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왕실의 잔혹사…국왕의 네 번째 결혼
태국 왕실의 잔혹사…국왕의 네 번째 결혼
  • 김현민기자
  • 승인 2019.05.02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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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이혼하면서 갈등관계 노출…결혼·이혼에도 국왕의 절대권

 

헐리웃 영화 왕과 나’(The King and I)에서 태국 국왕을 연기한 율 브리너(Yul Brynner)가 영국인 미망인 가정교사를 연기한 데버러 커(Deborah Kerr)의 댄스 요청에 응해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어찌 감히 태국 왕실에서 여성이, 그것도 외국인이 국왕과 마주보고 춤을 출수 있겠는가. 영화의 배경이 된 라마 4(Rama IV, 재위 1851~1868) 때에는 물론이거니와, 150여년이 지난 지금도 불가능하다.

차크리 왕조 제10대 마하 와치랄롱꼰(Maha Vajiralongkorn, 67) 태국 국왕이 대관식에 앞서 자신의 근위대장과의 결혼을 발표했다. 태국 언론들은 국왕이 수티다 와치랄롱꼰 나 아유타야(41) 근위대장과 결혼했고, 그를 왕비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왕실 발표에 따르면, 와치랄롱꼰 국왕과 수티다 근위대장은 길한 시간으로 알려진 1일 오후 432분 왕궁인 두싯 궁전 암뽀른사딴 왕좌의 방에서 혼인신고와 관련 의식을 마쳤다.

사진을 보면 국왕은 수티다 왕비에게 상서로운 나뭇잎을 귀에 꽂아 주고 성수로 축복해 주었다. 왕비는 바닥에 엎드려 왕에게 꽃바구니를 건넸다.

태국은 국왕 앞에 누구나 엎드린다. 태국은 입헌군주국을 채택하고 있지만, 의식에서는 동양적 전제군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총리도 국왕 앞에서는 바닥에 엎드린다. 지엄한 국왕이 왕비에게 결혼을 명령하고, 왕비는 황송하게 왕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과 왕비인 수티다 근위대장이 1일 방콕의 두싯 궁전에서 결혼 의식을 하고 있다. /태국 왕실 페이스북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과 왕비인 수티다 근위대장이 1일 방콕의 두싯 궁전에서 결혼 의식을 하고 있다. /태국 왕실 페이스북

 

와치랄롱꼰 국왕의 결혼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전에 세 번의 결혼은 왕세자 때 치러졌고, 이번에 결혼한 왕비는 정식으로 태국의 국왕비가 되는 것이다.

와치랄롱꼰은 1952년 태국 왕궁에서 태어나 호주 캔버라의 공군사관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후 태국 공군 장교 복무했고, 방콕의 수코타이 탐마티랏 대학교에서 인문학 학위를 받았다. 19721228일 왕세자가 되었고, 1975년부터 태국 왕립 육군에서 장교로 복무했고, 1978년에 불교도의 관습에 따라 한해동안 승려가 되기도 했다.

20161013일 부왕 라마 9세가 향년 89세로 서거하자 그해 121, 라마 10세로 태국 국왕에 즉위했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과 왕비인 수티다 근위대장이 1일 방콕의 두싯 궁전에서 결혼 의식을 하고 있다. /태국 왕실 페이스북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과 왕비인 수티다 근위대장이 1일 방콕의 두싯 궁전에서 결혼 의식을 하고 있다. /태국 왕실 페이스북

 

그의 첫 결혼은 왕세자시절인 197713일 외가쪽 사촌 여동생인 소암사왈리 키티야카라(Soamsawali Kitiyakara)와 혼인이다. 첫 번째 결혼에서 공주 1명을 낳았다. 맏딸은 현재 41세로 새 어머니(왕비)와 동갑이다.

하지만 첫 번째 결혼은 순탄치 않았다. 왕세자는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1970년대말에 여배우인 유와디아(Yuvadhida Polpraserth)와 살았다. 유와디아와의 사이에 왕자 넷과 공주 등 다섯 아이를 낳았다. 왕세자는 세자비에게 이혼을 요청했지만 세자비가 거절했다. 몇 년간 그런 상태로 지나갔다.

와치랄롱꼰은 마침내 1993년 가정법원에 이혼을 제기했고, 세자비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세자비는 저항하지 않았다. 태국에선 국법으로 국왕과 왕세자를 비난할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은 이혼을 명령했다.

유와디아와의 결혼도 오래가지 않았다. 19942월에 결혼식을 올렸지만, 그녀는 정식 왕세자비로 책봉되지 못했다. 조선 왕실로 치면 정실인 비()가 아닌 빈() 쯤의 지위를 받았다. 하지만 유와디아는 저간의 사정을 꾹 참고 왕세자비로서 역할을 다하려 애썼다. 하지만 결혼한지 2년째 되는 1996년 두 번째 부인은 아이들을 데리고 영국으로 도망쳤다.

와치랄롱꼰 왕세자는 화가 나서 유와디아가 60살 되는 장군과 간통을 했다고 비난하고 이혼해 버렸다. 나중에 와치랄롱꼰은 아들과 딸을 영국에서 데려왔다. 유와디아는 다시 아들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버렸다.

세 번째 결혼 상대는 스리라스미(Srirasmi Suwadee)라는 평민이었다. 2001210일 왕궁에서 비밀리에 결혼식을 치렀지만 2005년초까지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20054월에 아들을 낳았다. 당연히 왕세지비로 책봉되고, 대외적으로 공포되었다.

하지만 201411월 와치랄롱꼰 왕세자는 궁내부에 편지를 보내 스리라스미와 그의 가족에 대한 왕실 지위를 박탈하라고 지시했다. 스리라스미는 곧바로 이혼당하고 지위가 박탈되었다. 그녀의 부모는 왕실모독죄로 체포되었다. 그는 정착비 조로 2억 바트(500만 달러)를 받고 왕궁을 떠났다.

 

차끄리 왕조 10대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 /위키피디아
차끄리 왕조 10대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 /위키피디아

 

와치랄롱꼰과 네 번째로 결혼한 수티다(Suthida)19786월생으로 국왕과 26살 차이가 난다. 타이항공 승무원을 거쳐 지난 2014년부터 현 국왕의 근위대장을 맡았다. 지난 2017년에는 비왕족 여성이 받을 수 있는 태국의 가장 높은 작위인 탄푸잉을 받기도 했다. 지난 3년 동안 근위대장을 하며 대중에 노출되었다.

와치랄롱꼰 국왕은 오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거행되는 대관식을 통해 작고한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뒤를 공식적으로 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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