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이 유럽 최초로 해양국가로 나선 것은 어느날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1139년 포르투갈 제1왕조를 연 아퐁소 1세는 해군을 창설했고, 1297년에 디니스 왕은 무역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상선대를 강화했으며, 1293년에 포르투갈 상인들은 해상보험 제도를 만들었다. 포르투갈인들은 일찍부터 무역활동에 나서 와인, 마른 과일, 소금, 가죽, 염색 의류를 영국과 플란더스, 북유럽, 이탈리아에 수출하고, 갑옷과 화약, 상품, 고급 옷감을 수입했다.
해군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의 인재도 수혈받았다. 디니스 왕은 1317년에 제노바 출신 마누엘 페사나(Manuel Pessanha)를 거액의 연봉을 주고 해군사령관으로 영입했다. 페사나는 이탈리아의 우수한 해양기술을 전수했고, 카스티야와의 전투, 모로코의 세우타(Ceuta) 공격(1341년)을 승리로 이끌었다. 페사나의 본보기는 유럽 전역에서 유능한 뱃사람들이 포르투갈로 이동하게 했다.
15세기에 엔리케 왕자의 지원으로 삼각돛으로 바람을 거슬러 항해할수 있는 캐러벨(caravel) 선이 개발되었다. 그들은 대서양에 무역풍이 부는 방향을 파악했고, 별자리를 관측해 방향을 판단하는 기술을 습득했다. 특히 지도에 관심이 많았다. 15세기에 포르투갈인들은 유럽 각국의 지도학 정보를 구하고, 항해를 통해 얻은 지식을 결합해 세계지도를 그려냈다. 특히 아프리카에 대해선 거의 정확한 지도를 그렸다. 주1)
항해왕자 엔리케(1394~1460)가 죽은 후에도 포르투갈 뱃사람들의 모험은 계속되었다. 그들은 한번에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까지 가지는 못했다. 수십년이 걸렸다. 1년에 평균 위도 1°씩 남하했다. 앞서 그린 지도 위에 뒷사람이 새로운 지도를 그렸다. 세네갈 해변이 나오고 카보베르데(Cape Verde) 해안이 열렸다. 1445년엔 모리타니아 해안에 무역 거점이 형성되었고, 그곳에 가공공장이 만들어졌다. 1460년대엔 시에라레온에 이어 기니만에 도달했다.
1469년 국왕 아퐁소 4세는 상인 페르낭 고메스(Fernão Gomes)에게 기니만의 무역독점권을 주고 아프리카 서해안을 1년에 500km씩 남하하도록 명령했다. 고메스가 고용한 탐험대는 마침내 적도를 지나 남반구로 향하게 되었다. 그들은 적도 근처 상투메프린스페(São Tomé and Príncipe) 섬에 식민도시를 건설했다. 이어 기니만으로 들어가 황금해안(Gold Coast)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사금이 채취되었다. 고메스는 현재 가나 엘미나(Elmina)에 요새를 짓고 금과 노예 무역을 전개했다.
포르투갈은 아프리카 노예시장을 독점했고, 노예가 포르투갈에 쏟아졌다. 1년에 800명의 흑인노예가 리스본으로 끌려가 거래되었고, 얼마 안가 포르투갈 인구의 10%를 흑인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포르투갈인들은 아프리카 해안을 탐험하면서 곳곳에 파드랑(padrão)이란 석조기념비를 세웠다. 현지 흑인왕국들은 전쟁 포로, 또는 납치를 통해 노예를 사로잡아 포르투갈 상인에게 팔았다. 포르투갈의 해안요새는 무역 거래의 시장이 되었다.
1482년 디오고 캉(Diogo Cão)이 콩고강을 발견하고, 이어 나미비아의 남회귀선에 이르렀다.
아비스 왕조의 4대 국왕 주앙 2세는 해외 탐험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바르톨로뮤 디아스(Bartolomeu Dias)와 페루 다 코빌량(Pêro da Covilhã)에게 별도의 명령을 내렸다. 디아스에겐 아프리카 서해안을 남하하고, 코빌량에겐 홍해를 건너라고 명령했다. 목적은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소문으로 떠도는 프레스터 존(Prester John)의 기독교 국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코빌량은 지중해를 거쳐 이집트 시나이 반도를 지나 홍해와 인도양을 건너 1489년에 인도 캘리컷( Calicut)에 도착했다. 그는 후에 희망봉을 돌아 인도에 도착한 바스코 다가마보다 9년 일찍 인도를 탐험한 포르투갈인이다. 코빌량은 인도 고아를 들렀다가 인도양을 지나 아프리카 모잠비크와 마다가스카르까지 갔다가 돌아서 이집트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를 들러 포르투갈로 귀국했다. 주2)
같은 시기, 바르톨로뮤 디아스도 왕명을 받고 아프리카 서해안을 남하했다. 바다는 거칠었다. 디아즈의 원정대는 해안의 파도를 피해 멀리 대해로 나가 행하를 계속했다. 며칠동안 해안을 발견하지 못하다가 1488년 5월에 마침내 아프리카 남쪽 끝의 곶(cape)를 발견했다. 디아스는 폭풍에 시달리며 발견했기에 그곳을 폭풍의 곳(Cape of Storms )이라고 이름 지었지만, 주앙 2세는 인도양을 건너갈 희망을 얻었다 해서 희망봉(Cape of Good Hope)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디아스의 희망봉 발견은 고대 로마제국의 지리학자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미(Claudius Ptolemy)의 견해를 뒤엎는 것이었다. 프톨레미는 인도양과 대서양은 분리되었다고 주장했다. 디아즈의 희망봉 발견과 코빌량의 아프리카 동해안 탐험을 이어주는 일만 남았다. 주3)
1492년 카스티야와 아라곤의 왕가가 결혼하면서 스페인 왕국을 형성했다. 그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스페인 국왕의 지원을 받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
이 소식을 듣고 포르투갈의 주앙 2세는 콜럼버스가 발견한 땅이 카나리아 제도 이남에 있는 곳이므로, 양국간 협약에 따라 포르투갈령이라고 주장했다. 후앙 2세는 그 땅을 내놓지 않으면 군대로 해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스페인은 포르투갈을 제압할 정도의 군사력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교황청에 중재를 요청했다. 교황 알렉산더 6세는 아라곤, 즉 스페인 출신이었으므로 스페인에 유리하게 해양의 경계를 그으려 했다. 포르투갈이 강하게 어필했고, 1494년에 교황의 중재로 두 나라가 세계 해양을 절반으로 나누는 토르데시야스 조약(Treaty of Tordesillas)을 체결했다. 이로써 세계의 대양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양분하게 된다. 주4)
조약에 의해 포르투갈은 아프리카, 인도, 동아시아, 브라질의 영유권을 얻었다. 하지만 조약 체결 당시 포르투갈이 도착한 곳은 고작 아프리카 희망봉이었다. 그 뒤의 일은 바스코 다가마(Vasco da Gama)와 페드루 알바레스 카브랄(Pedro Álvares Cabral)에 의해 개척되었다.
바스코 대가마의 원정대는 1497년 7월 4척의 함대에 170명을 태우고 포르투갈을 떠났다. 이 함대에는 앞서 아프리카 동해안을 탐함한 디오고 캉을 동반했다.
원정대는 3개월만에 희망봉에 도착했고, 이어 희망봉을 처음으로 돌았다. 그들은 아프리카 동해안을 따라 북진해 모잠비크, 몸바사에 기항했다가 계절풍을 기다려 인도양을 건넜다. 디아스의 함대는 이듬해인 1498년 5월 20일에 무사히 캘리컷에 도착했다. 마침내 포르트갈의 뱃사람들은 꿈에도 그리던 인도 항로 개척에 성공한 것이다.
2년 후인 1500년 페드루 알바레스 카브랄은 국왕의 명령을 받아 인도로 가는 함대 사령관을 맡았다. 13척에 1,500명을 실은 그의 선대는 아프리카 서쪽 해상을 남하하던 중에 150명을 태운 배 한척이 실종되었다. 남은 선대는 실종선을 찾아 헤메다가 적도 이남으로 내려가다가 기수를 돌렸는데 바다에 해초가 떠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육지가 가깝다는 것을 알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곳은 뭍이었다. 그해 4월 그들은 뭍에 내렸는데, 그곳은 브라질 땅이었다. 카브랄은 그곳을 포르투갈의 영토라고 선언하고 대서양을 횡단해 인도로 갔다. 카브랄의 우연한 항해가 브라질을 발견한 동기였다.
주1) Wikipedia, Portuguese discoveries
주2) Wikipedia, Pêro da Covilhã
주3) Wikipedia, Bartolomeu Dias
주4) Wikipedia, Treaty of Tordesill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