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잉글랜드 초기 청교도의 위선 그린 ‘주홍글씨’
뉴잉글랜드 초기 청교도의 위선 그린 ‘주홍글씨’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11.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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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짓고 영원히 주홍글씨 낙인 찍힌 남녀…종교적 완벽주의 비판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 뉴잉글랜드에 도착한 영국의 청교도들은 종교의 자유를 서약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이 구상한 이상 사회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후, 헤스터 프린(Hester Prynne)이란 젊은 여인이 남편보다 일찍 보스턴에 건너와 살다가 젊은 목사 아서 딤즈데일(Arthur Dimmesdale)과 사랑을 나누고 펄(Pearl)이란 사생아를 낳게 된다.

헤스터는 그가 간통한 상대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헤스터는 주홍글씨로 된 'A(adultery)'자를 가슴에 달고 많은 구경꾼이 모인 가운데 교수대 위에 서서 조롱을 받았다. 평생 그 글자를 달고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그 때 뒤늦게 뉴잉글랜드로 건너온 남편 로저 칠링워스(Roger Chillingworth)가 간통죄를 짓고 교수대 위에 서 있는 아내 헤스터를 발견하게 된다. 남편은 아내를 간통한 남자가 목사임을 알고 복수를 계획한다.

가슴에 주홍글씨를 달고 사는 헤스터는 꿋꿋하게 살아나간다. 하지만 그녀와 간통한 목사 딤즈데일은 성직자 지위를 유지하느냐, 죄를 고백하느냐를 고민하며 괴로워 한다. 마침내 딤즈데일은 군중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회개한다. 그는 영혼의 구원을 받지만 곧바로 죽는다. 헤스터도 사람들 눈에서 벗어나 잠적하다가 마침내 숨을 거둔다. 그의 비명(碑銘)에는 검은 바탕에 "주홍글씨"라가 새겨진다.

 

헤스터 프린이 사생아 펄을 안고 있는 그림. /위키피디아
헤스터 프린이 사생아 펄을 안고 있는 그림. /위키피디아

 

소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는 미국의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1850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배경은 뉴잉글랜드 식민지가 개척된 직후인 1642~1649. 소설은 당시 어둡고 준엄한 청교도 사회에서 간통이란 죄를 지은 사람들의 심리를 그렸다. 작가 호손도 매사추세츠 출신이고, 그도 청교도였다.

 

주홍글씨 초판 /위키피디아
주홍글씨 초판 /위키피디아

 

종교는 신의 이름으로 인간을 구속한다.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에덴동산은 자유로웠고, 이상 사회였을까. 아담과 이브는 하느님의 계율을 어긴 죄로 고통을 받는다.

종교의 박해를 피해 이상사회를 건설하려던 메이플라워 이민자들은 보스턴에 이상사회를 건설하려 했다. 그러나 그 사회도 청교도 규율로 사람들을 얽매는 구속 사회였다. 신이 지배하는 뉴잉글랜드에 목사와 젊은 여자의 하룻밤 사랑은 비극을 초래했다.

간통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참으로 넌센스의 일이다. 하지만 그때 뉴잉글랜드에선 그랬다. 청교도 윤리로 뭉쳐진 사회는 간통자들에게 영원히 뗄수 없는 주홍글씨를 새겼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이성이 인간을 완전하게 지배하지 않는다. 아담과 이브도 그랬다. 헤스터 와 딤즈데일도 그랬다. 진정으로 사랑했건, 하룻밤의 과오이건, 그들은 그 일로 인해 영원히 낙인이 찍혔다. 회계와 죽음만이 살길이었다.

완벽한 종교적 이상사회가 있을까. 영원한 에덴동산이 있을까. 호돈은 주홍글씨에서 그런 의문을 제기했다.

주홍글씨 A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상징한다.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순결이란 없다. 하지만 사회는 그 걸 원한다. 지배층은 중교를 앞세워 도덕을 요구한다. 사회에서 일탈한 사람에게 A자가 아니라도 어떤 형태든 주홍글씨를 새기려 든다. 뉴잉글랜드의 지사 리처드 벨링엄은 그런 사람이었다.

헤스터의 남편 로저 칠링워스가 복수하려는 것은 아내의 불륜을 질투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여성의 남편이란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그 원인을 제공한 목사에게 복수를 하려 했다.

호손의 주홍글씨는 발간될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한다. 영국 작가 로런스(D. H. Lawrence)미국인 상상력의 완벽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너새니얼 호손 /위키피디아
너새니얼 호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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