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오인받고 창업한 선일금고, 명문장수기업에
간첩 오인받고 창업한 선일금고, 명문장수기업에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10.21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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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아이, ㈜종합해사, 한방유비스㈜, 이화다이아몬드공업㈜도

 

선일금고 창업자 고 김용호씨는 6·25 전쟁고아로, 12살쯤 되던 해에 끼니와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 을지로4가에 있는 중앙캐비넷에 취직했다. 그는 캐비넷 다이얼 기술은 마스트 했지만 더 이상 발전이 없어 군에 입대했다. 전역후 그는 최고의 금고 기술자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영어회화책 한권과 옷가지를 챙겨 홀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금고 수리공으로 일하다가 독일과 프랑스로 건너가 선진기술을 습득한 후 귀국했다.

김영숙 대표 /회사 홈페이지
김영숙 대표 /회사 홈페이지

 

그는 외국에서 번 돈 45만 달러를 가지고 귀국해 1972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선일금고 제작을 설립했다. 1975년 선일금고는 늘어나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고양시 지축으로, 1976년에는 파주시 봉일천으로 확장, 이전했다.

김용호씨가 어느날 파주시에 땅을 보러 다녔는데, 갑자기 어린 시절의 친구가 30년만에 고향에 나타난 그를 간첩이라고 신고했다. 그는 중앙정보부에서 3일 밤낮으로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중앙정보부 사람들은 그를 풀어주면서 당신이 진정한 애국자다. 한 맺힌 고향 땅에서 새로 하려는 사업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도와주겠다고 했다. 덕분에 그는 파주 봉일천에서 대지를 최저가격에 낙찰 받았다.

 

김씨가 파주에서 개발한 one-door(외문) 금고는 뛰어난 내화성능을 인정받았고, 독수리브랜드는 1980년 이후 후수한 품질의 금고로 한국 금고의 대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일제 금고가 국내 금고시장을 장악하던 시절에 선일금고는 일본 금고를 제치고 국산금고 보급에 앞장섰고, 세계시장에서도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았다. 선일금고는 한국을 금고수출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시켰다.

하지만 2004년 김용호 회장은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 회사는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부인 김영숙씨가 경영을 이어받아 선일금고를 육성했다.

 

선일금고제작 공장 /회사 홈페이지
선일금고제작 공장 /회사 홈페이지

 

중소벤처기업부는 10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선일금고제작에게 명문장수기업 확인증을 수여했다. 중소기업부는 일본산 금고가 장악한 국내 금고시장에서 국산 금고 보급에 앞장선 기업으로, 금고에 디지털 잠금장치를 최초로 도입하고 금고와 예술작품을 접목한 디자인 금고를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국내 금고시장의 저변을 확대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선일금고제작은 또 미국인증기관인 유엘(UL)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금고의 내충격과 내화 인증을 획득해 국산 금고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미주와 유럽을 비롯해 전세계 100여개국에 금고를 수출하고 있다. 5개년 평균 연구개발비 비중이 7%로 동종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고,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이 28%에 이른다.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는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해당 업종에서 45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면서(장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과 성실한 조세납부 등 경제적 기여는 물론 법규준수나 사회공헌 등 사회적 기여와 혁신역량 분야(명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기업을 선정하는 제도다.

이날 선일금고제작(대표 김영숙) 이외에도 문구용 중성잉크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유엔아이(대표 민홍기), 선박수리 업체인 종합해사(대표 최진익), 한국 최초의 소화기를 생산하는 등 국내 소방산업의 길을 개척해온 한방유비스(대표 최두찬), 다이아몬드공구 분야 국내 1위이자 세계 4위인 제조기업 이화다이아몬드공업(대표 김재희)5개사가 2020년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명문장수기업은 2016년도에 제도가 도입됐으며, 2017년도부터 선정을 시작해 올해 5개를 더해 총 19개로 늘어났다.

 

▲ ㈜유엔아이

970년에 설립된 섬유 나염용 안료 제조기업으로, 1980년대 섬유산업의 쇠퇴로 인해 어려움에 처했으나 부단한 노력을 통해 필기용 잉크 제조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필기용 수성잉크를 개발해 국내 시장에서 수입 잉크를 대체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현재 문구용 중성잉크 분야 세계 점유율 1위로 전체 매출액 중에 수출액 비중이 83%에 달한다.

▲ ㈜종합해사

강선제조 및 선박수리 기업으로,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선박수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1974년 설립됐다. 이후 선박부품 판매, ·해상 플랜트 수리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성장해왔으며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설비 투자 등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한방유비스

1947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소방기업으로 국내 최초의 소화기를 생산하는 등 국내 소방산업의 길을 개척해왔다. 인천국제공항, 2롯데타워 등 국내 대표적인 건축물의 소방시설 설계에 참여했으며 최근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을 소방시설 설계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화다이아몬드공업

1975년 설립 이래 국내 최초로 다이아몬드공구 제품을 국산화하는 등 다이아몬드공구 제조 외길을 걸어온 기업으로서 다이아몬드공구 분야 국내 1, 세계 4위인 기업이다. 제품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인정받아 9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그 결과 2008년에 국내 다이아몬드공구 업계 최초로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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