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제15대 국왕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Sabah Al-Ahmad Al-Jaber Al-Sabah)가 쿠웨이트 시간으로 29일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후임으로는 16대 국왕에 오른 사람은 전임 국왕의 배다른 동생인 나와프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Nawaf Al-Ahmad Al-Jaber Al-Sabah) 왕세제다.

쿠웨이트에선 국왕을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와 마찬가지로 에미르(emir)라고 부른다. 쿠웨이트 에미르는 알사바(Al-Sabah) 가문이 이어가는데, 가문 가운데 알자베르(Al-Jaber)와 알살렘(Al-Salem) 지파가 교대로 왕위를 주고 받았다. 이번에 같은 지파에서 왕위를 이어가는 것은 가문의 전통으로는 이례적이라고 한다.

쿠웨이트에선 에미르가 사망하고 난후에 계승자가 이어받는데, 계승자는 전임자가 집권 1년내에 정하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전임 알사바 애미르는 2006년 1월 29일에 즉위했고, 즉위와 동시에 후계자로 나와프를 지명했다.

신임 에미르인 나와프도 조만간 후계자를 지명해야 한다. 83세의 나와프가 다른 지파에 후계자를 넘겨줄지 여부가 관심이다.

 

쿠웨이트는 형식적으로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총리와 내각의 대다수를 에미르 가문이 차지하고 있다.

헌법에 의해 의회가 구성되는데, 단원제로 4년 임기의 의원 50명이 선출된다. 에미르는 의회 해산권을 갖는다. 정당은 허용되지 않고 사안에 따라 의원들은 그룹을 만들어 대응하는데, 사살상 정당 역할을 한다.

헌법에 내각의 1명 이상을 선출직 의원으로 지명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선출직이 가장 많을 때가 6명이고, 현재는 2명이다. 총리는 알사바가에서 에미르가 지명한다.

쿠웨이트에선 아랍 군주국에 비해 의회에 상대적으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의회는 에미르가 지명하는 총리와 각료를 거부할수 있고, 에미르에 대한 신임권도 갖는다. 에미르는 차기 에미르를 즉위 1년 내에 선정하는데,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의회가 거부하면 에미르는 후계자 3명을 추천하고, 의회가 그중 1명을 투표로 결정한다.

또 의회는 에미르에 대한 불신임은을 갖는다. 이번에 별세한 알사바의 경우도 전임 에미르에 대한 의회 불신임의 결과로 즉위했다. 2006년 13대 에미르 자베르 알아흐마드 알사바(Jaber Al-Ahmad Al-Sabah)가 별세했을 때 차기 에미르로 내정된 사드 알압둘라 알살림 알사바(Saad Al-Abdullah Al-Salim Al-Sabah)가 14대 에미르에 즉위했지만 신임 국왕이 병약하다는 이유로 의회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전임 에미르는 9일만에 물러나고 계승 순위에서 밀려나 있던 알사바가 의회의 선출로 에미르에 올랐다.

 

 

별세한 알사바는 에미르가 되기 전에 25세의 나이에 쿠웨이트 내각에 들어가 1963~2003년 사에에 무려 40년간 외무장관을 역임하고 이어 총리를 맡았다. 그는 외교장관 시절에 중동 외교의 중재역을 맡았다고 한다.

1990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침공하고 걸프전쟁이 벌어졌을 당시에도 외교장관을 맡아 나라를 되살렸다.

에미르 시절인 2017년에 그는 사우디 아라비아, UAE, 바레인 등 수니파 국가들과 카타르와 분쟁이 발생했을 때 각국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쿠웨이트에도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면서 곤욕을 치렀다. 2011년 아랍의 봄 시기에 수만명의 쿠웨이트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했을 때 그는 의회를 해산하고 긴급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쿠웨이트는 인구 440만명의 소국이지만 석유매장량으로 전세계 6위이며, 1만3,000명의 미군이 주둔하는 친미국가다.

신임 나와프 에미르는 25세에 하왈리 주지사에 임명됐고 내무장관, 국방장관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