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는 것…
이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는 것…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11.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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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살인자”, 박범계 “살려달라 하세요”, 이정옥 “성인지 학습”

 

정치인, 고위관료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부지불식간에 툭 내뱉는 말에 상대방이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실수라고 해명하더라도 일단 한 말은 주워담기 힘들다. 그런 말들은 잠재의식 또는 무의식 속에 잠복해 생각이 튀어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요즘 당정청, 권력의 핵심을 이루는 고위층들이 발언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에서 8·15 광화문집회 주동자들을 살인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집회 주동자들은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다. 살인자라고 고함을 쳤다고 한다. 게다가 질문을 한 야당 의원에게 국회의원이 어떻게 불법 집회를 옹호하느냐, 그 집회로 확진자가 600명 넘게 발생했고, 7명이 죽었다며 면박을 주었다고 한다.

노 실장은 자신의 발언이 너무 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과한 발언이라고 해명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고, 청와대 일을 조율하는 인사의 사고방식이 놀랍다. 광화문 집회자들은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방역 지침을 어긴 것은 사실이나 우리 국민이고, 우리 국민을 살인자라고 몰아붙이는 사고의 기저가 의심스럽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정치적 반대자가 정부 방침을 어겼다고 해서 살인자 운운할수 있다는 말인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사법위원회에서 어느 특정분야의 예산을 배정해달라고 요청하며 국회에서 잘 살퍼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박범계의원은 의원님, 살려 주십시오, 한번 하세요라고 여러차례 말했다고 한다. 삼권 분립의 헌법질서에서 국회의원은 사법부를 존중해야 한다. 게다가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이다. 예산을 쥐었다고 해서 여당 핵심인물로 거론되는 의원이 법원측 대표에게 저자세를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오만이다. 박 의원은 사과문을 냈다고는 하나, 여당 의원들의 잠재의식에 깔려 있는 단면을 드러낸 것 같아 씁쓸하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국회 예결위에서 내년에 치러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비용 838억원에 대해 국민들이 성인지에 대한 학습을 할 기회라고 말했다. 여성학자 출신의 장관으로선 개념 없는 답변이다. 피해자가 분명히 있고, 가해자는 여당 소속 단체장인데 그들로 인해 치러지는 보궐선거가 학습의 장이란다. 서울과 부산에 후보를 내겠다는 여당은 학습이 모자라는 사람들인가.

 

추미애 법무장관은 국회에서 검찰이 월성원전 1호기 폐쇄과정의 의혹에 대해 산업자원부와 한수원을 압수수색하자 정치인 총장이 정부를 공격하고 흔들기 위해 편파수사, 과잉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이어 청와대 압수수색을 수십회 하는 것들이 민주적 시스템을 공격하고 붕괴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누가 정치인이고, 누가 검찰을 정치화시켰는가. 추 장관은 요즘 아예 곤란한 질문에 답변도 않고, 사과는 아예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검찰이 사과하게 만들겠다고 역으로 날을 세웠다.

 

2019년 11월 10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 /자료=청와대
2019년 11월 10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 /자료=청와대

 

6일자 주요신문들은 노영민 실장의 살인자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사설을 냈다.

세계일보 사설은 청와대 권력의 독선이 도를 넘고 있다면서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는 막중한 자리다. 누구보다 진중한 언행이 요구되는 비서실장이 경제 실정(失政)까지 국민 탓으로 돌리는데도 대통령은 침묵만 할 것인가.”라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노 실장의 살인자발언은 정치적 반대편에 대한 이 정부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면서 연말·연초 개각과 함께 청와대 개편이 이뤄진다면 문 대통령은 품위 있고 사려 깊은 새 비서실장을 기용했으면 한다고 썼다.

조선일보 사설은 지금 살인자라는 말을 들어야 할 대상이 있다면 바다에서 떠내려온 우리 공무원을 구조하기는커녕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북한 김정은 정권일 것이라며, “김정은에게는 한마디도 못하는 정권이 우리 국민을 향해서는 서슴없이 살인자라고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노 실장의 발언은 이 정권 핵심부가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해 갖고 있는 증오에 가까운 시각을 여실히 보여 준다면서 북한이 서해상 우리 공무원을 죽인 명백한 살인 행위에 대해선 사망이라며 수위 조절에 급급해온 청와대가 자국민에 대해선 서슴없이 증오의 언어를 내뱉는 것을 보면 정권 핵심부가 최소한의 균형 감각과 절제마저 상실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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