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만에 드러낸 신라 最古의 중성리비 실물
1500년만에 드러낸 신라 最古의 중성리비 실물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11.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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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증왕 2년 501년 제작…12월 8일부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공개

 

2009511일 포항시 흥해읍에 사는 김헌도씨가 집에 사용하기 위해 주변 공사 현장에서 돌을 뒤져 가져갔다. 돌의 표면에 물을 부어 씻어 내리자, 글자가 드러났다. 그는 문화재 당국에게 신고했고,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과, 신라시대의 비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포항중성리신라비는 이렇게 우연하게 1,500년만에 후세에 존재를 드러냈다.

이후 조사와 보존처리 과정을 거쳤고 20154월에 국보 318호로 지정되었다. 현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이 비를 보관하고 있다.

포항중성리신라비는 501년에 세워졌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신라 비라고 할 수 있다.

비의 재질은 흑운모가 포함된 화강암이며, 윗부분은 가장자리가 약간 파손되었고, 오른쪽에는 글자가 새겨진 일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비의 제원은 최대높이 105.6cm, 너비 47.6~49.4cm, 두께 13.8~14.7cm, 무게 115kg이며, 세로로 긴 형태다.

글자는 앞면만 약간 다듬은 뒤에 새긴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쪽은 편평하지만 글자를 새기지 않았다. 비의 아래쪽에 20cm 가량의 여백이 있고 밑바닥을 다듬지 않아서, 받침돌 없이 땅에 꽂아 세우려고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좌측이 최초의 발견자 김헌도씨, 우측이 박종익 학예연구실장 /문화재청
좌측이 최초의 발견자 김헌도씨, 우측이 박종익 학예연구실장 /문화재청

 

비의 글자는 전체 12, 203자 정도다. 각 행마다 적게는 6, 많게는 21자까지 글자를 새겼다. 203자 가운데 일부 획이 남아 있는 4, 파손된 부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몇 글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글자가 판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가 담고 있는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비문 가운데, 명령을 의미하는 ’, 소송을 제기한 사람 또는 분쟁을 일으킨 사람을 뜻하는 爭人’, 말하는 것을 의미하는 ’, 그러므로 기록한다는 의미를 가진 故記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비문의 내용은 501년 무렵 오늘날 포항시 흥해 또는 그 주변에 거주했던 지방민과 왕경인이 뒤섞인 분쟁의 판정 결과를 담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항을 지방민들에게 보여주고, 향후 비슷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돌에 새겨서 비를 세운 것이다. 즉 포항중성리신라비는 오늘날의 공고문이나 판결문과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이다.

 

이 비의 글씨체는 예서로 분류되는데, 고구려의 광개토대왕비와 통하는 고예서(古隸書)로서 신라 특유의 진솔미를 보여준다. 가로획에서 수평을 유지하는 가운데 기울기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에서 예서임을 알 수 있으며, 다소 보이는 해서의 필의(筆意)는 단양적성비 같은 고해서(古楷書)로 변해가는 전초(顚草)이며 선구가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냉수리비와 봉평비보다도 더욱 신라스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포항중성리신라비 /문화재청
포항중성리신라비 /문화재청

 

1989년에도 신라비가 발견되었다. 당시 마을주민이 밭갈이를 하던 중에 발견한 비가 포항냉수리신라비(국보 제264). 이 비는 재산이나 특정 이권을 둘러싼 분쟁을 판정한 내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포항중성리신라비와 포항냉수리신라비는 6세기를 전후한 무렵 오늘날 흥해 지역의 상황을 전한다. 즉 당시 신라 왕경 주변에서 지방인또는 지방인과 왕경인이 섞인 분쟁이 잦았고, 왕경 지배층이 이를 판정하고 그 결과를 비를 세워 알렸던 것이다.

포항중성리신라비는 복수의 지배층이 논의하여 판정을 내리며, 그 결과를 전달하는 과정,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방식 등을 알려주었다.

제작 시기도 포항중성리신라비는 국보로 지정된 포항 냉수리 신라비(503, 지증왕 4)’, ‘울진 봉평리 신라비(524, 법흥왕 11)’보다 앞선 501(지증왕 2)으로 추정되었다. 보물 제1758호로 지정된 이 비는 2015년에 국가문화재 국보 318호로 승격되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128일부터 포항 중성리 신라비 실물을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 3실에서 상설 전시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포항 중성리 신라비는 발견 직후 8일간의 특별공개와 단기간의 특별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잠시 선보인 적 있었지만 이후에는 복제품으로만 공개하였다. 실물이 상설전시를 통해 전시되는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학술행사와 자료집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볼 수 있었던 비의 모습을 실물로 직접 대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포항중성리신라비 /문화재청
포항중성리신라비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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