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사⑥…16C 세계해양패권 장악하다
포르투갈사⑥…16C 세계해양패권 장악하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11.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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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료무역 독점…디우전투 이후 인도양 석권, 아시아에서 교역확대

 

16세기는 포르투갈이 세계의 패권을 쥔 시기였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브라질), 아시아의 바다는 포르투갈의 것이었다. 1498년 바스코 다가마가 인도항로를 개척하고, 1500년 페드루 카브랄이 브라질을 발견한 이후, 당시 인구 100만에 불과한 포르투갈은 전세계 해안에 요새를 만들었다. 동남아시아와 인도의 향료는 포르투갈이 독점했고, 아프리카에선 노예무역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이 시기에 유럽 대륙은 종교 갈등으로 전쟁과 내란에 허우적거렸고 이슬람의 종주국 오스만투르크의 침략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포르투갈은 이런 소란에서 벗어나 카톨릭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션교라는 이름으로 식민지 개척에 나섰다. 모험적인 제주이트 선교사들이 먼저 미지의 대륙에 갔다. 그 다음 포르투갈군이 그 땅에 진주했다.

 

16세기 포르투갈의 해상 패권 /위키피디아
16세기 포르투갈의 해상 패권 /위키피디아

 

다가마의 인도 개척 이후 1500~1510년 사이에 동아프리카의 현지왕국들을 제압했다. 킬와( 케냐), 브라바(소말리아), 소팔라(모잠비크), 몸바사(케냐), 마다가스카르에 포르투갈 요새가 들어섰다. 에티오피아에도 선교사가 파견되었다. 그곳은 포르투갈 역대 왕이 찾던 전설의 프레스터 존(Prestor John)이 다스리는 기독교 국가로 인식되었다.

1500년 브라질을 발견한 카브랄이 인도 서해안 캘리컷(Calicut)에 도착해 현지 영주의 허락을 얻어 가공공장을 짓고 주둔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곧이어 현지인들의 공격을 받아 주둔군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포르투갈군은 캘리컷을 포기하고 북쪽의 코치(Kochi)로 가서 현지 정부의 협조로 요새를 만들고 1503년에 성 프란시스 성당을 지었다.

이어 1505, 국왕 마누엘 1세는 프란시스코 데 알메이다(Francisco de Almeida)를 초대 인도 총독으로 임명하고, 코치를 본부로 삼았다. 1)

 

포르투갈이 인도에 처음으로 세운 코치의 성 프란시스 성당 /위키피디아
포르투갈이 인도에 처음으로 세운 코치의 성 프란시스 성당 /위키피디아

 

아프리카 동해안과 인도 서해안에 요새를 구축한 뒤, 포르투갈은 아라비아 반도를 공격했다. 1506년 포르투갈 함대는 홍해 입구에 있는 소코트라(Socotra) 섬을 포격해 빼앗고,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오만의 무스카트(Muscat)와 아덴을 차지했다. 이어 인도 남쪽 실론섬의 콜롬보에도 요새를 건설했다.

인도항로를 개척한지 10년도 못되어 포르투갈은 인도양을 빙 둘러싸며 요새를 형성하게 되었다. 포르투갈에겐 인도양이 새로운 대양이고 신천지였지만, 그 바다는 오래전부터 아랍과 페르시아, 인도의 무역선이 활발하게 오가고 중국의 정화(鄭和) 함대가 다녀갔던 곳이다. 주인이 있는 곳에 새로운 세력이 들어 왔으니,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15092, 인도 디우에서 동양과 서양의 해상 패권을 다투는 전투가 벌어졌다. 이름하여 디우 전투(battle of Diu).

상대방은 이집트의 맘루크 정권과 인도의 구자라트 술탄국이었다. 모두 이슬람 국가였다. 오스만투르크가 이집트와 구자라트를 지원했고, 이탈리아의 베니치아공화국이 홍해 이권을 지키기 위해 포르투갈의 적진에 붙었다.

병력수로는 이슬람 연합군이 우세했다. 이슬람 연합이 동원한 선대는 200척 가까이 되었고, 포르투갈 전함은 18척에 불과했다. 병력 수도 이슬람 4,000~5,000여명, 포르투갈은 800명에 힌두교 지원병 400명이 합쳐졌다.

전투는 포르투갈의 압승으로 끝났다. 포르투갈 전함의 장거리포는 노를 저어 움직이는 이슬람 배가 접근도 하기 전에 파괴시켜버렸다. 인구 100만명의 포르투갈이 동양의 패자 오스만투르크와 인도 연합군을 제패했다.

이 전투는 동양과 서양이 인도양에서 싸운 첫 해전이다. 이후 인도양의 패권은 포르투갈에게 넘어가게 된다.

디우 전투에 승리하고, 1510년에 포르투갈은 인도 고아를 점령해 인도 교역의 본거지로 삼았다. 디우(Diu)와 고아(Goa)는 영국이 인도를 지배할 때도 포르투갈령으로 남아 있었다. 영국은 윈저조약(1385) 이후 포르투갈과 오랫동안 동맹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

 

디우전투도 /위키피디아
디우전투도 /위키피디아

 

인도양을 제패한 후 포르투갈은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말레이시아 반도의 말라카(Malacca)는 당시 동양의 무역중심지였다. 중국 명나라에서 오는 물산과 페르시아, 아랍, 인도 상인이 모여 향료를 거래했다. 중국은 말라카에 주재관(官廠)을 파견해 무역을 관리하고 있었다. 에티오피아 상인들도 왔는데, 이들은 향료를 홍해를 통해 베네치아에 팔았다.

인도 총독 아폰소 데 알부커키(Alfonso de Albuquerque)는 말라카에 엄청난 향료시장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1511년 알부커키는 17~18척의 전함에 1,200명의 군대를 싣고 말라카로 쳐들어갔다. 824일 포르투갈군은 말라카를 점령하고, 인도, 중국, 버마 상인들을 쫓아내고 이슬람을 대량학살했다. 포르투갈 병사들의 폭력적 행동에 아무도 말라카를 찾지 않게 되고 그곳의 향료시장은 고사되었다.

알부커키는 인도네시아 반다 열도(Banda Islands)에 향료가 생산된다는 소식을 듣고 부하들을 파견해 그곳을 찾으라고 했다. 그의 부하 중에 프란시스코 세랑(Francisco Serrão)이란 선장이 있었다. 그는 1512년 인도네시아 섬을 돌아다니다가 난파했다. 그곳에서 그는 향료가 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섬이 몰루카 열도(Moluccas islands)였다. 세랑의 곁엔 사촌인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이 함께 했다. 마젤란은 향료가 돈이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귀국해 포르투갈 왕에게 향료 섬을 찾아 탐험에 나서겠다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이어 스페인으로 건너갔다. 3)

 

인도에서 수행원을 대동하고 이동하는 포르투갈 귀족 /위키피디아
인도에서 수행원을 대동하고 이동하는 포르투갈 귀족 /위키피디아

 

향료는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후추 1킨탈을 12 두카트에 사서 4 두카트의 비용으로 운반해 유럽에서 32 두카트에 팔았다. 포르투갈 왕실은 향료 무역에서 두배나 많은 이문을 남겼다. 정향, 육두구가 몰루카 열도 암본(Ambon)에서 생산되고 거래된다는 세량의 보고에 포르투갈은 1513년 암본에 요새를 건설하고 병력을 주둔시켰다.

포르투갈 함대는 향료를 찾아 암본 이외에도 인도네시아와 태평양 일대를 뒤지고 다녔다. 그들은 태국(Siam)에 외교사절을 보내고 뉴기니, 중국 해역까지 돌아다녔다.

 

1521년 마젤란이 스페인 국왕의 지원을 받아 세계를 일주하고 필리핀에 도착했다. 이어 1525년에 스페인은 향료의 섬을 찾아 탐험대를 파견했다. 대서양에는 1494년 토르데시야스 조약(Treaty of Tordesillas)에 의해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경계가 그어졌는데, 태평양에는 그런 경계가 없었다. 조약을 체결할 당시 유럽인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고, 금을 그으면 세계가 나눠질줄 알았다. 하지만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양방향에서 대양을 원정하다보니 태평양과 아시아에서 만나게 되었고, 또다른 경계선을 그을 필요가 생겼다. 이 경계선을 긋는 조약이 1529년에 체결된 사라고사 조약(Treaty of Zaragoza)이다.

 

아라비아 반도 바레인의 포르투갈 요새 /위키피디아
아라비아 반도 바레인의 포르투갈 요새 /위키피디아

 

포르투갈은 중국 해역도 기웃거렸다. 말라카에 주둔하던 죠르주 알베라스(Jorge Álvares)는 바닷길로 중국을 방문한 첫 유럽인이었다. 그는 15135월 중국 광조우(廣州)에 도착했고, 이어 인도 총독은 중국과의 교역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처음에는 중국이 포르투갈인에게 우호적이었지만 포르투갈 병사들이 약탈과 납치를 일삼게 되자 적대관계로 변하게 되었다. 당시 명나라는 왜구와 자국 해적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포르투갈은 이들 해적을 척결해주는 조건으로 1551년에 마카오 조차를 인정받았다.

일본에선 1570년에 나가사키에 조그마한 땅을 얻어 상관을 설치했다. 포르투갈은 1634년에 일본 나가사키 데지마(出島)에 상관을 개설했다. 4)

 

포르투갈은 15세기말과 16세기초에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와 래브라도에 탐험대를 보내 요새를 만들고 주민을 식민했다. 하지만 인디언의 공격을 받아 요새를 유지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곧바로 철수했다.

브라질에선 식민에 성공했다. 곧이어 현지에서 금과 은이 발견되었고, 이민자가 급증했다. 서아프리카에선 콩고왕국을 지원한 덕분에 루안다(앙골라 수도)를 얻어 노예 무역의 거점으로 삼았다.

하지만 포르투갈 본국의 역량으로 방대한 해양대국을 유지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다. 17세기 들어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가 해운대국으로 성장하면서 포르투갈의 해외 식민지를 잠식하게 되었다.

 


1) Wikipedia, Portuguese discoveries

2) Wikipedia, Battle of Diu (1509)

3) Wikipedia, Maluku Islands

4) Wikipedia, Portuguese Emp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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