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홍수 신화’ 결합한 노아의 방주
메소포타미아 ‘홍수 신화’ 결합한 노아의 방주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12.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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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내용과 유사…성악설을 토대로 인류 파멸을 설명

 

메소포타미아 지역 곳곳에 발굴이 이뤄지면서 크고 작은 홍수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수많은 홍수에 시달린 것이다.

수메르인의 신화에도 홍수의 기록이 있다. 빙하기가 지나면서 페르시아 만의 수위가 상승했다. 고고기상학자들은 현재의 해수면 수위는 지금부터 8,000년에 형성되었는데, 그보다 1만년전에는 해수면이 130m 아래에 있었다고 한다. 바닷물이 차오르면서 홍수가 나면 저지대의 도시들이 범람했다. 홍수가 도시국가들 사이에 세력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우르크(Urk)가 우르(Ur)에 밀린 것은 홍수 때문이라고 고고학자들은 보고 있다.

 

구약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Noah's Ark)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홍수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메소포타미아에 홍수와 관련된 스토리는 9개 정도 있다. 고고학자들은 실제로 메소포타미아 일대에 대홍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성경의 노아의 방주스토리는 메소포타미아 길가메시 서사시’(Epic of Gilgamesh)에 나오는 우트나피쉬팀(Utnapishtim)의 스토리와 유사하다. 비옥한 땅에 인구가 불어났고, 세상은 날뛰는 황소처럼 울부짖게 되어 신들이 시끄러워 인간을 몰아내기로 결정했다. 에아(Ea) 신은 우트타피쉬팀만 살리기로 하고 그에게 배를 만들도록 한다. 에아 신은 배의 폭과 길이를 정해주고, 지붕을 씌우고, 모든 생명체의 씨앗을 배에 태우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이 신화가 적혀 있는 점토판의 제작시기는 BC 7세기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홍수는 BC 19세기, 즉 지금부터 4천년전에 일어났을 것으로 고고학계는 추론한다.

수메르와 고바빌로니아 전설에도 인간이 소란을 피워 신 엔릴(Enlil)이 대홍수를 일으켰다고 한다. 다행히 주인공 아트라하시스(Atrahasis)만이 엔키(Enki) 신의 도움으로 배를 만들고 그 배에 재산과 가축, 가금유를 실었다고 한다.

 

노아의 방주 제작 (Nuremberg Chronicle, 1493) /위키피디아
노아의 방주 제작 (Nuremberg Chronicle, 1493) /위키피디아

 

창세기 노아의 방주도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다를 바 없다.

하나님은 홍수를 일으키는 이유를 노아에게 설명한다. “땅은 사람들 때문에 무법천지가 되었고, 그 끝날이 이르렀으니, 내가 반드시 사람과 땅을 함께 멸하겠다. 너는 잣나무로 방주 한 척을 만들어라, 길이는 삼백 자, 너비는 쉰 자, 높이는 서른 자로 하고, ……

하나님이 최후의 날에 대비해 노아와 그 가족만을 구명한 것은 노아가 의롭기 때문이다. “내가 보니, 세상에 의로운 사람이라고는 너밖에 없구나. 너는 식구들을 다 데리고 방주에 들어가거라.” 성경 작가들이 대홍수라는 자연재해에 선과 악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하나님은 배의 칫수를 정확하게 밝히며 그 배에 들어갈 것들을 적시한다. 노아의 가족과 모든 짐승을 수컷과 암컷으로 짝을 배에 실어 살아남게 하라고 지시한다. 실을 동물들의 마리수도 정해준다.

배의 길이 300자는 100m로 당시로선 엄청나게 큰 배다. 이 배의 건조에는 정교한 기술이 필요로 하지 않았다. 네모나게 지어 층을 만들어 물 위에 뜨고 비를 피하는 정도면 된다. 그래서 궤짝과 같은 의미를 갖는 ark라 했다. 우리말 번역자들이 네모난 배란 의미로 방주(方舟)라는 말을 찾아냈다.

배에 물을 스며들지 않도록 역청(tar)를 쓰도록 하나님은 지시했다. 중동지방에는 원유가 노천에 흘러나오는데, 그것을 쓰라는 것이었다. 성경 시대에도 중동에서 원유의 존재가 확인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노아의 방주 (Edward Hicks, 1846) /위키피디아
노아의 방주 (Edward Hicks, 1846) /위키피디아

 

하나님은 경고대로 40일동안 홍수를 내렸고, 물은 크게 불어나 온 하늘 아래에 있는 모든 높은 산들이 물에 잠겼다. 새와 집짐승, 들짐승과 땅에 기어다니는 모든 것과 사람까지 땅위의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다 죽었다. 노아의 방주에 탄 인간과 동물들만 살아 남는다.

하나님은 금단의 열매를 먹었다는 이유로 아담과 이브를 에덴의 동산에서 쫓아내고, 동생을 죽인 가인을 추방했다. 이번엔 노아의 가족을 빼고 죄를 지은 인간을 모두 멸했다.

성경은 성악설을 근거로 한다. 하나님이 마음 속으로 다짐하기를, “사람은 어릴 때부터 그 마음의 생각이 악하기 마련이다고 했다. (창세기 8:21)

셩경이 성악설에 근거해 인간을 규정한 대목이다.

 

비가 그치고 땅이 굳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노아는 처음에 까마귀를 보낸다. 까마귀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번엔 비둘기를 보냈다. 비둘기는 두 번째 비행에서 올리브 잎을 부리에 물고 왔다. 그것으로 노아는 물이 빠진 것을 알았다. 세 번째 비둘기를 보냈더니 돌아오지 않았다. 노아는 그것을 신호로 뭍에 내려갔다. 비둘기와 올리브 잎이 평화의 상징이 되는 대목이다.

 

터키 아라라트 산 /위키피디아
터키 아라라트 산 /위키피디아

 

그러면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곳은 어디일까.

유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노아의 방주 신화를 사실로 믿고 그 흔적을 찾아 나섰다. 현대에는 자칭 고고학자라는 사람들도 방주 탐사에 나서고 있다. 혹자는 터키의 아라라트산(Mount Ararat)에 노아의 방주 흔적을 찾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질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아라라트 산의 흔적은 자연퇴적물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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