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한국에 “인도-태평양 안보 핵심축” 강조
바이든, 한국에 “인도-태평양 안보 핵심축” 강조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11.1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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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통화…대중 포위전략에 동참 요청한 듯, 북핵해결 확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9시부터 14분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를 했다.

청와대는 전날 언론에 흘려 대통령과 미국 차기대통령과 통화 사실을 알렸고, 국영통신사 연합뉴스는 이날 오전 대통령의 통화가 시작됐다는 뉴스를 인터넷판 머릿기사로 올렸다. 강경화 외무장관이 앞서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당선인측에 줄을 대려고 했지만 별반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청와대 입장에선 대통령의 통화회담을 널리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통화시간은 14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통역시간을 빼면 7분 정도, 양국간 현안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눌 시간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공개한 통화 내용 가운데 눈에 띠는 대목은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핵심축(linchpin)”이라고 한 발언이다.

미국은 대외정책에 관해선 공화·민주당 간에 큰 차이가 없다. 바이든의 이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 이어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할 것을 시사한 것이고, 한국이 참여해 중요한 역할을 해 달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여 진다.

트럼프 정부는 선거전인 10월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일본으로 보내 일본, 인도, 호주와 함께 쿼드(Quad) 회의를 열고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관해 의논했다. 우리 정부는 이 회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아마 중국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한국은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왔고, 폼페이오는 한국 방문을 취소했다.

린치핀(linchpin)은 바퀴 등 주요 부품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중요한 핀을 말한다. 바이든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거론했다. 인도-태평양이 둘러싼 그 한복판에 중국이 있다. 한국이 대중국 포위망에서 주요국들의 안전핀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바이든은 한국의 린치핀 역할을 강조하면서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확고히 유지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중국 포위망과 북핵 해결을 같은 맥락에 두겠다는 표현이다.

바이든은 일본, 호주 정상과의 전화에서도 동맹을 강조했다. 일본에겐 주춧돌(cornerstone)이란 표현을 썼다고 한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일본, 호주를 연결하는 동맹국에 한국이 안전핀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사진=청와대, 위키피디아
사진=청와대, 위키피디아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이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바이든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한미동맹, 북핵 문제,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미 대선 결과는 바이든 당선인의 오랜 국정 경험과 탁월한 리더십, 그리고 명확한 비전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높은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이 줄곧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특히 오늘 미국 재향군인의 날(11.11)에 필라델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최근에는 직접 우리 언론에 기고문을 보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한 바 있음을 상기하면서 한미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당선인의 높은 관심과 의지에 사의를 표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 70년간 민주주의, 인권 등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며 한반도와 역내 평화, 번영의 기반이 되어온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바이든 당선인과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문대통령에게 앞으로 코로나19 대응, 보건안보, 세계경제 회복, 기후변화, 민주주의,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가 긴밀히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특히 코로나19와 관련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날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한국이 매우 훌륭하게 코로나에 대응해 온 데 대해 문 대통령께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미국이 한국과 같이 대응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다행히 백신이 개발되고 있어 길이 열리고 있으며, 지금부터 신행정부 출범 시까지 코로나 억제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취임 이후 가능한 조속히 만나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고 강민석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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