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미안하다” 한마디에 대충 넘어간다면…
김정은의 “미안하다” 한마디에 대충 넘어간다면…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9.2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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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통지문에서 “부유물 태웠다” 주장…이인영 “신속 답변에 주목”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북한 수역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씨 사살 사건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북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로 보낸 통지문에서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지문에서 북한측은 우리 공무원을 사살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시신을 소각한 사실은 부정했다. 부유물을 태운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측은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미터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면서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측 주장은 사격후 시신을 태웠다는 우리 군의 주장과는 상반된다.

또 북한은 이씨를 불법침입자로 규정했는데, 정부가 주장하는 월북 가능성과도 차이를 드러냈다.

 

북한측의 통지문에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이해하려는 태도로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회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정부와 군은 경계태세와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면서 우리 국민의 피살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대통령 연설문 전문)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5일 제72회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5일 제72회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하나의 전문 속에서 두 번씩이나 (미안하다고) 밝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 이례적으로 평가한다면서 매우 신속하게 답이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국회 외통위에서 "과거 북측의 태도에 비하면 상당한 정도의 변화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남북관계가 엄중한 상황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해서 지시받은 내용이 아니며, 현지 사령관 등 간부 지시로 움직이지 않았나, 판단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한편 국민의 힘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혹시나 북한 김정은의 사과 시늉 한마디에 휘청하는 무기력이 있다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군이 지켜야 할 대상은 국민이지 정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북한이 보낸 통지문 전문이다.

 

청와대 앞

 

귀측이 보도한 바와 같이 22일 저녁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인원 1명이 우리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했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추정) 되는 사건 발생하였습니다.

사건 경위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 측 해당수역 경비담당 군부대가 어로작업중이던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강령반도 앞 우리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미터까지 접근해 신분확인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측 군인들의 단속 명령에 함구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며 두발 공포를 쏘자 놀라 엎드리며 정체불명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 조성됐다고 합니다.

 

일부 군인들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 쓰려는 듯한 행동한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 근무규정이 승인한 행동 준칙에 따라 10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 향해 사격했고 이때 거리는 40~50미터였다고 합니다.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미터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우리 지도부에 보고된 사건 전말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상과 같습니다.

 

우리는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 없이 일방적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강한 어휘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감시 근무 강화하며, 단속과정의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해상에서 단속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습니다.

우리 측은 북남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지도부는 이런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것에 대해 거듭 강조했습니다.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 전하라고 했습니다.

벌어진 사건에 대한 귀측의 정확한 이해를 바랍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20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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