 적극적 행보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레이와라는 연호에도 그런 의지를 심어두었다. ‘평화롭게 산다라는 취지이며, 아버지 시대에 평화를 이룬다는 현 헤이세이(平成)와는 어감이 조금은 다르다.

일본 헌법 제1조는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천황과 연호가 바뀌는 것은 일본인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본인들은 이번 천황 승계를 성대한 축제로 치르고 있다.

 

나루히토(徳仁) 새 일본 천황 /위키피디아
나루히토(徳仁) 새 일본 천황 /위키피디아

 

30일자 주요 언론들은 일본의 새 천황 즉위를 앞두고 사설을 썼다. 표현은 일왕이라고 했다. 주요 골자는 새 일왕의 즉위를 계기로 골이 깊어지고 있는 한일 관계의 갈등을 풀자는 것이다.

 

중앙일보 레이와 시대 출범, ·일 관계 리셋의 전기로 삼아야

그런 점에서 새 일왕의 즉위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레이와 시대의 개막을 맞아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속에 관계 개선 의지를 담아 보내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한·일 간에도 레이와 시대의 개막을 관계 회복의 전기로 삼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양국 관계의 악화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그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동아일보 레이와 시대개막, 한일관계 개선 전환점 삼아야

“2021년까지 집권 기반을 다진 아베 총리는 세계를 돌며 전방위 외교를 펼치고 있는데 그 정점은 6월 하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될 것이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는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현금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보복 조치에 나설 빌미가 될 수 있다.

한일은 애증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외면할 수 없는 지정학적 숙명을 안고 있다. G20 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이 만나 양국관계 추락의 반등점을 찍고 실무 차원에선 강제징용 문제 등 난제를 풀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야 한다. 한일관계의 꼬인 매듭을 풀려면 G20 회의를 목표로 지금부터 양국이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국경제 日王 즉위, ·일 관계 '미래 지향' 전기로 삼아야

퇴임하는 아키히토 시대와 달리 2차 세계대전의 모든 부담에서 벗어나 과거와 절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정치 개혁과 경제 성장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초일류 지도국가로 비상한다는 야심찬 구상을 숨기지 않고 있다. 새 일왕의 즉위는 그런 점에서 한·일 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루히토 일왕의 즉위가 한·일 관계에 꼭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태평양전쟁의 죄의식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새 일왕은 한국 등과의 과거사 문제에 더 강경할 수도 있다. 이런 움직임이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보통국가로 가겠다는 아베 신조 총리에 더욱 힘을 실어 줄 경우 주변국과의 갈등은 더 커질지도 모른다.“

 

매일경제 “'레이와 시대' 한일관계도 새롭게 정립돼야

우리는 레이와 시대의 한일관계가 지금보다 더 건설적, 미래지향적으로 재정립되기를 바란다. 중국이 동북아시아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지금 양국의 파트너십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한쪽은 과거를 잊고, 한쪽은 과거만 파헤치는 관계에서는 이 같은 재정립이 불가능하다. 일본이 지역 내에서 더 많은 역할을 떠맡으려면 더 깊어진 책임의식과 겸허함을 보여야 한다. 반면 한국은 일본이 영원히 죄의식에 사로잡혀 거세된 국가로 존재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레이와 시대 개막이 평등하고 호혜적이며 서로의 분발을 바라는 새 한일관계 설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문화일보 ·레이와 동맹과시와 정부의 과거 지향 외교 (29일자 석간)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만 배제되는 기류가 갈수록 강해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극일(克日)에서 시대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항일·반일을 강화하고 있다. 위안부 합의를 뒤집고,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해 한·일 관계 차원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은 적국으로서 국가 존망을 건 전쟁을 벌였고, 미국은 점령국으로서 일본 국권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역사를 묻고 미래와 안보를 위해 과감히 손을 맞잡는다. 미래보다 과거에 집착해 시대착오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나라를 위험에 빠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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