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정초석, 이토 히로부미 글씨로 확인
한국은행 정초석, 이토 히로부미 글씨로 확인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10.21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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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고증에서 확인…현상변경 신청 접수되면 관리방안 마련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의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글씨체로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정초석 글씨에 대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이 관리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사적 제280호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의 정초(定礎)’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가 쓴 글씨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이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서체 관련 전문가 3인으로 현지조사 자문단을 구성, 1020일 현지조사를 시행했다.

현지조사에는 지금까지 입수된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와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에 게재된 이토 히로부미 이름이 새겨진 당시의 정초석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참고했다.

조사 결과에서 정초석에 새겨진 定礎 두 글자는 이토 히로부미의 묵적(먹으로 쓴 글씨)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종합해 볼 때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그의 글씨임을 확인했다.

아울러 글씨 새기는 과정에서 획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분이 붙어 있는 등 획을 정교하게 처리하지 못한 점, 붓 지나간 자리에 비백(빗자루로 쓴 자리같이 보이는 서체)을 살리지 못한 점 등 일부 필획에서 서예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하는 등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되었다.

 

위는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 글씨, 아래는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의 이토 히로부미 글씨 /문화재청
위는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 글씨, 아래는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의 이토 히로부미 글씨 /문화재청

 

또 정초석에서 정초 일자와 이등박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융희(隆熙) 3711”(1909.7.11.) 글씨가 이승만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고 의견이 제시되었으나 정확한 기록은 없는 상태이며, 아마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고 민족적 정기를 나타내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의 리셉션 룸 사진(위)의 왼편 하단부 정초석 부분(아래) /문화재청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의 리셉션 룸 사진(위)의 왼편 하단부 정초석 부분(아래)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된 정초석 글씨에 대한 고증결과를 서울시(중구청)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한국은행이 내부 검토 후 정초석 글씨에 대한 안내판 설치나 정초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관계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본관은 1907년에 착공, 1909년 정초 후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된 건축물로, 광복 후 1950년 한국은행 본관이 되었고, 1987년 신관이 건립되면서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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