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바다와 싸우고 인간을 창조했다
하나님은 바다와 싸우고 인간을 창조했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12.0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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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천지창조 신화,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영향…유일신의 개념 도입

 

구약성서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고대 서아시아의 유일한 역사서였다. 하지만 100여년 전에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메소포타미아의 설형문자를 해독하는 단서가 발견되면서 구약성서 이외의 다른 고대 신화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후 비교신화학의 개념에서 구약성서의 스토리가 해석되었고, 바빌론의 신화와 구약의 신화가 비교되었다.

 

구약성서의 첫 번째 장이 창세기다. 창세기(Genesis)는 하나님이 7일 동안에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는 과정을 그렸다.

구약의 천지창조(story of creation)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영향을 받았고, 유대인들이 유일신 개념과 연결해 창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바빌론의 천지창조 신화는 혼돈의 바다(waters)에서 유()가 창조되는 모습을 그렸다. 바다에서 돔(dome) 형태의 하늘(firmament)과 뭍이 갈라진다. 혼돈에서 질서가 잡히는 바빌론 신화가 구약 성서의 천지창조에 그대로 반영된다. 다만 그 모든 것이 유일신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 성경의 차이점이다. 또 창세기는 이스라엘의 이웃인 우가리트(Ugarit)의 바알(Baal) 신화와도 유사성을 가진다고 한다.

 

하나님의 천지창조는 6일에 걸쳐 진행되고 일곱째날에 쉰다. 유대인 뿐아니라 서아시아인들은 지금으로부터 5천년 전에 이 세계가 7일 동안에 창조되었다는 이야기를 믿었다. 성경을 통해 구체화되는 7이라는 숫자가 계시성을 띠며 나타나는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유대인들이 초기 거주지역인 메소포타미아에서 주변의 셈족들과 같은 문화를 향유했음을 보여준다.

 

하나님의 천지창조 (William Blake, 1794) /위키피디아
하나님의 천지창조 (William Blake, 1794) /위키피디아

 

창세기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In the beginning, when God created the unverse)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땅은 형성되어 있지 않고 험한 바다가 모든 것을 덮고 있었다는 내용은 바빌론의 신화창조와 비슷하다.

하나님의 영(spirit)은 바다 위르 떠다녔다. 거대하고 바다는 하느님과 적대관계에서 출발한다. 바다는 곳 암흑이고 혼돈이었다.” (창세기 1)

하느님의 천지창조 6일 가운데 절반인 3일은 바다와 싸우는 과정이다. 첫날엔 바다의 상징인 암흑과 싸워 빛을 창조하고, 둘째 날엔 물에서 갈라 하늘을 만들고, 셋째 날엔 물을 한 곳으로 밀어내고 육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뭍에 씨앗이 나게 한다.

후반 3일은 하나님의 세계를 만드는 과정이다. 4일째에 낮과 밤을 만들고 계절과 해(year)를 기록하며, 5일째에 하늘과 바다에 사는 생물을 종류대로 만들고 뭍의 생물도 창조한다. 여섯째 날에 한 일이 인간을 창조하는 일이었다. 인간의 모습은 하느님의 형상을 하도록 해 공중을 나는 새와 들짐승을 지배하게 했다.

하나님은 자신이 만든 인간 아담과 이브에게 이렇게 약속한다.

내가 온 땅 위에 있는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있는 열매를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준다. 이것들이 너희의 먹거리가 될 것이다.”

 

아담의 창조 (미켈란젤로, 1512) /위키피디아
아담의 창조 (미켈란젤로, 1512) /위키피디아

 

이 대목에서 모순이 생긴다. 하나님은 자신을 대리해 뭍을 지배할 인간에게 모든 것을 준다고 약속해 놓고, 나중에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먹은 인간을 벌한다.

구약의 천지창조 신화는 모세가 죽고 나서 1,000년 후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유대인들 사이에 유일신의 개념이 정립된 시기였기에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추방 또는 죽음을 의미했다. 천지창조의 신화를 정립한 시기와 인간의 불복종을 다룬 스토리의 생성시기가 다르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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