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구름과 두물머리 어우러진 운길산 수종사
흰구름과 두물머리 어우러진 운길산 수종사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11.10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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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과 남한강 합류를 내려다보는 곳…시인과 묵객이 찾던 명승지

 

두물머리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태백산에서 흘러내린 남한강의 두 물이 머리를 맞대는 곳이다. 한자로 표시하면 이수두(二水頭) 또는 양수리(兩水里). 두물머리에서 북서쪽으로 쳐다보면 보이는 산이 운길산(雲吉山)이다. 구름이 멈춰 길()하다는 뜻이렸다.

 

운길산 올라가는 길의 숲 /박차영
운길산 올라가는 길의 숲 /박차영

 

우리는 운길산으로 향했다. 해발 610.2m, 서울 근교의 산으로는 그리 낮지 않은 산이다.

운길산역으로 가는 중앙선은 마지막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아침부터 가득했다. 한강을 따라 시원하게 개설된 자전거 도로는 사이클 애호가들을 양산했다. 그들이 사이클 하나씩 끼고 열차를 비좁게 했다.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업적이 한강변 사이클 도로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운길산역에 내려 아침겸 점심을 하고 산 입구를 찾았다. 입구표지가 헷갈리게 표시되어 물어물어 산의 초입을 찾았다.

산길은 그다지 험하지 않다. 그런데 지치게 했다. 평지길은 거의 보이지 않고 내내 오르막이다.

산은 지름길이 없다. 골짜기 길로 가든, 능선길을 가든, 그게 그거다. 우리는 능선을 탔다. 지리한 오르막이 계속되다가 한시간쯤 올랐을까, 7부능선 쯤 건너편에 수종사가 보인다. 옛사람들은 왜 절을 저리 높은데 지었을까.

 

운길산 능선에서 바라본 수종사 /박차영
운길산 능선에서 바라본 수종사 /박차영

 

중간중간 마음이 드는 곳에서 쉬었다가 다시 올랐다. 멀리 두물머리가 보인다. 마침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라, 한강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렇지만 북한강 줄기와 남한강 줄기가 모이는 게 눈에 들어왔다. 팔당호다. 댐을 만들었기에 물이 만나는 곳이 호수가 되었다.

250년전에 다산 정약용(丁若鏞)이 두물머리에 살았을 때엔 두 물이 만나는 곳이 저렇게 크진 않았을 것이다. 정약용은 22살 나이에 운길산에 올라 상운길산’(上雲吉山)이란 시를 남겼다. 그 시에서 다산은 올라온 길이 까마득히 보이고/ 구름과 노을은 이미 두터워라/ 조그맣게 보이는 저 부암은/ 지난날 내가 지났던 곳”(漭杳來時逕, 雲霞已厚積秋毫彼鳧巖, 曩我煩杖舃)이라 썼다.

 

운길산 정상 /박차영
운길산 정상 /박차영

 

운길산 정상에는 나무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건너편에 애봉산(683m)이 보인다.

운길산 정상에서 수종사(水鍾寺)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다. 우리가 오른 산이 이렇게 높았나, 깜짝 놀랄 정도로 내리막이 심했다.

수종사 일대는 경관이 좋아 국가가 지정한 명승 109호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를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예부터 많은 시인묵객들이 수종사에서 바라본 풍광을 시··화로 남겼다. 조선초기 문신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은 수종사를 동방에서 제일의 전망을 가진 사찰이라 했다. ·여름·가을·겨울 연중 내내 신록·단풍·설경이 신비스럽고, 일출·일몰·운해 등 어느 시간의 풍광이라도 대단히 아름다운 전망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겸재 정선(1676~1759)의 그림 독백탄(獨栢灘)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수종사에서 바라본 운해(雲海) /문화재청
수종사에서 바라본 운해(雲海) /문화재청

 

정약용은 일생을 통해 수종사에서 지낸 즐거움을 군자유삼락’(君子有三樂)에 비교할 만큼 좋아 했고, 초의선사가 정약용을 찾아와 한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차를 마신 장소이기도 했다.

현재 수종사는 삼정헌(三鼎軒)이라는 다실을 만들어 차 문화를 계승하고 있고 있다.

 

수종사 전경 /문화재청
수종사 전경 /문화재청

 

수종사는 조계종 소속으로 봉선사(奉先寺)의 말사로, 창건 연대는 확실하지 않다. 1439(세종 21)에 세워진 태종의 다섯째 딸 정의옹주의 부도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일 것으로 추정되며, 1458(세조 4)에 왕명으로 크게 중창되었다.

수종사에는 세조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세조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금강산(金剛山) 구경을 다녀오다가, 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어 깊은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종소리가 들려 잠을 깨어 부근을 조사하게 하자, 뜻밖에도 바위굴이 있고, 그 굴속에는 18나한(羅漢)이 있었다. 굴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나왔으므로,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사(水鍾寺)라고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수종사에서 바라본 두물머리 /박차영
수종사에서 바라본 두물머리 /박차영

 

문화재로 보물 제259호인 사리탑 사리장엄구가 있고, 석조부도탑(石造浮屠塔)에서 발견된 청자유개호(靑瓷有蓋壺)와 그 안에 있던 금동제9층탑(金銅製九層塔)와 은제도금6각감(銀製鍍金六角龕) 3개 유물이 있다.

대웅보전 앞에서 동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허름한 불이문(不二門)이 있다. 불이문 옆에는 키 40m, 둘레가 7m 이상 되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버티고 서 있다. 세조가 수종사 중창을 마치고 기념으로 심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그 전설이 사실이라면 은행나무의 수령은 500년을 넘었다는 얘기다.

 

수종사의 8층석납과 부도 /박차영
수종사의 8층석납과 부도 /박차영

 

수종사를 내려 오니 짧은 가을 해 탓인지 어둑어둑해졌다. 우리는 맛 있게 저녁을 먹고 집에 가기 위해 운길산역으로 향했다.

 

세조가 심었다는 5백년 된 수종사의 은행나무 /박차영
세조가 심었다는 5백년 된 수종사의 은행나무 /박차영

 

서거정이 지은 수종사라는 시를 옮긴다.

가을이 오매 경치가 구슬퍼지기 쉬운데/ 묵은 밤비가 아침까지 계속하니 물이 언덕을 치네/ 하계(下界)에서는 연기와 티끌을 피할 곳이 없건만/ 상방(上方, ) 누각은 하늘과 가지런하네/ 흰구름은 자욱한데 뉘게 줄거나/ 누런 잎이 휘날리니 길이 아득하네/ 내 동원(東院)에 가서 참선이야기 하려 하니/ 밝은 달밤에 괴이한 새 울게 하지 말아라

 

수종사 대웅보전 /박차영
수종사 대웅보전 /박차영
운길산 등산로
운길산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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