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이면을 들여다 보면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이면을 들여다 보면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10.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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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케냐를 지배하던 유럽인들의 애정행각…원주민 삶과는 상관없어

 

추석 연휴이자 개천절인 103일 저녁에 EBS가 세계의 명화로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를 방영했다.

로버트 레드포드(데니스), 메릴 스트립(카렌) 등 유명배우들이 주연하고, 시드니 폴락이 감독했다. 1985년에 제작된 미국 영화로, 국내에서는 198612월에 개봉했다. 이 영화는 198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믹싱상, 촬영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영화 포스터 /네이버영화
영화 포스터 /네이버영화

 

영화는 덴마크의 여성 소설가 카렌 블릭센(Karen Blixen)의 자서전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영화로 각색한 것이다. 원작을 거의 따랐지만 약간의 각색이 있었다.

줄거리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흔한 애정 스토리다.

덴마크 여성 카렌(메릴 스트립)은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고, 아프리카 생활을 꿈꾸며 귀족가문인 브릭센 남작과 결혼을 약속한다. 캐냐에서 결혼식을 올린 그들은 커피 재배를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고, 브릭센(브롤)은 영국과 독일의 식민지간 전쟁에 나간다. 카렌은 혼자 남아 초원에 나갔다가 사자의 공격을 받게 되고,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란 남자에게 도움을 받는다.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카렌은 남편과 이혼하고, 사랑하는 데니스에게 결혼을 요구하지만 데니스는 결혼을 거부하고 자유인으로 살자고 한다. 어느날 커피공장이 불 타고 카렌은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데니스가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카렌은 쓸쓸히 추억을 남긴 채 아프리카로 떠난다. 카렌은 덴마크로 돌아와 아프리카 체험담을 글로 남긴다.”

 

영화의 장면장면이 시원하고 이국적이다. 스펙터클한 아프리카 자연을 만끽할수 있고, 배경으로 흐르는 모차르트의 잔잔한 음악을 감상할수 있다. 헐리웃 개념으로는 가히 대작이다. 사랑과 이별, 자유의 추구, 광활한 대지, 해외 진출 등은 미국적 사고로는 높은 점수가 매겨지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밤을 새워 영화를 보면서 남은 잔상은 저들이 남의 땅에서 애정행각을 벌일 때 땅의 원래 소유자들의 고통이 느껴졌다. 제작자들이 애정 스토리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감출수 없이 드러난 원주민 키쿠유(Kĩkũyũ)의 생활상이 드러났다. 원작자와 영화 제작자들은 변명하겠지만,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제국주의자들의 케냐 침략과정을 미화한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실제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원작자이자 영화 주인공 카렌 블릭센과 배경인 케냐의 당시 사정을 접근하면서 영화를 재해석해 보자.

 

카렌 블렉센 /위키피디아
카렌 블렉센 /위키피디아

 

카렌은 덴마크 왕실에 충성을 바치는 귀족가문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 스웨덴에서 아버지의 친척인 블릭센의 집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카렌은 경마선수인 한스(Hans)를 사랑했는데, 거절당했다. 얼마후 카렌은 한스의 쌍둥이 동생 브롤(Bror)에게 청혼을 해 1912년 약혼을 했다. 깜짝 놀란 가족들은 두 사람에게 외국에 나가 살라고 요구했다. 당시 카렌의 삼촌은 케냐에 커피 농장을 사둔 상태였다.

 

커피 농장은 카렌의 삼촌 아게(Aage Westenholz)의 소유였다. 브롤이 먼저 케냐로 가서 아게의 농장을 경영했고, 뒤이어 19141월 카렌에 케냐에 도착해 결혼을 하고 블릭센 남작 부인이 된다.

영화에서는 농장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비쳐졌지만, 실제로는 6,000에이커였다.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24으로, 서울 관악구 면적만한 거대한 토지를 소유했다. 그 땅의 10%200에이커를 커피농장으로 활용하고, 절반 이상인 3,400에이커를 원주민들에게 목초지로 사용케 하고, 2,000에이커를 산림으로 남겨두었다. 1)

농장은 나이로비 남서쪽 느공 언덕(Ngong Hills)에 위치했는데, 케냐에서도 가장 서늘하고 커피 농사에 좋은 고원지대다. 유럽인들, 특히 영국인들은 이 곳을 자신들의 지역으로 만들어 원주민들을 쫓아냈다. 2)

브롤의 농장은 현지 원주민인 키쿠유족, 마사이족, 스와힐리족, 와캄바족, 카비론도족을 고용했다.

 

느공 언덕 /위키피디아
느공 언덕 /위키피디아

 

영국은 1895년 이 고원지대를 차지해 동아프리카 보호령(East Africa Protectorate)으로 만들고 동아프리카회사(British East Africa Company)에 운영을 맡겼다. 동아프리카 보호령은 영토 확장에 나서 우간다와 인도양쪽으로 진출했는데, 1차 세계대전 기간에 탄자니아 잔지바르를 차지하고 있던 독일과 전투를 벌이게 된다. 3)

 

스웨덴 국적의 카렌의 남편 브롤이 이 전투에 참가하게 된다. 영국군의 요구로 군수물자를 실어나르던 카렌이 남편을 만나 매독에 걸리게 된다. 그녀는 19156월 치료차 덴마크에 돌아갔다. 이혼을 결심하고 케냐로 돌아간 후 농장주인 아게는 남편 브롤을 해고하고 1921년에 카렌에게 경영을 맡겼다. 농장의 이름도 카렌커피(Karen Coffee Company)라 했다.

 

카렌의 케냐 저택. 지금은 박물관이다. /위키피디아
카렌의 케냐 저택. 지금은 박물관이다. /위키피디아

 

영국은 아프리카 동부에서 독일을 내쫓고 1920년부터 케냐식민지(Kenya Crown Colony)로 전환하고, 총독을 보냈다. 이때부터 느봉언덕을 포함한 고원지대에 화이트하일랜드(White Highlands)라고 명명하고 유럽인들의 정착촌을 건설했다. 영국은 그곳에 원주민 키쿠유족을 추방했고, 키쿠유족은 청년 키쿠유 운동을 벌이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영화에는 키쿠유족의 저항운동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카렌은 데니스 핀치 해튼(Denys Finch Hatton)을 만나 도박과 같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에서처럼 데니스는 외로운 자유주의자였을까. 그는 후에 영국 국왕이 되는 왕세자 에드워드 8(Edward VIII)를 케냐의 사파리로 초대해 사냥을 즐겼다. 지금의 세렝게티 내셔널 파크(Serengeti National Park)를 구상한 것도 그였다고 한다. 그는 아일랜드 얼스터의 귀족의 일원으로 제국주의 전성시대에 케냐 초원에서 동물사냥이나 하고 백인거주지역의 리더로 활동한 인물이다. 다만 한 여자와 결혼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뿐이다. 그의 전기작가는 그가 카렌 이외에도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스토리를 전한다. 4)

 

데니스 핀치 해튼 /위키피디아
데니스 핀치 해튼 /위키피디아

 

당시 케냐의 화이트하일랜드에 대해 미국인이 정리한 기록이 있다.

그곳은 열대병에 오염되지 않아 영국이 전쟁 부상자들이 살도록 배려했다. 300만명의 원주민들이 늪지대로 쫓겨나야 했고, 흑인 성년에 대해 세금과 노동력 제공을 강요했다. 그들은 저임금으로 백인들의 농장에 일을 해야 했다. 영국은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인도인들을 이주시켰다. 동아프리카에 흑인과 인도인 사이에 인종적 갈등이 생겼다.”

1921년 케냐의 인구는 230망명 정도였는데, 그중 유럽인이 9,600, 인도인 22,000, 아랍인 1만명 정도였다. 항구가 있는 몸바사는 최대의 도시로 32,000명이 거주했다. 5)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카렌은 농장에 불이 난후 실망해 귀국을 결심한다. 농장 경영은 화재가 아니었어도 엉망이었다. 1929년 세계적인 대공황이 아프리카에도 불어왔고, 대공황 직전에 남미 브라질등에서 커피 양산이 이뤄져 아프리카의 커피는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화재가 없었어도 사업을 접어야 할 형편이었다. 게다가 나이로비 인근의 키쿠유족이 중심이 된 혁명운동이 곳곳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다.

 

카렌은 1931년 귀국했다. 직전에 사랑하는 데니스가 바행기 사고로 죽는다. 영화의 스토리는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케냐의 스토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952~54년 키쿠유족이 중심이 된 마우마우 봉기(Mau Mau Uprising)가 일어났다. 수만명의 인명 피해를 낸 이 폭동으로 영국은 더 이상 케냐를 통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단계적 이행과정을 거쳐 196312월 케냐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다. 키쿠유족의 일원인 조모 케냐타(Jomo Kenyatta)가 초대대통령이 되었다. 그 곳은 카렌과 데니스가 인정했듯이 키쿠유족의 땅이었다.

 


1) Wikipedia, Karen Blixen

2) Wikipedia, Ngong Hills

3) Wikipedia, History of Kenya

4) Wikipedia, Denys Finch Hatton

5) Wikipedia, Kenya Col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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