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 파산④…CDS 폭탄 돌리기의 끝
2008 미국 파산④…CDS 폭탄 돌리기의 끝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12.0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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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비율 30배 넘도록 부채 부풀려…CDS 터지며 집단 도산 위기

 

금융공학은 첨단 금융상품을 발명해 냈고, 금융회사는 그 금융상품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 되었다. 금융회사들은 서로 상품을 거래했다. 금융회사들은 투자자들에게서 조달한 돈만으로 거래하지 않았다.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약간의 마진을 더 주는 금융상품을 사고, 그 상품을 지렛대(leverage)로 해서 다른 상품을 샀다. 빚이 빚을 낳았다.

미국 전체 금융회사들의 부채는 19783조 달러에서 200736조 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7년 금융회사 총부채는 30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불어났고, 이는 미국 GDP의 두배나 되는 규모였다. 1)

월스리트의 투자회사는 더 이상 고객들의 돈을 신탁해 관리하는 회사가 아니었다. 그들은 고객 돈을 씨자금으로 굴려 거대한 금융괴물이 되어 가고 있었다.

가장 잘 나가는 종목은 주택모기지를 담보로 한 증권(MBS)이었다. 집값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 믿은 건 주택소유자 뿐 아니라 금융기관도 마찬가지였다. 돈이 돈을 벌었다. 돈 장사치들은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 높은 이익을 남기는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MBS, CDO, CDS 등 모기자채권에서 파생해 나온 여러 제품은 엄청난 수익을 올려줬다. 내 돈이 없으면 남의 돈을 끌어 들여 금융상품을 샀다.

베어스턴스,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등 빅5 투자은행의 레버리지 비율(leverage ratio)2007년에 25~30배에 이르렀다. 시가총액보다 30배 전후의 부채를 안고 거래를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다섯 회사가 굴린 부채는 2007년에 41,000억 달러로, 미국 GDP30%에 해당했다. 이중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연동된 부채는 2001~2003년에 10%였에서 2004~2006년에 18~20%로 불어났다.

상업은행들도 부외거래를 통하거나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거래를 했다. 섀도 뱅킹의 규모가 4대 상업은행의 경우 52,000억 달러에 달했다. 섀도 뱅킹은 금융감독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았다.

주택붐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한 이런 빚 장사가 가능했다. 금융회사는 돈을 많이 벌었다. 1980년 전체 기업 수익 가운데 금융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였지만, 2006년에는 그 비중이 27%로 껑충 뛰었다. 애써 공장을 돌리는 것보다 돈을 굴리는 게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구조가 되었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에서 금융공학을 한 사람은 월스트리트의 으리으리한 건물에서 돈 놓고 돈 먹기의 투전판에 끼어들었다.

 

미국 5대 투자은행의 레버리지 비율 /위키피디아
미국 5대 투자은행의 레버리지 비율 /위키피디아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은 회사의 운명, 금융상품의 장기적인 전망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눈앞에 돌아오는 보너스에 혈안이 되었다. 금융인들에겐 봉급이란 개념이 없다. 돈을 많이 벌면 엄청난 보너스를 챙기고, 돈을 잃으면 국물도 없다. 뉴욕 금융감독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월스트리트 간부들이 받은 보너스 총액이 239억 달러에 달했다. 그들은 연말 보너스만 생각했다. 나중에 시장이 무너지든 말든, 당장에 이익이 나면 투자했다. 회사가 망하는 건 나의 일이 아니고, 내게 돌아오는 보너스만이 관심사항이었다.

 

크레딧디폴트스왑(CDS, credit default swap)은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만든 파생금융상품이다. 주택소유자의 디폴트(부도) 가능성을 계량화해 보험성으로 거래되었는데, 그 규모가 1998년에서 2008년 사이에 100배나 팽창했다. 200811월 기준으로 CDS의 규모는 33~47조 달러로 미국 GDP2배를 넘나들었다.

CDS는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엔 많은 이익을 남겨주었다. 주택 소유자의 부도율이 낮았기 때문에 위험자산이라기보다 수익자산의 개념이었다. 연방정부도 2000년에 제정한 법 2)에 의해 CDS에 대해 거의 규제하지 않았다.

CDS에 대한 규제 논의가 있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1998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의 브룩슬리 본(Brooksley E. Born) 위원장이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제안했다. 월스트리트의 로비스트들이 움직였고, 의원들이 동조하면서 당시 앨런 그린스펀 Fed 의장,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어서 레빗 SEC 의장이 반대해 이 법안이 무산되었다.

CDS가 파산이 날 때 이 상품에 대한 청산거래소가 없었다. 파산되면 CDS 보유자가 그냥 맞아야 하는 폭탄이었다. 미국 GDP2배나 되는 이 거대한 폭탄이 핵분열을 일으키며 폭파하면서 2008년 가을에 미국 경제는 파산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게 주류적 해석이다.

 

CDS의 뇌관을 건드린 곳은 누구일까. 미국의 언론들은 마그네타 캐피털(Magnetar Capital)을 지목했다. 이 회사는 2005년에 일리노이주에서 설립된 헤지펀드로, 설립자본이 18억 달러로 규모가 컸다.

마그네타는 2006~2007년에 부채담보부 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300억 달러를 투자했다. 마그네타는 CDS를 매개로 위험 자산을 사고 안전 자산을 팔았다. 주택가격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엔 이 거래방식이 큰 이익을 안겨 주었다.

주택시장이 꺾이자, 마그네타는 CDO 거래자들에게 위험 자산을 사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그 자산을 팔았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프로퍼블리카(ProPublica)라는 탐사보도 매체가 금융위기 전후에 마그네타의 CDO, CDS 거래에 관한 시리즈물을 보도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허핑턴포스트, 시카고퍼블릭라디오도 이를 보도했다. 이 회사는 나중에 SEC의 조사를 받았다.

마그네타는 자기네들이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분명한 것은 그림자 금융의 펀드매니저들이 CDS 폭탄을 서로 돌리다가 최종 순간에 터진 것이다.

 

뉴욕의 AIG 빌딩 /위키피디아
뉴욕의 AIG 빌딩 /위키피디아

 

CDS가 거래불능에 빠진후 이 파생상품을 거래한 AIGMBIA, 암박(Ambac)이 직격탄을 받았다. 이런 회사는 모노라인(monoline)으로 분류되는 채권보증전문회사였다.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는 미국 최대보험회사로, 가입자들의 보험금을 위험자산에 투자했다. 2005년에 CEO가 된 마틴 설리번(Martin J. Sullivan)는 수백억 달러의 CDS를 샀다. 처음에는 높은 수익률을 얻었지만, CDS에 대한 재보험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CDS 폭탄이 터지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CDS에 대한 보험료를 지급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미국 최대보험사의 자본금이 탈탈 털리게 되었다.

AIGCDS에서 지불해야 할 금액이 4,400억 달러에 달했다. CNN 머니의 보도에 따르면, AIG의 부실 규모는 리먼브러더스보다 컸고 위험했다. AIG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어메리카, 메릴린치와 유럽 은행들과 거래했고, 수많은 보험자들의 보험금을 안고 있었다. 이 회사가 부도나면 미국 금융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위험이 있었고, 보험가입자들이 손실을 보아야 했다.

결국 미국 연방정부가 2008년말에 AIG에 구제금융 1,800억 달러를 주고, 감독당국 감시 하에 두었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원칙이 적용된 케이스다.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CDS6,000억 달러를 계약했다. 이 회사는 2008년 가을에 파산을 선언해야 했다. 메릴린치도 CDSCDO에 투자해 손실의 늪에 빠졌다. 미국 대형투자은행들이 잡단 도산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앞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했다가 파산 위기에 몰린 베어스턴스(Bear Stearns)20083월에 뉴욕 Fed의 긴급 금융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회생가능성이 없었다. 베어스턴스는 JP모건-체이스에 매각되었다. 한때 주당 133 달러 하던 주가는 2 달러 대로 떨어졌고, 최종 매각가는 10 달러였다.

문제는 투자은행 6~7위인 베어스턴스의 매각에서 끝나지 않았다.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AIG와 같이 뉴욕 월스트리트의 간판 기업들이 휘청거렸다. 미국 금융회사 전체가 파산할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다.

 


<참고자료>

Wikipedia, Subprime mortgage crisis

Wikipedia, Magnetar Capital

Wikipedia, American International Group

 

1) 금융위기조사위원회(Financial Crisis Inquiry Commission) 2011년 보고서

2) Commodity Futures Modernization Act of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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