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독선에 끝없이 추락하는 터키 리라화
대통령 독선에 끝없이 추락하는 터키 리라화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10.26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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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25% 하락, 1달러당 8달러 돌파…반서방, 민족주의 고양이 원인

 

터키 리라화가 바닥을 모른채 가라앉고 있다.

리라화는 26일 현재 1달러당 8리라를 넘어섰다. 연초 1달러당 6리라에서 출발한 환율은 지속적으로 올라가, 올들어서 25% 이상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환율과 통화가치는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리라화는 심리적 기준선을 넘어섰다.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국제외환시장의 분석이다.

 

터키의 돈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경제적 요인보다 정치적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 그 중심에는 레지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의 독선이 있다.

에르도안은 지난해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한 이후 그 공백을 이용해 시리아내 쿠르드 거주지역에 군대를 파견했다. 이에 미국은 터키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했다. 이때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에르도안 정권에 대해 불안한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웃나라와도 외교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터키는 동지중해에서 석유와 가스 탐사를 실시하면서 그리스, 키프러스와 마찰을 빚었고, 프랑스가 그리스 편에 섰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그리스와 키프러스를 도와 동지중해에서 군사훈련을 하면서 터키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올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터키에서 손을 떼고 빠져나가고 있다. 알자지라 통신에 따르면 올해 지금까지 외국인 자금 133억 달러가 터키에서 이탈했다.

 

터키 리라화 환율 추이 /자료=trading economics
터키 리라화 환율 추이 /자료=trading economics

 

에르도안의 좌충우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무력 충돌에 터키정부는 같은 투르크 민족인 아제르바이잔을 지지하고 나섰다. 아르메니아와 러시아는 터키가 이미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러시아제 방공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미국의 반대를 초래했다. 터키는 NATO 회원국인데 터키가 러시아 군사시스템을 사용하면 NATO의 군사정보가 러시아에 유출될수 있다고 미국은 경고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설전을 벌였다. 프랑스의 한 중학교 역사 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잔혹하게 살해된 뒤 마크롱 대통령이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를 표현의 자유로 옹호했다. 이에 에르도안은 마크롱에게 정신과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에르도안에게 용납할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외교적 갈등이 쌓이면서 외국인들이 터키를 피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터키의 외환보유액은 줄어들고 리라화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추진했다. 강력한 중앙집중제를 채택한 터키에서 중앙은행이 대통령의 의중에 반하는 정책을 취하기 어렵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터키 중앙은행은 드디어 924일에 기준금리를 8.25%에서 10.25%로 인상했다. 뒤늦은 금리인상이었지만, 리라화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외환딜러들은 이번달에도 2%P 정도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알자리라 통신은 현재의 리라화 폭락은 1999년 리라화 위기의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년전에 통화위기로 정권이 붕괴된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에르도안은 리라화 폭락을 위해 손을 써야 한다. 손쉬운 방법은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이 경우 가뜩이나 펜데믹으로 어려워진 경제가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다.

에르도안이 서방세계와의 타협을 모색하는 방법도 해결책의 하나다. 하지만 이 방법은 그의 지지율을 떨어뜨릴수 있다. 반서방운동으로 강한 민족주의를 주창하며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그로서는 경제가 무너지더라도 지지율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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