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과 아벨, 최초의 형제살해
가인과 아벨, 최초의 형제살해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12.04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경부족과 목축부족의 대립으로 보기도…살해자 가인은 추방

 

가인과 아벨은 아담과 하와의 자식이다. 가인(Cain)이 형이고, 아벨(Abel)이 동생이다. 가인은 농부이고, 아벨은 양을 치는 목자가 되었다. 어느날 하나님에게 예배를 드리는데, 가인은 땅에서 난 곡식을 예물로 드렸고, 아벨은 양떼에서 태어난 첫 번째 새끼를 죽여 좋은 부위를 예물로 바쳤다. 하나님은 가인의 예물을 반기지 않고 아벨이 예물을 반겼다.

원인은 하나님의 편애였다. 구약성서는 하나님이 가인의 예물을 반기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성경 해석자들은 아벨이 가인보다 더 정성스럽게 예물을 바쳤기 때문이라고 추론한다.

가인은 하나님의 조치에 얼굴을 들지 않고 화를 냈다. 하나님은 네가 올바르지 못한 일을 하였으니, 죄가 문에 도사리고 앉아 있다고 가인을 꾸짖었다. 가인은 아벨을 질투하게 되었고, 아벨을 돌로 쳐 죽였다는 스토리다.

 

가인과 아벨 (16세기 그림, Titian) /위키피디아
가인과 아벨 (16세기 그림, Titian) /위키피디아

 

성경은 최초의 인간들에게 죄를 씌웠다. 아담과 하와는 에덴 동산에서 금단의 열매를 먹었고, 그들의 아들은 형제살인을 했다. 성경은 태초 인간을 사악하게 그렸다. 하나님이 만든 첫 세대와 둘번째 세대는 하지 말라는 것을 했고, 서로 질투하고, 계율을 어겼다. 그 원인은 절대신인 하나님이 제공했다.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한 것, 가인의 예물을 반기지 않은 것은 하나님의 명령이요 마음이었다. 절대자는 인간의 융통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가인과 아벨의 신화는 인간 역사에 숱하게 나타나는 형제살인(siblicide, fratricide)을 다루었다.

인간은 태어나서 최초로 만나는 적이 형제다. 부모는 성인이라 대들기 어렵고, 같은 또래의 형제가 서로 싸운다. 먹을 것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며 질투하기도 한다.

형제살해는 역사스토리에 많이 등장한다. 우리 역사에 조선초 이방원이 형제들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했고, 광해군이 영창대군을 죽인 것이 일종의 형제살해다. 재벌기업에서 형제간의 상속분쟁을 왕자의 난이라 부르는 것도 그와 상통한다.

 

형제살해를 제도화한 경우도 있었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에서는 초기에 한 왕자가 술탄에 오르면 다른 왕자를 죽이는 형제살해가 제도적으로 인정되었다. 야만적인 이 제도는 100년 정도 지속되었다.

오스만투르크의 형제살해는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정복자 메흐메드 2(Mehmed I, 1451~148I) 때 법제화되었다.

메흐메드 2세는 술탄 무라드 2(Murad II)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첫째 형은 먼저 죽었고, 둘째 형도 잠을 자다가 목이 졸려 죽었다. 14512월 아버지 무라드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죽자, 그는 제위를 계승했다. 나이 19살에 술탄에 오른 그는 즉위와 동시에 동생 모두를 비단 줄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메흐메드 2세는 카눈나메(kanunname)라는 법령을 만들어 형제살해를 정당화했다. 그는 내 아들중 누군가 술탄의 지위를 물려받는다면 세상의 질서를 위해 그의 형제들을 죽이는 것이 마땅하다. 이슬람 율법이 그러한 조치를 용인한다. 그러므로 이 조치를 시행하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가인과 아벨의 스토리는 목축업을 하는 부족과 농업에 종사하는 부족의 적대관계를 묘사한 것이기도 하다. 농경 부족을 대표하는 가인이 목축 부족을 대표하는 아벨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스토리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농경부족이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주변에서 관개를 통해 농토를 일구어 살았고, 목축을 하는 부족은 떠돌면서 농경지 근처를 기웃거렸다. 두 부족은 늘상 대치관계에 있었다.

유대인은 고대에 목축을 하며 중동 일대를 떠돌아 다녔다. 하나님이 아벨의 예물을 받은 것은 유대인을 지지했다는 뜻일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지배자인 농경민족은 하나님을 믿는 유대인을 탄압했을수도 있다.

성서에는 가인이 하나님의 분노를 사 놋(Nod)으로 쫓겨 난다. 놋은 에덴 동산 동쪽에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히브리어로 놋은 방랑(wander)라는 의미라고 한다. 가인은 쫓겨나 방랑을 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가인은 방랑지에서 여인을 만나 후손을 낳고 무리를 이루게 된다.

 

가인이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쫓겨나는 그림(Fernand-Anne Piestre Cormon, 1880) /위키피디아
가인이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쫓겨나는 그림(Fernand-Anne Piestre Cormon, 1880) /위키피디아

 

성경에서 가인과 아벨의 형제 싸움에 아버지 아담과 어머니 하와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가인이 떠난 후에 아담은 하와와의 사이에 또다른 아들 셋(Seth)을 낳는다. 아담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이 가인에게 죽은 아벨 대신에 다른 씨를 나에게 허락하셨구나.”

성경에 등장하는 계보는 가인에게서 단절되고, 아담이 130살에 낳은 셋에게서 출발한다. 서로 다른 신화를 한군데 모아 꿰어 맞추다보니 성경작가들이 곳곳에서 억지를 부린 것 같다.

가인과 아벨의 스토리는 1947년에 발견된 사해문서(Dead Sea Scrolls)에서도 서술되었다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