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 인삼재배 방향 잡을 때 나침반 동원됐다
조선말 인삼재배 방향 잡을 때 나침반 동원됐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9.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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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재배, 국가무형문화재로 보존한다…역사적·사회문화적 가치 인정

 

인삼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재배된 것은 영조 원년인 1724년 개경사람 박유철(朴有哲)에 의해서였다고 한다.(정조실록) 송도(松都) 삼농인(蔘農人)들은 이때부터 해가림(日覆式) 재배로 삼농사법(蔘農法)을 크게 일으켰다.

그 이전의 인삼 채취는 산삼이 주류를 이루었다. 조선초기에는 인삼이 재배하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해 산에서 자라는, 이른바 산삼을 캐야 했다. 야생에서 채취하는 인삼이 전부였기 때문에 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18세기 본격화된 인삼재배는 정조실록 이외에도 <산림경제>(山林經濟), <해동농서>(海東農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 <몽경당일사>(夢經堂日史) 등에 인삼 재배와 가공에 대한 기록이 확인된다.

 

재래식 해가림 시설 재현 모습 /문화재청
재래식 해가림 시설 재현 모습 /문화재청

 

인삼 재배의 대표적인 전통 지식은 인삼 씨앗의 개갑(開匣), 햇볕과 비로부터 인삼을 보호하기 위한 해가림 농법, 연작이 어려운 인삼 농사의 특성을 반영한 이동식 농법, 밭의 이랑을 낼 때 윤도(輪圖)를 이용해 방향을 잡는 방법 등으로 오늘날까지도 인삼 재배 농가 사이에서 전승되고 있다.

개갑(開匣)은 씨앗 채취 후 수분 공급 및 온도 조절을 하여 씨눈의 생장을 촉진시켜 씨앗의 껍질을 벌어지게 하는 방법으로, 파종에서 발아까지의 시간을 절약하는 농법이다. 윤도(輪圖)는 전통나침반으로, 인삼재배시 이랑의 방향을 잡을 때 사용된다.

 

인삼 재배 시 이랑의 방향을 잡을 때 사용되는 윤도(輪圖) .문화재청
인삼 재배 시 이랑의 방향을 잡을 때 사용되는 윤도(輪圖) .문화재청

 

인삼은 우리나라에서 오랜 기간 동안 재배, 활용되면서 이를 매개로 한 음식·의례·설화 등 관련 문화도 풍부하다. 오래 전부터 인삼은 그 효능과 희소성으로 말미암아 민간에게 불로초(不老草) 또는 만병초(萬病草)로 여겨졌으며, 민간신앙, 설화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각종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인삼 문양은 건강과 장수라는 인삼의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에도 몸에 이롭고 귀한 약재이자 식품이라는 인삼의 사회문화적 상징은 한국인의 정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인삼 씨앗 /문화재청
인삼 씨앗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농경분야의 전통 지식을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지정 예고의 대상은 인삼 자체가 아닌 인삼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기술을 비롯하여 인삼과 관련 음식을 먹는 등의 문화를 포괄한 것이다.

인삼 재배와 문화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되고 있고, 조선 시대의 각종 고문헌에서 그 효과와 재배 관련 기록이 확인되며, 한의학을 비롯한 관련 분야의 연구가 활발하고, 농업 경제 등 다방면에서 연구의 가능성이 높고, 음식·의례·설화 등 관련 문화가 전승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인삼의 약효와 품질이 우수해 역사상 국제 무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한 지역별 인삼조합, 인삼 재배 기술과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연구 기관과 학회, 그리고 국가와 민간 지원 기관 등 수많은 공동체와 관련 집단이 있으며, 현재에도 세대 간의 전승을 통하여 경험적 농업 지식이 유지되고 있는 점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이유가 되었다.

 

인삼의 붉은 열매 /문화재청
인삼의 붉은 열매 /문화재청

 

다만, 한반도 전역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농가를 중심으로 농업 지식이 현재에도 전승되고 있고, 온 국민이 향유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이미 지정된 씨름(131)’, ‘장 담그기(137)‘와 같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고 지정된 국가무형문화재는 아리랑, 제다, 씨름, 해녀, 김치 담그기, 제염, 온돌문화, 장 담그기, 전통어로방식어살, 활쏘기 등 10건이다.

문화재청은 30일 이상의 지정 예고 기간에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의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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