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지 로타리는 헐리고 배호의 노래만 남아
삼각지 로타리는 헐리고 배호의 노래만 남아
  • 김현민기자
  • 승인 2019.05.03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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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배호의 노래와 함께 준공돼 1994년 철거…한때 서울의 명물

 

삼각지 로타리에 궂은 비는 오는데

작고한 가수 배호가 1967년에 내놓고 히트한 노래다. 나이 지긋한 분들은 이 노래를 기억한다.

노래 가사 속에 등장하는 삼각지 로타리는 어디에 있는가.

서울 지하철 4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역이 삼각지역이다. 그런데 지금 삼각지는 로타리가 없다. 도로명으로 용산구 한강로1. 삼각지 로타리 고가도로는 뜯기고 지하철과 역이 생긴 것이다.

 

삼각지 입체교차로 /용산구
삼각지 입체교차로 /용산구

 

삼각지(三角地)란 지명은 1905년 경부선 철도가 건설된 이후 한강, 서울역, 이태원 방면으로 통하는 세모진 땅이라는 데에서 나오는 지명이지만 현재는 원효로 방면을 합하여 사각지라고 해야만 마땅할 것이다. 초기엔 철도를 건너는 건널목이 있었지만, 1939년에 로터리가 형성되었다.

1966년 당시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은 김현옥 서울시장이 삼각지에 입체교차로 신설을 발표했다. 196715일에 착공해 그해 1227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김현옥 서울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통되었다.

서울역·이태원·원효로 방면의 교통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건설된 삼각지 입차교차로는 폭 7.5~16m, 길이는 교량 부분 674m와 옹벽 부분 411m를 합해 총 1,085m이었다. 공사비는 19,1739,000원이 투입되었다. 이후 보완공사를 실시해 폭을 10.4~16m로 확장하고, 연장도 교량 부분 1,745m, 옹벽 부분 535m, 2,280m로 확장했다.

 

삼각지 로타리를 간판에 내건 인근 업소 /김현민
삼각지 로타리를 간판에 내건 인근 업소 /김현민

 

삼각지 고가 로타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든 입체교차로였다. 차량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게 설계되었고, 이를 삼각지 로타리라고 불렀다. 1974년 용산구청 방향에서 철도를 건너는 고가도로가 건설되었다. 삼각지로타리는 서울의 명물로 알려지게 되었다.

삼각지 입체교차로는 클로버형으로 공중에 건설된 고가도로로, 차량들이 신호 대기 없이 도로를 통과할 수 있게 했다. 당시 처음으로 탄생한 회전하는 입체교차로인지라 우스운 일도 왕왕 일어났다. 지방에서 올라온 관광버스가 이곳을 돌다가 방향 감각을 잃어 엉뚱한 길로 내려간 일이 허다했고, 한 바퀴 돌 때마다 일 년을 더 산다는 말이 돌아 시골 노인을 태운 관광버스는 이곳을 7번은 기본으로 돌고 갔다는 이야기도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4호선이 삼각지를 경유하게 되면서 공사구간에 걸치게 되고, 또한 이 지역의 교통환경 역시 크게 달라진데다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 건설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199412월 철거되었다.

 

삼각지역 배호광장 /김현민
삼각지역 배호광장 /김현민

 

삼각지역 대합실 안에는 가수 배호를 기념하는 배호광장이 설치되어 있다. 의자에 앉아 기타를 치고 있는 배호의 동상 뒤로 쉼 없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삼각지 로터리에 궂은비는 오는데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 비에 젖어 한숨짓는 외로운 사나이가 /서글피 찾아왔다 울고 가는 삼각지

배호는 촉촉이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연인을 만나러 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마음을 끊어질 듯 탄식에 가깝게 노래했다. 이 노래는 지금도 듣는 이의 마음을 애절하게 한다.

배호가 노래를 발표한 그해 4방향 입체교차로가 등장했다. 그러나 돌아가는 삼각지로 스타덤에 오른 가수 배호는 채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1971, 세상을 떠났다.

일대에 길이 '배호길'로 명명되었다. 지하철 14번 출구에는 배호의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다.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2절을 들어보자.

삼각지 로타리를 헤메도는 이 발길 /떠나버린 그 사랑을 그리워하며 /눈물 젖어 불러보는 외루운 사나이가 /남 몰래 찾아왔다 돌아가는 삼각지

 

삼각지의 배호 시비 /김현민
삼각지의 배호 시비 /김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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