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에 걱정되는 유동성 잔치의 종말
포스트 코로나에 걱정되는 유동성 잔치의 종말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11.01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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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에 자산시장은 유동성 희열…돈줄 조일 때 부작용 대비해야

 

코로나 팬데믹이 자산시장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엔 등락을 거듭했지만, 주식시장이 연초대비 크게 달아올라 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규제를 코웃음친다. 주택구매를 누르면 전세시장이 오른다.

코로나 때문에 불경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쇼핑몰에 가보면 사람들이 발디딜틈 없이 북적거린다. 과거 호경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모두들 마스크를 썼을 뿐이다.

코로나 불경기를 우스갯소리로 만든 또다른 곳이 은행이다. 올해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이 달아오르고, 주식시장이 뜨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은행 창구로 달려갔기 때문이다. 은행의 돈놀이란 남의 돈을 빌려줘 예대마진을 먹는 것이다. 금리가 낮아져도 마진이 생긴다. 손님만 많이 찾아오면 돈이 돈을 버는 게 은행의 생리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KB금융, 신한금융이 3분기에 1조원대의 이익을 얻었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25%의 신장률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기는 좋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GDP 성장률은 1.9%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1분기 -1.3%, 2분기 -3.2%를 기록한데 이은 기저효과일 뿐이다. 올해 1~2%대의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하다.

 

경기 불황 속에 자산시장 호황은 투자자의 탓은 아니다. 투자자는 경제적 동물이기 때문에 이익이 나는 곳에 돈을 투자한다. 내돈이 없으면 은행에 가서 빌린다. 은행도 돈놀이 해서 좋고, 투자자도 부동산과 주식에서 돈을 버니 좋다. 이 윈-윈을 만들어 준 것이 코로나 팬데믹이고, 그 물꼬를 터준 주체는 정부와 중앙은행이다. 문제인 정부가 올들어 코로나 추경을 한 것만 네 번이다. 한국은행은 초저금리로 금융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은 금리를 인하한 한은 총재를 칭찬까지 했다. 정부와 한은이 서로 격려하며 돈을 풀어댔다. 그 덕분에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이 부도를 면한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자랑하듯 성장률이 OECD 국가중 상위권을 차지한 것도 맞다.

 

하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코로나 감염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두달 남은 올해말까지 종식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내년에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코로나는 끝나게 되어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에 대해 부채상환을 내년 3월까지 1년동안 연장해 줬다. 만약 이 조치가 없었다면 은행 부실은 커졌을 것이고, 은행들은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부채 상환유예조치는 영세사업자만 구한 게 아니라, 은행들도 1년간 면죄부를 주었다. 따라서 은행들은 유예된 상환액에 대해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 그러니 수익이 커진 것이다.

내년초에도 코로나가 끝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영세기업에 대해 부채상환 유예를 6개월 더 연장해야 할 것인가. 임기응변으로 그럴수도 있겠지만, 한꺼번에 부실이 몰려올 것을 대비해야 한다.

 

뉴욕 맨해튼 앞바다에 뜬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병원선 /위키피디아
뉴욕 맨해튼 앞바다에 뜬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병원선 /위키피디아

 

코로나로 인핸 불경기와 자산시장 거품은 우리나라만 아니다.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마찬가지다. 미국 Fed는 팬데믹 초기에 선제적으로 파격적인 제로금리를 운영했고, 연방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풀었다. 그 돈이 국제시장을 돌아다니며 주식시장을 들뜨게 했고, 부동산을 부추겼다. 미국에선 추가로 연방정부 차원의 구제금융이 논의되고 있다. 코로나가 진행되는한 국제적 유동성 잔치는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초기인 올해 3월에 국제금융시장의 참여자들은 대공황 이후 최대 경기침체 운운하며 겁을 줬다. 그 공포에 Fed가 떨었고, 미국 연방정부와 의회가 손발을 맞췄다. 아직도 그 공포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선지자라는 사람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거론하며 뉴노멀을 외친다. 그런데 뉴노멀, 뉴이코노미는 없다. 과거의 역사가 증명했다.

우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할 것은 뉴노멀, 뉴이코노미가 아니라 엄청난 유동성 잔치가 막을 내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Fed는 금리를 올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은도 덩달아 올려야 한다. 원화가치를 지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땐 거꾸로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부동산 대출이 잠기고, 주식담보대출도 줄어들게 된다. 무엇보다 은행부실이 커질수 있다. 더 이상 부채상환을 유예해줄 수 없는 여건이 된다.

 

물론 아직도 코로나를 걱정한다. 미국엔 감염자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유럽의 주요국들은 제2차 봉쇄를 단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상황이 1년 가까이 진행되어 왔다. 어느 시점에 팬데믹이 정점을 지나 가라앉을 때 포스트 코로나의 새로운 고통이 시작될 수도 있다. 장마때 가뭄을 걱정하듯, 코로나가 끝날 때를 대비해 이 광란의 돈찬지를 어떻게 가라앉힐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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