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산영루에서 느끼는 가을의 정취
북한산 산영루에서 느끼는 가을의 정취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10.03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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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비들이 노닐던 곳, 2014년 고양시가 복원

 

추석연휴를 맞아 북한산을 탔다. 정릉계곡에서 보국문을 향해 올라간후 고양시 북한산성 입구로 내려가는 코스였다.

하산길에 만난 것이 중흥사 아래 산영루(山映樓)였다. 7~8년전까지만 해도 주춧돌 10개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던 터에 경기도 고양시가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북원한 정자가 자리잡고 있다.

고양시는 201410월에 고양 600년 역사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과거 사진자료등을 통해 원형을 충실히 반영해 산영루를 복원했다. 행정구역으로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산1-1이며, 경기도 기념물 223호로 지정되어 있다.

 

북원된 산영루 /박차영
북원된 산영루 /박차영

 

이 곳은 북한산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절경 중 한 곳으로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겨 찾았던 누각이다. 산영루는 자형 평면 구성을 갖는 정자였는데, 1924년 북한산 일대를 휩쓴 을축년 대홍수로 유실되었다.

산영루의 건립시기는 정확히 알수 없으나, 조선중기 1603년 문인 이정귀(李廷龜)가 북한산 일대를 유람하다 남긴 유삼각산기산영루 옛터로 내려왔다는 기록으로 보아 북한산성이 축성(1711)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북원된 산영루 /박차영
북원된 산영루 /박차영
북원된 산영루 /박차영
북원된 산영루 /박차영

 

산영루는 아름다운 북한산의 모습이 물가에 비친다는 아름다운 이름처럼 당대 명사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다산 정약용(1762~1836)과 추사 김정희(1786~1856), 이들은 이 곳을 방문해 시문을 남겼다. 또 성호 이익(1681~1763)은 산영루에 뜬 달을 삼각산 팔경의 하나로 기록하는등 조선 명사들의 흔적과 문향(文香)이 많이 남아 있다.

 

복원되기 전에 남아 있던 산영루 누각 /문화재청
복원되기 전에 남아 있던 산영루 누각 /문화재청

 

정약용이 33살 젊은 시절에 친구들과 산영루를 다녀간 때가 가을이었다. (정조 18, 1794)

바윗길 끊어지고 시야에 드는 아스라한 난간/ 겨드랑이 맑고 시원하여 날개 돋을 듯하다./ 십여 절 종소리 잦아들어 가을도 저물고/ 온 산 나뭇잎 노랗고 물소리 차가와라. /숲에 말을 매어 두고 이야기꽃 피우는데/ 구름 속 만난 스님은 대우가 넉넉하다./ 해 지자 아슴아슴 안개가 푸른 산 가두는데/ 행주에선 벌써 술상 올린다 알려오네.”  1)

(巖蹊纔斷見危欄, 雙腋泠泠欲羽翰十院疎鍾秋色暮, 萬山黃葉水聲寒林中繫馬談諧作, 雲裏逢僧禮貌寬/日落煙霏鎖蒼翠, 行廚已報進杯盤)

 

우리 일행도 그곳에서 정약용처럼 막걸리 한잔을 먹었다.

 

산영루 인근의 선정비 /박차영
산영루 인근의 선정비 /박차영

 

산영루 주변에는 비석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그 비석들은 북한산성 관리의 책임자가 재임할 당시의 선정과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선정비로, 현재 26기 정도가 남아 있다. 비석을 세워 비문을 기록한 선정비가 대부분이며, 비석을 세우지 않고 바위에 비문을 새긴 경우도 있다. 선정비의 건립시기는 모두 19세기다.

 

북한 승도절목 /문화재청
북한 승도절목 /문화재청

 

또 바위에는 암각문이 직사각형에 새겨져 있다. 북한 승도절목(北漢僧徒節目)이다. 1855년에 새겨진 것으로, 모두 325자다. 명문에는 승병대장인 북한산을 지키는 승병대의 대장 충섭을 임명할 때 예상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규정 3가지를 제시해 놓았다. 북한산 승병대는 바로 위쪽 중흥사에 위치해 있었다.

 

명문에 따르면 사찰이 피폐해 승도가 흩어지고 있었다는 사실, 그 원인이 충섭의 부적절한 임명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 이때를 전후해 산성 밖의 승려가 충섭에 임명되었고, 불공평한 임용을 막기 위해 다수결의 비밀투표를 요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 가을에 북한산성 산행은 멋과 풍류를 느끼게 한다. 산영루를 찾은 선조들을 느끼고, 그들의 시 한 수를 읊고, 그런 것들이 풍류가 아니고 무엇일까.

그런데 세상을 내려오니, 온통 이상한 소리로 시끄럽다. 개천절인 3일 서울 광화문에 재인산성이 둘러싸였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산성인데 경찰차량으로 둘러 싸인 산성, 풍류고 뭐고 다 깨진 느낌이다.

 


1) 네이버 지식백과, 여유당전서 - 시문집 () 2권 산영루(山映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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