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사①…악숨왕조는 솔로몬의 후예인가
에티오피아사①…악숨왕조는 솔로몬의 후예인가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10.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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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왕과 시바여왕의 신화…에자나 왕, 325년에 기독교 공인

 

동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는 면적이 110으로 한반도보다 5배 이상 넓고, 인구는 1억명에 이른다. 이 나라는 인구의 62.8%가 기독교를 믿고, 이슬람 신도가 33.8%인 기독교 국가다. 이중 고유의 에티오피아 교회 신도가 43.5%, 프로테스탄트 18.6%, 카톨릭 0.7%, 4세기부터 기독교 국가를 이어 왔다. 주변에 이슬람 국가에 둘러 싸여 있으면서도 에티오피아가 기독교를 유지한 것은 4세기초 악숨 왕조(Kingdom of Aksum) 때부터다. 1)

악숨 왕조는 서기 350년경에 수단과 이집트 남부에 걸쳐 있던 쿠시왕조(Kingdom of Kush)를 멸망시킨 세력이다. 이 왕조의 출발은 아라비아 반도 남단의 예멘지역이라는 설과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라는 설이 있다. 신화는 예멘지역에서 시작하지만, 역사고고학자들은 에티오피아 기원설을 주장한다.

 

셈어의 분포 /위키피디아
셈어의 분포 /위키피디아

 

에티오피아(Ethiopia)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태양에 검게 탄 얼굴의 땅’(Land of the Burnt Faces)이란 뜻이다.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투스도 아프리카 남쪽 사하라 지역에 에티오피아라는 나라가 있다고 했고,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도 에티오피아가 언급되었다. 인류학자들의 견해로는 에티오피아의 원조국가인 악숨 왕조는 셈어(Semitic languages)를 사용하는 사바(Saba)인들이 아라비아 남쪽 예멘에서 홍해를 건너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에 정착해 건국했다고 보고 있다.

전설의 메넬리크 황제 /위키피디아
전설의 메넬리크 황제 /위키피디아

 

이에 비해 에티오피아 현지의 역사는 신화적으로 서술한다. 에티오피아의 신화집 케브라 네가스트(Kebra Nagast)에는 BC 10세기에 현자의 아들’(Son of the Wise) 메네리크(Menelik) 황제가 고대 제국을 건설했으니, 그 나라가 악숨왕국이라는 것이다. 신화는 메네리크가 구약성서에 나오는 솔로몬 왕과 시바 여왕(Queen of Sheba) 사이에 태어난 아들로 설명한다. 따라서 메네리크는 유대인이다.

신화에 따르면, 시바 여왕이 에티오피아에서 메네리크를 키웠고, 성년이 되어 메네리크는 아버지 솔로몬 왕을 찾아갔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스라엘에 남아 통치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메네리크는 에티오피아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한 솔로몬 왕은 이스라엘 군대를 보내 그를 보호하게 하고, 돌아가서도 성경 말씀에 따라 통치를 하라고 충고했다. 솔로몬은 작별 선물로 언약궤를 아들에게 주었는데, 그 언약궤가 현재 에티오피아 테와히도 교회에 보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에티오피아의 신화 상으로 악숨왕조의 시조는 솔로몬왕과 시바여왕의 아들 메넬리크로 되어 있다. 2)

하지만 많은 역사학자들은 에티오피아의 신화를 믿지 않는다. 이 신화집이 만들어진 것은 1321년으로, 에티오피아 황제국이 수립된(1270) 후였다. 새 왕조가 정통성을 멀리 솔로몬 왕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고려시대에 단군신화가 만들어진 것과 비슷한 논리다. 하지만 솔로몬 왕 후계설은 그후 에티오피아 왕조의 정통성을 따지는데 중요한 명분이 되었다.

 

악숨왕국의 영역 /위키피디아
악숨왕국의 영역 /위키피디아

 

고고역사학자들은 에티오피아(1993년 독립한 에리트레아 포함)에 악숨왕국이 시작한 시기를 서기 80~100년경으로 본다. 왕국은 언제부터인지 분명치 않으나 악숨을 수도로 정하고 영토 확장에 나서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수단, 소말리아, 지부티, 예멘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이 나라는 홍해를 끼고 무역왕국으로 성장했다.

 

기독교가 전파되기 이전에 악숨왕국의 종교는 다신교였다. 악숨족이 모신 신은 아스타르(Astar)를 주신으로 하고, 마흐렘(Mahrem), 베헤르(Beher) 등의 신을 모셨는데, 아라비아 남부(예멘)와 비슷한 형태였다. 악숨의 고대 신앙은 어느 시기에 시바 여왕이 다스리던 예멘의 영향을 받아 유대주의(Judaism) 경향을 띠었다고 고고학자들은 설명한다.

 

이 무렵 로마제국에는 기독교가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당연히 로마제국 영토였던 이집트에도 기독교가 전파되었고, 알렉산드리아는 지중해 남부지역의 기독교 본산이 되었다. 이집트 교회는 네로 황제 시기에 성 마르코(Saint Mark)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서기 2~3세기에 걸쳐 이집트와 주변 지역으로 교세를 확장했다. 알렉산드리아는 알렉산더 대왕이 세운 도시로, 그곳에는 그리스인과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처음엔 이들이 기독교 신자가 되었고, 신도가 늘어나면서 이집트인들에게도 전파되었다. 이집트어를 당시 콥트어라고 했는데, 이집트인 신도가 늘어나면서 콥트어 성서가 만들어지고 점차 토착화되어 갔다. 451년 소아시아에서 열린 칼케돈 공의회에서 교리논쟁이 벌어진후 이집트 교회는 로마 교회와 갈라서 콥트교회(Coptic Orthodox Church)라는 독자적인 종파를 형성한다.

 

프루멘티우스 /위키피디아
프루멘티우스 /위키피디아

 

악숨왕국에서 기독교가 공인된 것인 것은 서기 325년경으로 알려졌다. 로마황제 콘스탄티누스가 313년에 기독교를 공인한 것보다 약간 늦다.

프루멘티우스(Frumentius)라는 레바논 출신 성직자가 상인을 인도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홍해에서 에티오피아인들에게 붙잡혔다. 대부분의 상인은 살해되고 프루멘티우스와 또다른 젊은이 두명이 노예가 되어 악숨으로 끌려갔다. 두 청년은 그 나라를 다스리는데 도움을 주었고, 에자나(Ezana) 왕이 프루멘티우스를 고문으로 삼았다.

프루멘티우스는 에자나 왕을 자주 만나면서 기독교를 믿으라고 설득했다. 325년 경에 에지나 왕은 기독교를 공인했다. 프루멘티우스는 이 사실을 알렉산드리아 주교에게 보고했고, 340년 경에 악숨왕국의 주교로 승인받았다. 그가 에티오피아의 태와히도 교회(Ethiopian Orthodox Tewahedo Church) 창시자가 된다. 기독교가 공인된 후 악숨 왕국은 330년 경부터 십자가를 새겨 넣은 주화를 찍어낸다. 3)

한편으로 악숨왕국에 거주하던 정통 유대인들은 기독교 공인에 불만을 품고 고원지대로 들어가 별도의 왕국(Kingdom of Semien)을 세운다. 그 후예가 나중에 악숨왕국의 숨통을 끊는다.

 

에티오피아 교회는 서구의 교회와 다르다. 프루멘티우스는 셈어로 신약성서를 번역해 현지화했다. 또 토착문화를 교회활동과 융화했다.

에티오피아 교회는 신도들에게 부적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허용했다. 악령을 몰라내는 미신을 인정한 것이다. 또 예배가 끝나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의식도 행한다. 이렇게 아프리카 전통과 기독교 의식을 융합하면서 에티오피아 교회는 1700년을 이어오고 있다. 4)

 

악숨왕국의 교회 유적지 /위키피디아
악숨왕국의 교회 유적지 /위키피디아

 

에자나 왕 재위시기(320~360)에 악숨왕국은 쿠시왕조를 멸망시켰다. 악숨왕국은 홍해를 지배하면서 멀리 인도에서 페르시아, 로마제국과 교역을 했다. 현재 에리트레아의 아둘리스(Adulis) 항구는 악숨의 주요항구였다.

악숨 왕조는 인도와 로마 제국에서 상아, 거북등껍질, , 보석, 실크, 향신료 등을 사고 팔았다. 활발한 해상 무역을 기반으로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했으며, 3세기부터 아라비아 반도 남부에 정치적 개입을 했다.

악숨왕국은 3세기 말엽에는 금, , 청동으로 마니(Mani)를 단위로 하는 독자적인 화폐를 발행했다. 당시 독자적인 화폐를 사용한 나라는 로마제국, 사산조 페르시아, 중국이었는데, 악숨은 이들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악숨 왕조는 이전부터 사용되던 언어와 셈어를 혼용해 독자적인 문자체계 게에즈(Ge'ez)를 완성했다. 악숨 왕조의 또 다른 문화적 특징은 왕의 무덤을 상징하는 거대한 오벨리스크(Obelisks)였다. 이 오벨리스크는 오늘날에도 다수가 남아 있다. 5)

 


1) Wikipedia, Ethiopia

2) Wikipedia, Menelik I

3) Wikipedia, Frumentius

4) 통아프리카, 김상훈, 다산북스(2010), P80~83

5) 두산백과, 악숨 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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