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왕국, 말리왕국에 이어 서아프리카 사헬(Sahel)지역을 지배한 나라는 송가이왕국(Songhai Empire)이었다.
송가이왕국은 지금 말리공화국의 가오(Gao)를 중심으로 송가이족이 세운 나라로, 말리왕국에 복속한 부족국가로 출발했다. 송가이족이 가오 일대에 거주한 것은 10세기 무렵으로 추정된다. 가오는 사하라 이남지역의 교역중심 도시로 발전했다.
15세기 중반에 말리왕국의 세력이 약화되자 송가이족에 영웅이 나타나 이웃 부족을 정벌하고 종주국이었던 말리왕국을 압박해 대제국을 형성했다. 그 영웅이 손니 알리(Sonni Ali)였다.
손니 알리는 잔혹한 군주였다. 1464년 부왕이 죽은 후 왕위에 오른 그는 영토확장에 나서 이웃 부족을 공격했다. 그는 탁월한 전략전술을 구사하며 정벌에 성공했고, 말리왕국의 주요도시인 팀북투(Timbuktu)와 첸네(Djenné)를 1468년과 1475년에 각각 함락함으로써 말리왕국을 변방으로 밀어냈다. 이어 북부 아칸족의 나라를 정벌하고 니제르강 상류와 중류지역도 장악했다. 그의 재위시기(1464~1492)에 송가이왕국의 영토는 140만㎢(한반도의 7배)나 되었고, 대서양에 이르렀다. 오늘날 개념으로는 말리, 모리타니, 세네갈, 갬비아, 니제르, 나이지리아, 기니를 포괄하는 광대한 지역이다.
그는 이슬람교도였지만 종교에 얽매이지 않았다. 팀북투를 함락하고 주민들을 대량살상하고 도시를 불태우고 많은 사람들을 잔혹하게 고문했다. 이슬람 율법학자들이 수천명 그의 앞에 가서 말렸지만 그는 학살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캠브리지 아프리카사) 주1)
손니 알리의 아들 손니 바루(Sonni Baru)는 영특하지 못해 장군인 무하마드 투레(Muhammad Ture)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만다. 이 장군이 아스키아 왕조를 연 아스키아 대제(Askia the Great, 재위: 1493–1528)다.
아스키아는 왕족이 아니었다. 그는 이전 가나왕국의 지배종족인 소닌케족 출신으로 송가이족과는 혈연이나 지연의 관계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송가이왕국의 장군이 되어 손니 왕가를 전복하고 새로운 왕가를 열게 되었다. 앞서 손니 알리가 정복왕이었다면 아스키아는 성군이었다.
아스키아는 손니 알리와 달리 카리스마나 전투기술은 없었지만 여러 부족을 유화적으로 화합시켜 왕국을 결합시켰다. 피지배 종족에 이슬람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 자신은 손니 왕가보다 더 독실한 이슬람 신자였다.
그도 말리왕국의 만사 무사 왕처럼 메카로 성지순례에 나섰다. 그도 만사 무사처럼 금을 싣고가 순례길에 자선행위를 베풀었다. 하지만 그의 행렬은 말리왕국의 왕들만큼 화려하지도 웅대하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이슬람 기록자들이 그의 순례에 그다지 많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를 수행한 인원은 500명의 기병4과 1,000명의 보병이었고, 가져간 금화는 30만개에 불과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신에 그는 카이로에서 이슬람 학자들을 초빙해 송가이왕국에 천문학을 꽃피웠다고 한다.
이스키아는 모스크를 곳곳에 지었고, 이슬람 학교를 지어 어린이들에게 공부를 시켰다. 팀북투는 교육의 도시였는데, 이곳에 거주하는 인구가 8만여명이었고, 학교는 무려 200여개가 되었다. 팀북투에는 북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빌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그도 니제르강 하류의 모시(Mossi) 왕국에 대해 성전(지하드)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제압했다. 하지만 그는 모시왕국에게 이슬람을 강요하지 않았다.
아스키아 왕은 1528년에 그의 아들 무사(Musa)가 반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왕위에서 물러났고, 그의 아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왕국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주2)
송가이 왕국도 무역왕국이었다. 주요 거래품목은 앞서 가나와 말리왕국처럼 금과 소금이었다. 송가이왕국에는 금광이 있었지만 소금 생산지는 없었다. 따라서 북부 아랍족에게서 소금을 얻었고, 아랍족은 송가이의 금을 가져갔다.
송가이왕국의 무역은 번성했다. 낙타가 이용되면서 교통편을 활성화시켰고, 사막지대의 베르베르족이 상거래에 응했다. 또 사하라사막 일대가 이슬람으로 통일되어 있어 우호적 관계가 유지되었고, 막강한 군사력이 상단의 이동을 보호했다.
또 니제르강을 이용한 수운을 통해 남부 흑인왕국과의 교역도 활성화되었다. 니제르강 곳곳에 항구가 설치되어 교역중심지 역할을 했다.
이 나라에서도 노예가 교역 대상이었다. 송가이왕국은 남부의 흑인을 잡아다 북부 아랍인들에게 팔았다.
송가이왕국은 계급제도를 기반으로 사회를 지탱했다. 지배계급은 국가 운영과 전쟁, 종교를 담당했고, 중간 계급은 금속세공인이나 어부, 목수일을 했으며, 전쟁 포로나 노예로 구성된 노예가 하위계급을 형성했다.
법률은 이슬람 율법이 지배했으며, 범죄의 여부도 율법을 근거로 판단되었다. 지배층들은 모두 이슬람을 신봉했고, 율법학자들은 왕에게 복종했다. 왕국에 복종한 나라들에게 세금이 매겨졌다. 일종의 조공이다. 하지만 송하이왕국이 약화되었을 때 피지배 부족들이 일제히 독립을 하면서 분열되었다.
송가이왕국을 멸망시킨 나라는 모로코였다. 모로코의 술탄 아흐마드 알 만수르(Ahmad I al-Mansur)는 1590년 장군 주다르 파샤(Judar Pasha)에게 군대를 주어 송가이왕국에 공격 명령을 내렸다. 술탄은 앞서 포르투갈과 전쟁을 치르느라 재정이 고갈되었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남쪽에 있는 황금의 나라를 공격해 금을 빼앗아가려 한 것이었다.
1,500명의 기병, 2,500명의 보병으로 구성된 모로코군은 사막을 건너 1951년 3월 13일 송가이군과 조우했다. 군대수는 송가이군이 숫적으로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하지만 송가이군운 활과 창으로 무장한데 비해, 모로코군은 포르투갈과 스페인과 싸우면서 획득한 총과 대포로 무장해 있었다.
송가이군은 먼저 1,000마리의 물소를 풀어 모로코군을 짓밟으려 했다. 그런데 물소들이 총포의 소리에 놀라 달아나 버렸다. 이번엔 송가이 보병이 모로코군을 공격했으나 총포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기병대를 내보냈지만 말이 적의 포탄에 쓰러질 뿐이었다. 전투는 일방적으로 모로코군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 전투는 톤디비 전투(Battle of Tondibi)로 기록된다.
모로코의 주다르 파샤는 톤디비 전투에 승리한 후 진격을 계속해 수도 가오를 점령하고 송가이왕국을 멸망시켰다. 이어 팀북투와 첸네도 함락시켰다. 주3)
하지만 모로코군은 세도시를 뒤져 보아도 바라던 재화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 소왕국들로부터 수시로 게릴라성 공격을 받았고, 광대한 송하이왕국을 통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언어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모로코군은 1603년에 정복한 땅에서 물러났다. 정복 명령을 내린 술탄 만수르가 사망한데다 모로코에 페스트가 돌았던 것도 철군의 주요 요인이다.
모로코군이 철군한 후 송가이왕국의 아스키아 가문이 세운 덴디왕국(Dendi Kingdom)이 다시 팀북투를 회복해 다스렸다. 덴디왕국은 그후 2세기반 동안 명맥을 유지하다가 1901년 프랑스에 나라를 빼앗기게 된다. 덴디왕국의 영역은 지금의 말리와 니제르 일대였다. 주4)
주1) Wikipedia, Songhai Empire
주2) Wikipedia, Askia Mohammad I
주3) Wikipedia, Battle of Tondibi
주4) Wikipedia, Dendi Kingd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