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콩고와 앙골라 해안일대를 지배하던 콩고왕국(Kingdom of Kongo)에서는 조개를 화폐로 사용했다.
콩고왕국에서는 금이나 은을 화폐로 사용하지 않고 조개 껍데기를 돈으로 사용했다. 이 왕국에서 돈으로 사용된 조개는 학명으로 올리벨라 나나(Olivella nana)라는 바다 달팽이 종류로, 현지에선 은짐부(nzimbu) 또는 짐보(zimbo)라고 불렀다.
이 조개는 현재 앙골라의 수도인 루안다(Luanda) 해안에 서식하며, 크기는 10mm~20mm 정도로 자그마하다. 껍데기는 검고 뿔이 반짝거린다. 이 조개 하나를 통화 1단위로 사용했다. 주1)
콩고왕국에서 이 조개는 법정통화(legal tender)였다. 조개 생산은 왕국이 독점했고, 개인이 채취하지 못하도록 했다.
15세기 이후 포르투갈이 콩고 해변에서 노예무역을 하면서 이 조개를 거래 통화로 사용했다. 콩고에선 금과 은이 거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포르투갈은 현지통화인 조개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개화폐의 통화가치는 닭 한 마리에 조개 300개, 양 한 마리에 2,000개였다. 남자 노예를 사려면 조개 3만개(은짐부), 여자 노예는 2만개였다. 포르투갈 상인들은 콩고왕국에 금이나 은, 옷가지를 주고 많은 양의 조개 껍질을 구해 노예를 샀다.
돈의 단위가 커질 때에는 광주리에 조개를 담아 광주리 단위로 거래했다. 40개, 100개, 250개, 500개 짜리 조개 광주리가 거래단위로 활용되었다. 고가 거래에서는 1,000개 조개를 푼다(funda), 1만개 단위는 루푸쿠(Lufuku), 2만개는 코포(kofos)라는 단위를 썼다.
콩고왕국의 왕은 지방에서 세금을 걷어 왕국을 유지했는데, 1640년대 네덜란드 방문자는 왕국의 세수가 은짐부 조개로 2,000만개에 이르렀다고 한다.
1651년 콩고왕국의 가르시아 2세(Garcia II) 왕은 조개화폐 생산지인 루안다를 포르투갈에 양도했다. 그후 콩고왕국은 조개 대신에 라피아(raffia)라는 야자수 나무로 만든 옷감을 화폐로 대용했다. 라피아 천을 냅킨 크기로 잘라 화폐로 썼는데, 그것을 음푸수(mpusu)라고 했다. 100음푸스는 노예 1명을 살수 있었다. 음푸수 헝겊 화폐의 통화가치가 은짐부 조개 화폐에 비해 수십배 상승한 것이다. 주2)
콩고의 조개 화폐는 콩고의 지배 영역을 넘어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베냉 지역, 중앙아시아 말리의 팀부쿠에도 사용되었다. 서아프리카에선 조개의 통화가치가 조개 생산지인 콩고에서보다 바싸게 거래되었다고 한다.
독일인 탐험가 하인리히 바르트(Heinrich Barth)는 중앙아프리카 차드호 인근의 보르투(Bornu) 왕국에서는 1850년까지 조개화폐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바르트의 기록에 따르면 보르누 왕국의 한 지방영주의 재산이 조개껍질 3,000만개에 이르렀고, 그 지역 남성 성인의 연봉은 조개 1,000개, 황소가 조개 1천개, 노예가 조개 2천개의 값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주3)
조개화폐는 50개 또는 100개씩 묶어서 거래되었는데, 계산을 할 때엔 낱개씩 세었다. 숙련된 상인은 5개씩 세기도 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20세기초까지도 조개화폐를 사용했다.
조개화폐는 지금부터 3000년전에 중국에서 사용되었고, 재화를 나타내는 한자에 ‘조개 패’(貝)가 획으로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고대 인도에서도 벵골지역에서 조개가 화폐로 사용되었다.
호주, 뉴기니, 인도네시아의 섬에서도 조개화폐가 사용되었고,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조개를 화폐로 사용했다.
주1) Wikipedia, Olivella nana
주2) Wikipedia, Kingdom of Kongo
주3) Wikipedia, Shell mon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