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내전①…독일 괴뢰정권 이끈 무솔리니
이탈리아 내전①…독일 괴뢰정권 이끈 무솔리니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10.24 14: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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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솔리니. 구출 후 히틀러 요구에 살로공화국 수립…전국민적 저항운동

 

베니토 무솔리니는 1943725일 비토리아 에마누엘 3세에 의해 실각하고, 헌병대에 체포되었다. 그는 곧바로 이탈리아 중부 아펜니노 산맥에 있는 휴양지 캄포 임페라토(Campo Imperatore)의 호텔에 수감되었다.

무솔리니 실각과 동시에 새 총리가 된 인물은 피에트로 바돌리오(Pietro Badoglio) 장군이었다. 그는 파쇼 정권에서 참모총장, 리비아총독, 에티오피아 최고사령관을 맡았던 인물로 이탈리아-독일의 동맹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집권과 동시에 파시스트당을 금지시키는 한편, 독일과 동맹을 유지한다고 일단 선언했다. 독일을 속이기 위한 속셈이었다. 하지만 아돌프 히틀러는 이탈리아의 새 내각을 의심했다. 아니나 다를까, 바돌리오 내각은 연합국과 물밑 접촉을 거쳐 93일 휴전협정에 조인했다. 발표는 닷새후에 했다. 바돌리오 정권은 독일의 눈치를 보는데 시간이 걸렸고, 그 시기에 이탈리아군을 장악하는데 실패했다.

 

1943년 독일군에 의해 무장해제된 이탈리아군 /위키피디아
1943년 독일군에 의해 무장해제된 이탈리아군 /위키피디아

 

히틀러는 이탈리아의 배신에 분노했다. 그는 이탈리아와 연합 작전을 펼친 모든 전선에서 이탈리아군을 무장해제시키라고 명령했다. 이어 히틀러는 에마누엘레 국왕과 바돌리오 내각을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이탈리아군은 명령체계를 상실했다. 무솔리니 일당독재가 무너진데다 새 정권이 독일에 저항하라고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국왕 에마누엘레는 소심했다. 그는 연합군과 휴전했을뿐 독일과 전쟁을 벌이길 꺼려했다.

그러는 사이에 주요 전선에서 이탈리아군은 독일군에 의해 무장해제되었다. 저항하는 부대는 독일군에 의해 사살되었다. 그리스에 주둔하던 이탈리아 33사단은 독일군과 싸우다가 5,1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사르데냐섬, 코르시카섬과 이탈리아 남부에 주둔하던 이탈리아군은 독일군에 저항하면서 연합군에 길을 내주었다. 시칠리아섬을 장악한 영국과 미국군대는 이들의 협조로 이탈리아 남부와 두 섬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히틀러는 이탈리아 북부에 주둔한 독일군에게 로마를 점령하라고 명령했다. 에마누엘레 국왕과 바돌리오 내각은 로마를 사수할 생각을 않고 남쪽 끝 브린디시로 도망쳤다. 그곳엔 이미 연합군이 들어와 있었다.

독일군이 남하하는 동안에 이탈리아군의 저지는 없었다. 파시스트 정권에 충성하던 대다수 부대들은 독일군의 이동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국왕과 내각이 도망치던 99일 저녁 독일군은 로마를 점령했다. 휴전협정이 발표된지 하룻만에 일어난 일이다. 간발의 차이로 독일군은 국왕과 신정권 지도부를 놓쳐버렸다. 1)

 

1943년 9월 12일, 독일군에 의해 석방된 무솔리니 /위키피디아
1943년 9월 12일, 독일군에 의해 석방된 무솔리니 /위키피디아

 

독일군은 무솔리니를 찾아 나섰다. 그가 그란사소(Gran Sasso) 산중에 갇혀 있다는 첩보가 독일군 정보망에 걸려들었다. 로마 점령 3일째인 912, 독일군 특수부대가 낙하산 투입 작전을 통해 한시간만에 무솔리니를 구출했다. 무솔리니를 감시하던 이탈리아군 200여명은 총한방 쏘지 않고 인질을 내주었다. 2)

감금에서 풀린지 3일후 무솔리니는 독일로 가 히틀러를 만났다. 히틀러는 초췌해진 무솔리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무솔리니 의 심경은 변해 있었다. 히틀러는 무솔리니에게 남은 이탈리아를 맡아서 연합군에 대항할 것을 요구했지만, 무솔리니는 자신에게 반역한 로마로 돌아가기 싫다고 했다. 하지만 히틀러의 회유와 압박에 무솔리니는 새로운 정권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생긴 정권이 이탈리아 사회공화국(Italian Social Republic)이고, 행정 중심지를 이탈리아 살로(Salo)에 두었다고 해서 살로공화국(Salò Republic)이라고 한다.

 

살로공화국 /위키피디아
살로공화국 /위키피디아

 

살로공화국은 무솔리니가 다시 두체(Duce)를 맡았지만 사실상 독일의 괴뢰정권에 불과했다. 이탈리아 반도 남부와 시칠리아섬에선 도망친 국왕과 바돌리오 정권이 연합군의 지지로 이탈리아 왕국을 꾸려갔다. 이탈리아는 북부 살로공화국과 남부 이탈리아왕국으로 분단되었다. 말이 분단이지, 양측의 주력군은 독일과 연합군이어서 이탈리아는 두 진영의 전쟁터가 되었다.

무솔리니는 옛 파시스트 지지자들을 긁어모아 군대를 재편성하고 한때 78만명의 병력을 보유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56만명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는 방대한 군사력을 재편성하는데 성공했다고 할수 있다.

 

한편 남쪽으로 내려간 에마누엘레 국왕은 북쪽 지역을 독일과 파시스트에 의해 빼앗겼음에도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을 주저했다. 그는 이미 연합국에 점령당한 에티오피아와 알바니아의 국왕을 겸임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연합국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108일에 독일에 선전포고를 선언했다. 바돌리오 정권은 곧이어 남부에서 육해공 3군을 조직해 연합국에 합류했다. 3)

살로공화국이든, 남부의 이탈리아왕국이든 과거의 영토를 모두 잃었다. 에티오피아와 리비아, 튀니지는 연합국의 수중에 떨어졌고, 그리스, 발칸반도는 독일에 넘어갔다. 이탈리아 북서부 지역엔 독일군이 주둔하며 작전지역으로 활용했다. 북부와 남부의 정권은 연합군과 독일군에 배속되어 전투를 벌였다.

 

이탈리아 역사가 클라우디오 파보네(Claudio Pavone)는 바돌리오 정권이 휴전을 발표한 194388일부터 독일이 항복을 선언한 194552일까지 17개월 33일의 기간을 이탈리아 내전(Italian Civil War)이라고 정의했다.

이 전쟁을 내전이라고 규정할수 있는 것은 살로공화국에 반대하는 레지스탕스 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솔리니의 괴뢰정권이 들어서자 북부 지역의 공산당원, 사회당원, 우파 민주주의자들이 남부 정권과 손잡고 독일군과 게릴라전을 펼쳤다.

이탈리아 파르티잔(partisan)은 절정이던 1944년 중반에 82,000명에 이르렀다고 하며, 일부에서는 20만명에 달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살로공화국의 파시스트들이 주요도시와 무기를 장악했기 때문에 파르티잔들은 북부 산악지대에서 게릴라 활동을 벌여야 했다. 4)

 

이탈리아 레지스탕스 /위키피디아
이탈리아 레지스탕스 /위키피디아

 

이탈리아 저항운동은 19439월 나폴리에서 시작되었다. 독일군 주둔에 저항하는 군인과 시민들은 폭동을 일으켜 4일동안 나치군과 싸웠다. 나폴리 저항은 독일군에 진압되었지만, 그후 레지스탕스들의 무장투쟁에 힘과 용기를 부여했다. 독일군에 의해 무장해제당한 이탈리아군은 도시와 산악에서 게릴라운동을 펼쳤고, 연합군은 이들에게 무기를 제공했다.

주요 무장조직으로는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주도된 가리발디 여단, 사회주의 정파가 주도한 마테오티 여단, 정의와 해방그룹, 애국행동단, 애국행동부대 등이 있다. 카톨릭과 군주제 지지다들도 참여했다. 정치적 이념은 달라도 그들은 반파시즘이라는 목표에 통일전선을 구축했다.

살로공화국의 병력은 독일군과 함께 레지스탕스 토벌에 나섰고, 그들은 가혹하게 탄압했다. 진압군은 레지스탕스를 색출한다며 시민들을 체포하고 잡단 학살을 서슴지 않았다. 1955년 이탈리아 정부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에 21,168명이 전투중 사살되거나 사형되었고, 35,828명이 부상을 입었다. 발칸반도와 프랑스 남부등 해외에서 저항운동을 펼치다 숨진 이탈리아인은 32,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5)

 


1) Wikipedia, Operation Achse

2) Wikipedia, Gran Sasso raid

3) Wikipedia, Victor Emmanuel III of Italy

4) Wikipedia, Italian Civil War

5) Wikipedia, Italian resistance mov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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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2023-09-16 17:54:56
재밌고 간결하게 잘 쓰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