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기대…암스테르담, 금융중심지 부상
브렉시트 기대…암스테르담, 금융중심지 부상
  • 김현민기자
  • 승인 2019.05.01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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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4세기만에 영국 자리 뺏나…금융기업 이전 속출

 

네덜란드는 17세기에 영국에 앞서 금융중심지로서 패권을 장악했다. 주식회사 제도가 네덜란드에서 제일 먼저 만들어져 발전했고, 영국보다 네덜란드에서 동인도회사가 먼저 설립되었다. 막강한 상선대로 전세계를 돌며 무역을 한 이익금이 은행으로 들어왔다. 스페인에서 독립한 소국이었지만, 네덜란드는 한때 패권국이었던 스페인을 제치고 세계경제를 주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영국과의 수차례에 걸친 전쟁에서 패하고 산업혁명에 뒤쳐짐으로써 주도권을 영국에게 내주게 되었다.

이제 영국이 EU를 떨어져 나가기로 하자, 네덜란드가 유럽의 금융중심지 런던의 자리를 되찾겠다고 나섰다. 협상 없이 갑작스럽게 EU를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네덜란드는 유럽 금융패권을 잡겠다며 서두르는 모양새다.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 세계서 가장 오래된 증권거래소로 알려져 있다. /위키피디아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 세계서 가장 오래된 증권거래소로 알려져 있다. /위키피디아

 

코트라 암스테르담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네덜란드 금융감독청은 20여 개의 런던 소재 기업으로부터 이전 절차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 Chicago Board Options Exchange), LSE 터퀴즈(London Stock Exchange Turquoise), 트레이드웹(Tradeweb), 블룸버그(Bloomberg) 등 대규모 기업들이 암스테르담에 지사 설립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스탠다드 앤 푸어즈(S&P), 다우존스(Dow Jones) 등 금융 서비스 회사들이 네덜란드 진입을 고려 중이며, 일본 미쓰비시 그룹(Mitsubishi Group)과 호주 은행 코먼웰스(Commonwealth)도 네덜란드로 이전 계획을 밝혔다.

또 뉴욕의 트레이딩회사인 마켓엑세스(MarketAxess)가 브렉시트로 생기는 피해에 대비해 네덜란드로 이전을 결정했다. 20177월 마켓엑세스 CEO 릭 맥베이(Rick Mcvey)는 유럽 중앙에 있는 네덜란드의 지리적 특징과 증권거래소 관련 규제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 때문에 네덜란드로 이전을 결정했다고 밝다. 마켓엑세스는 전 세계 630명의 직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시장가치 약 70억 달러로 평가받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이전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네덜란드 금융 분야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 예상된다.

또 네덜란드에서는 단타매매를 허용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주문을 내는 고빈도 거래 회사들이 런던을 대체할 유럽본부로 암스테르담을 선택하고 있다.

시카고의 라딕스 트레이딩(Radix Trading), 하드 에잇 트레이딩(Hard Eight Trading)과 휴스턴의 퀀틀랩(Quantlab), 뉴욕의 타워 리서치(Tower Research)2017년 네덜란드로 이전을 결정했다. 네덜란드에는 플로우 트레이더스(Flow Traders), IMC, 옵티버(Optiver) 등 세계적인 고빈도 매매 기업이 있으며, 이런 강점이 네덜란드를 거점을 물색하는 고빈도 매매 기업에게 업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유리하다.

EU는 지침을 개정해 비유럽권 증권회사들이 유럽에서 증권거래를 할 경우 유럽내 법인을 반드시 세우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면 영국에 유럽 지점을 두었던 미국 금융사들이 유럽지역에 지점을 세워야 하는데, 영국가 거리가 가깝고 미국과 시차가 적은 네덜란드를 선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침이 시행된 이후 마번 시큐리티(Mavern Securities), 점프 트레이딩(Jump Trading), DRW, 마코(Mako)가 지난해 여름에 런던에서 네덜란드로 이전했다. 이 지침 시행 당시 네덜란드 내 고빈도 매매 기업은 4곳에 불과했지만, 신생 기업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를 비롯해 27개의 기업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했다.

 

암스테르담 Zuidas 비즈니스 구역 /위키피디아
암스테르담 Zuidas 비즈니스 구역 /위키피디아

 

네덜란드 금융당국은 브렉시트후 다시 금융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미럴 판 브로운로븐(Merel van Vroonhoven) 네덜란드 금융감독청장은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금융 인프라의 이동은 하나의 혁명이라고 기대섞인 전망을 내놓으며, “현재 5%에 불과한 네덜란드 주식시장 점유율이 브렉시트후 30~40%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유럽 채권거래량의 95%가 브렉시트 이후 암스테르담으로부터 유통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17세기 암스테르담의 금융중심지 역할을 한 담(Dam) 광장. /위키피디아
17세기 암스테르담의 금융중심지 역할을 한 담(Dam) 광장.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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