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 파산①…부동산 불패신화의 붕괴
2008 미국 파산①…부동산 불패신화의 붕괴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11.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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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택시장에서 생긴 나비효과…거품 경고 무시하고 과열

 

출발은 미국 부동산이었다. 2006년 미국의 부동산 붐이 정점을 지나면서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듬해 주택을 담보로 제공한 채권에 부도가 나거나 압류가 들어왔다. 채권을 발행한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휘청거렸다. 미국의 베어스턴스(Bear Stearns)와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와 같은 굴지의 투자은행들이 파산위기에 몰리며 미국 금융산업 전체가 소용돌이쳤다. 미국과 복잡한 금융거래를 해온 각국의 금융산업이 파국으로 치닫고 세계는 금융공황에 휩싸였다. 2008년에 일어난 세계금융위기는 이렇게 전개되었다.

21세기 첫 글로벌 공황은 미국 주택시장에서 시작되어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처럼 번져 나갔다. 주택시장의 날개짓은 대기에 영향을 주고, 뉴욕금융시장과 런던, 프랑크프루트, 도쿄를 강타했다. 미국 부동산과 아무런 연관이 없을줄 알았던 여의도 증권가가 타격을 받고 한국 부동산 시장도 가라앉았다.

 

21세기 글로벌 금융시장은 동시성을 특징으로 한다. 터키 리라화 폭락이 뉴욕증시에 영향을 주고, 아르헨티나 채권 폭락이 런던시장을 출렁이게 한다. 그 진폭은 진앙지의 진도에 비례한다. 2008년 대재앙의 진앙은 미국 부동산 시장이었다. 미국은 20세기 후반에 소련을 비롯한 공산세계의 와해로 누구도 넘볼수 없는 유일한 강대국으로 21세기를 시작했다. 미국은 세기초에 9·11 테러참사를 당했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두차례 전쟁을 일이키며 테러세력을 잠재웠다.

그러던 미국 경제에 고장이 발생했다. 그 고장은 미국인이면 모두 좋아하는 주택에서 발생했다. 좋은 집을 갖고 싶어하는 욕구는 인류 공통이다. 세기초 자신만만해 하던 미국에 부동산 붐이 일어났다. 전세계 자본이 미국으로 몰려 왔다. 그 돈이 미국 주택시장에 들어갔다. 미국인들은 주택시장이 영원히 상승할 것으로 믿었다. 그 믿음이 깨지는 현실이 도래하면서 파국이 시작되었다.

 

모기지회사의 저금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광고(2008) /위키피디아
모기지회사의 저금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광고(2008) /위키피디아

 

미국의 집값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꾸준히 올랐다. 1945년 이후 1997년까지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상승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Robert J. Shiller) 교수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너도나도 주택을 구입했다. 미국인들은 주택투자가 가정경제를 안정시키고 부를 일굴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로버트 실러 교수 /위키피디아
로버트 실러 교수 /위키피디아

 

1997년에서 2005년 사이에 미국의 주택보급율이 지역, 연령층, 인종집단, 소득층과 상관없이 증가했다. 미국 센서스에 따르면, 이 기간에 주택보급률이 65.7%에서 68.9%로 증가했다. 역대 미국 정부도 국민들의 주택 보유를 장려했다.

1997부터 2006년 사이에 미국 주택가격은 124% 상승했다. 10년 사이에 두배 이상 올랐다. 1980~2001년에 미국의 주택가와 가계소득 비율은 2.9~3.1이었으나, 20044.0, 2006년에 4.6으로 치솟았다. 점점 소득으로 집을 사기 어려워질 정도로 집값이 오른 것이다.

이 기간에 미국인들은 주택 거품의 포로가 되었다. 수십년 동안 주택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미국인들은 주택가격 상승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믿었고, 1997년 이후 급격한 집값 상승은 합리적인 움직임이라고 판단했다.

21세기 초입부에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서 뉴욕 증시는 폭락했다. 실러 교수는 뉴욕증시의 하락이 주택시장 가열을 촉진시켰다고 주장했다. 주식시장이 변동성이 큰데 비해 주택시장은 안정적으로 상승한다는 믿음을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주택시장에 참가했다. 그들은 복잡한 기교를 부린 특수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금융을 제공했다. 집값이 상승하자 사람들은 저축을 줄이고 대출을 늘렸다. 미국의 금리는 쌌다. 전세계 유동성이 미국으로 몰려왔다. 모기지 회사들은 부동산을 유동화해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금융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저금리의 조건으로 돈을 빌려 집을 샀다. 미국 가정의 가처분 소득에 비해 부채비율이 199077%에서 2007년에 127%로 늘어났다. 버는 돈보다 부채가 더 많은 구조가 되었다.

19747,050억 달러이던 가계부채가 2000년엔 74,000억 달러로 불어났고, 2008년 중반엔 144,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모기지 대출업체는 공격적으로 대출사업을 확장했고, 신용평가기관들은 금융상품을 관대하게 처리하며 주택붐을 부채질했다. 주택가격 상승은 건설 붐을 일으켰고, 건설회사들은 많은 이익을 가져갔다. 20054분기에 주택건설이 GDP에 치지하는 비중이 6.3%를 차지했다. 미국의 주택모기지 대출이 1990년대에 GDP46%였으나, 2008년에 73%로 두배 가까이 뛰어 올랐다. 미국 경제가 주택에 의존하는 양상이 되어갔다.

 

미국 자산가격 추이 /위키피디아
미국 자산가격 추이 /위키피디아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일찍부터 나왔다. 2001년 연준(Fed)의 에드워드 그램리치(Edward Gramlich) 이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리스크를 경고했고, 20039월에 미 하원 금융위원회 소속 론 폴(Ron Paul) 의원도 주택시장 거품을 우려하면서 인위적으로 조장되는 거품이 야기할 위기를 예언했다.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Fed 의장도 2005년 중반쯤 "최소한 주택시장에 거품(froth)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2006년에 집값이 점점 비싸져 사람들이 사지 않게 될 것이다, 경제는 순환된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증권시 매릴린치의 애널리스트는 2006년에 서브프라임 투자로 많은 기업들이 고통을 겪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들은 당시에 크게 들라지 않았다. 미국 주택공기업인 프레디맥(Freddie Mac)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의 거품을 부정하며 주택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들이 주택을 요구하고 노동시장이 건실하기 때문이란 이유를 댔다. 미국 부동산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 측은 20058월에 반버블 리포트(Anti-Bubble Reports)를 작성해 돌리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거품 붕괴론에 대응했다.

집값이 오르면서 점점 더 위험한 상품에 돈이 투자되었다. 2006년에 전체 주택거래량의 22%가 투자용으로 구매되었고, 14%가 휴가용 주택 구매에 투자되었다. 점차 주택구매가 거주용이 아니라, 투기용으로 변해가게 된 것이다. 미국부동산협회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레리(David Lereah)2006년에야 집값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개인부채 추이 /위키피디아
미국 개인부채 추이 /위키피디아

 

미국 부동산 가격은 2006년에 정점에 도달했다. 이 무렵에 신축 주택이 수요보다 많은 공급과잉 사태가 빚어졌고, 미분양 물량이 생겨났다. 모기지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일정기간이 지나 대출을 연장하려 했을 때 금리조정을 받는데, 그땐 금리가 상승한다. 주택가격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금리부담이 커지게 되었다.

2006년 중반 미국의 주택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주택 건설 붐도 무너졌다. 저리대출 기간을 지나고 높은 이자율을 내게 된 구매자들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주택 구매자들 가운데 집값 이상의 빚을 지거나 수입보다 많은 상환액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모기지를 갚지 못하는 사람에겐 압류 통지가 왔다.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만들어 모기지시장에 뛰어들어갔던 금융회사들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신용시장에 경색이 생겼다.

해를 넘겨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Subprime mortgage crisis)가 본격화되었다.

 


<참고자료>

Wikipedia, United States housing bubble

Wikipedia, Subprime mortgage crisis

버블경제학(The Subprime Solution), 로버트 실러, 랜덤하우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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