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 파산②…베어스턴스의 추락
2008 미국 파산②…베어스턴스의 추락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11.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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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집중 투자, 집값 하락에 부도 위기…악순환의 고리 형성

 

뉴욕 맨해튼 한복판 46~47가에 베어스턴스(Bear Stearns) 본사가 있었다. 유대계 조지프 베어(Joseph A. Bear)와 로버트 스턴스(Robert B. Stearns)1923년에 자본 50만 달러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05~2007년 미국 포춘지가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Most Admired) 증권사에 선정되었다. 증권사 서열 6~7위에 해당하던 이 회사는 뛰어난 분석력, 우수한 리스크 관리, 비즈니스 혁신으로 투자자들의 인기를 얻었다.

이 회사의 성장 비밀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에 있었다. 2000년대초 미국 부동산 가격이 뛰자 고금리의 비우량 모기지 대출을 확장해 높은 수익을 얻었던 것이다. 200611, 베어스턴스의 총자본은 667억 달러, 총자산은 3,504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서브프라임(subprime) 등급은 대출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하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나가는 대출을 말한다. 학자금 대출도 이에 해당한다. 주택을 담보로 모기지 대출을 제공할 때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나가는 비우량 대출이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대출이다.

 

뉴욕 맨해튼의 베어스턴스 옛 본사 빌딩 /위키피디아
뉴욕 맨해튼의 베어스턴스 옛 본사 빌딩 /위키피디아

 

2007622일 베어스턴스는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한 모기지 펀드 1)32억 달러의 구제자금을 지원했으며, 또다른 펀드 2)에 손실이 발생해 은행들과 대출조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놀라운 발표를 했다. 투자회사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손실을 보고해야 한다. 베어스턴스의 CEO 제임스 케인(James Cayne)은 모기지 펀드에 2,5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을 때 처음에는 회사의 평가가 나빠질까 봐, 공개를 꺼려했다. 하지만 손실이 불어나면서 더 이상 공개를 늦추기 어려웠다.

한해 전부터 미국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신용도가 낮은 주택구매자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고, 그런 주택에 압류처분이 들어가게 되었다. 하이리스크(high risk) 금융상품에 부실이 발생했고, 그 파장이 거대 증권사로 옮아 붙은 것이다.

베어스턴스의 펀드는 부채담보부 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에 대량으로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CDO1990년대 중반에 처음 등장했는데, 채무를 담보로 해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이 상품은 복잡한 수학공식을 도입해 유가증권의 신용도를 높이고 금융시장에서 거래하며 자금을 조달했다. 그런데 담보물인 주택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CDO의 가격도 하락했다. 자산유동화로 막대한 대출을 끌어 들인 증권사와 펀드들이 담보가치 하락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2007년 베어스턴스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총 134,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2007년말 베어스턴스의 기초자산은 111억 달러로 평가되었는데, 이것을 기초로 3,950억 달러의 자산을 굴렸다. 방식은 기초자산으로 빚을 얻고, 그 빚으로 또다른 빚을 얻어 쓰는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였다. 2007년말 베어스턴스의 레버리지 비율은 35.6:1에 달했다. 이 회사는 가진 것보다 35배 이상의 빚을 얻어 투자를 했고, 파생금융을 활용해 수십조 달러의 자금을 거래한 것이다.

 

빚을 내서 자산을 거래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자산가치 증가속도가 이자율보다 높을 경우 빠른 속도로 사업을 성장시킬수 있다. 빚을 잘 얻는 것도 기술이다. 누군가를 속여야 한다. 그 속임수는 수학화한 파생금융 기법이란 것이었다.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이란 마법이 여기에 적용되었다. 이 기법을 가장 잘 활용한 회사가 베어스턴스였고, 그렇게 해서 가장 존경받는증권사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금융공학의 맹점은 사람의 심리가 불안하게 움직이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투자자라는 군중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대중 심리를 수학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총소리가 들렸을 때 풀밭에서 조용히 풀을 뜯던 양떼이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시장이 꺾어지거나 집단적 패닉이 발생했을 때엔 투자심리의 계량화는 불가능하다. 금융공학이 이뤄낸 파생금융싱품의 기계에 오작동이 발생했다.

 

미국의 모기지대출 추이 /위키피디아
미국의 모기지대출 추이 /위키피디아

 

베어스턴스의 모기지펀드가 파산 위기는 자본시장의 풀밭에 총소리 역할을 했다. 양떼들이 우왕좌왕했고, 투자심리가 급랭했다. 떨어지는 것엔 날개가 없다.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1~2년후 초기의 저리 기간이 끝나면 높은 이자율을 지불해야 했다. 이들은 집값 하락을 견디지 못해 집을 팔기 시작했다. 집값 하락은 모기지를 담보로 한 유가증권(MBS, mortgage-backed securities)의 추락을 동반했다.

2008년 중반, 미국 집값은 2006년 정점 대비 20% 주저 앉았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믿었던 구매자들은 기대하지 않은 집값 하락에 부채가 주택가격보다 많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20083월 주택구매로 손해를 본 사람이 880만명이었고, 그해 11월에는 1,200만명으로 증가했다. 주택구매로 손해를 본 소유자의 비율은 20083월에 10.8%에 이르렀고, 20109월엔 23%로 치솟았다.

집값을 내지 못해 법원으로부터 압류 딱지가 붙는 숫자도 급증했다. 20089월에서 20129월 사이에 압류처분을 받은 주택은 400만 가구에 달했고, 이중 140만 가구는 모기지 대출을 받은 주택이었다.

압류 처분을 받은 주택은 부동산 시장에 나오는 신규물량을 압박했다. 2008년말에 매각되지 않은 주택은 한해전보다 9.8배나 증가했고, 400만 가구의 주택이 매물로 쏟아졌다. 매물 증가는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2006~2011년의 5년 사이에 미국 주택가격은 26% 하락했는데, 이는 대공황시기인 1928~1933년의 25.9%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미국 주택 압류 추이 /위키피디아
미국 주택 압류 추이 /위키피디아

 

집값 호황기에는 불법이민자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가운데 가장 위험한 돈을 빌려 집을 샀다. 당시 한국의 주재원들도 미국에서 집을 사 돈을 번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주택가격 하락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 먼저 타격을 주었다.

미국 주택금융시장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서브파라임 모기지 대출은 연방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패니매(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에서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간 자금이다. 2000년대 중반에 공공기관의 우량대출 비중이 줄어들고 민간 금융사의 대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994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전체 대출의 5%이던 것이 2006년에 20%로 증가했다. 규모도 350억 달러에서 6,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20073월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대출채권은 13,000억 달러로 급팽창했다.

 

미국 Fed의 기준금리 추이 /위키피디아
미국 Fed의 기준금리 추이 /위키피디아

 

대출조건도 완화되었다. 주택담보대출을 줄 때엔 확정 소득(SI, stated income)과 검증된 자산(VI, verified asset)을 기준으로 대출(SIVA)을 주던 것이 무소득, 검증 자산’(NIVA)의 대출도 나오고, 곧아이 '무소득 무자본'(NINA)의 사람에게도 대출이 나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이런 위험 대출에 닌자(NINJA) 대출이란 별명이 붙었다. 불법이민자도 집을 살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다.

집을 구매할 때 구매자가 선납하는 다운페이먼트(down payment) 비율도 낮아졌다. 통상 주택가격의 10%를 다운페이하는게 관례였는데, 그 비율이 2005년에 2%로 낮아졌고, 다운페이먼트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구입자도 43%나 되었다.

이어 변동금리 조건의 모기지 대출(ARM, adjustable-rate mortgage)도 나왔다. 변동금리 조건은 금리가 올라가면 차주에게 불리하다. 저금리의 상황에서 변동금리부 대출이 급팽창했다.

연준(Fed)은 인터넷 버블 붕괴 직후 2000년에서 2003년까지 기준금리를 6.5%에서 1%로 인하했다. 돈을 빌리기 손쉬웠고, 쉬운 돈(easy money)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Fed20047월부터 20067월까지 단계적으로 금리를 올렸다.

Fed의 금리 인상에다 집값 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모기지 채권시장의 금리가 상승했다. 그 타격을 가장 먼저 받은 곳이 베어스턴스였다.

 


1) Bear Stearns High-Grade Structured Credit Fund

2) Bear Stearns High-Grade Structured Credit Enhanced Leveraged Fund

 

<참고자료>

Wikipedia, Subprime mortgage crisis

Wikipedia, Bear Stea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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