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세계금융위기③…은행의 탐욕
2008 세계금융위기③…은행의 탐욕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12.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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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주의의 모순 노출…실물경제보다 커진 금융시장의 한계

 

2007~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은행의 탐욕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뱅커들은 몇푼 되지 않은 예대마진이나 주식 브로커리지보다는 큰돈을 벌수 있는 주택모기지 채권과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위험자산일수록 대박이 터졌다. 월스트리트의 투자방향은 전세계 금융인들의 교본이었다. 유럽의 뱅커와 아시아의 은행들도 미국 주택채권시장에 몰려 들었다. 미국 모기지 시장에는 전세계의 돈이 몰렸다. 1990년대 미국 GDP46%를 차지하던 미국 모기지 시장은 2008년에 73%로 커졌고, 그 규모가 105,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무절제를 부추겼다. 파생금융상품을 규제하자는 주장에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이 반대했다. 예금은행과 투자은행의 칸막이도 허물었다. 세계의 중앙은행이라는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해 20006.5%에서 20031.0%로 낮췄다. 돈 구하기가 쉬었다. 쉬운 돈(easy momey)는 더 많은 이익을 찾아 더 위험한 금융상품에 몰렸다. 탐욕이 탐욕을 부추겼다.

금융이 경제를 지배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부풀려진 자산가치로 흥청망충 소비하며 세계소비시장 증가분의 3분의1 이상을 견인했다. 자동차가 잘 팔려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 빅3 자동차메이커들은 호황을 구가했다. 해외여행객들이 늘어나 항공사와 여행사는 성장일로에 있었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그리스와 같은 나라들도 조금만 금리를 얹어주면 외국자본을 물쓰듯 쓸수 있었다. 이런 나라들도 부동산이 뛰었고 정치인들은 풍족하게 복지자금을 베풀었다.

하지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영구히 따로 놀지는 못했다. 실물경제 성장속도보다 더 많이 풀려난 돈은 거품을 형성했고 그 거품은 실물경제와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터져버렸다.

 

미국 금융산업의 GDP 비중 /위키피디아
미국 금융산업의 GDP 비중 /위키피디아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한계점에 도달한 금융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했다. 금융시장의 탐욕은 공포로 바뀌었고 부채도 자산이라 믿었던 나라와 기업, 개인은 파산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미국 금융시장은 얼어붙었고, 그 충격은 유럽, 아시아에 영향을 미쳤다. IMF의 추산에 따르면, 20071월부터 20099월까지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악성 자산에서 날린 돈이 1조 달러에 이르렀고, 세계경제가 위축된 규모는 2조 달러에 달했다. 대출을 얻어 위험자산을 샀던 은행들은 도산하고 국가부채비율이 높은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은 경제위기에 봉착했다. 부채로 적자를 메우던 미국의 빅3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1990년대 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의 거품붕괴는 열도에서만 한정되었지만, 2007~2008년 미국발 위기는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미국 가정의 부()20072분기에 644,000만 달러에서 20093분기에 50조 달러로 급감했다. 소비 위축은 미국 GDP 성장률을 2년 가까이 마이너스로 떨어뜨렸다. 미국 경기분석기관인 NBER200712월부터 20097월까지를 침체기로 규정했다. 전세계 소비침체로 석유를 비롯해 세계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한국을 제외한 OECD 국가 전체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영국의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1772년 영국의 신용위기, 1929년 대공황, 1973년 오일쇼크, 1997년 아시아위기와 함께 역사상 5대 금융위기로 꼽았다. IMF는 이 기간을 1929년 대공황과 비교해 글로벌 대침체’(global recession)로 규정했고,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2의 대공황’(a second Great Depression)이라고 정의했다.

 

대침체이건 제2의대공황이건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다.

미 상원 보고서(LevinCoburn Report, 2011)는 하이 리스크 투자, 복잡한 금융상품, 이해충돌의 허술한 규정, 금융규제의 실패, 신용평가회사의 오판, 월스트리트에 지배되는 시장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미 하원보고서(2011)는 금융감독의 실패, 금융회사의 기업지배구조 문제, 과다한 채무와 위험한 투자, 투명성 부족, 회계 부정, 모기지 증권화의 붕괴, 신용평가회사의 오류 등을 위기의 이유로 지적했다.

금융위기 3년 후에 나온 상하 양원의 진단은 대체로 비슷하다. 금융회사들의 방만하고 탐욕적인 투자와 정부의 허술한 시장규제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 금융중심가 야경 /위키피디아
호주 시드니 금융중심가 야경 /위키피디아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부피와 무게를 더하는 금융자본주의(Finance capitalism)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다.

캐나다 경제학자 존 매커리(John McMurtry)1998년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치 시스템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에 역행한다자본주의가 주기적 금융위기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계 미국 경제학자 라비 바트라(Ravi Batra)금융자본주의의 불평등이 투기적 거품을 형성하고 대침체와 정치변동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뱅가드 펀드의 존 보글(John C. Bogle) 회장은 2005년 저서에서 게이트 키퍼가 없는 상태에서 경영자들이 미국 경제를 미궁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오너가 아닌 경영자들이 자신의 보상을 부풀리기 위해 회사의 수익을 최대한 추구하게 된다, 경영자들은 기업의 가치보다는 주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고 지적했다. 펀드매니저들의 이익추구 행태가 미국을 파멸로 몰아넣을 것이란 그의 예측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의 이윤율이 본질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자본이 이득을 취하기 위해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게 된다며 투기광풍의 원인을 분석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경제학자들이 있지만, 주류는 아니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시장만능주의를 믿었다. 그 대표적인 학자가 시카고대학의 유진 파마(Eugene Fama)였다.

유진 파머의 주장은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market hypothesis)이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모든 정보가 시장에 노출되고 투자자들이 이런 요소를 모두 고려해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 가격은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 가설에 의해 효율적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어느 경우든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주류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다만 시장 조정을 거쳐 균형을 찾게 된다고 주장했다.

 

케이스-실러 지수 /위키피디아
케이스-실러 지수 /위키피디아

 

이에 비해 비주류 경제학자들은 큰 위기가 닥칠 것을 예측했다.

뉴욕대 누비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는 20069월에 금융위기가 닥쳐올 것을 경고했다. 그는 닥터 둠’(Dr. Doom)이란 별명을 얻었는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로버트 실러(Robert J. Shiller) 예일대 교수도 주류는 아니었다. 그는 미국 주요도시의 부동산가격을 1980년대까지 소급해 케이스-실러 지수(CaseShiller index)를 개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1년전에 주택시장 하락이 금융시장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진 파마와 로버트 실러, 이론적으로 대치되는 두 경제학자가 2013년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3명에 동시에 포함되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실러 교수는 인터뷰에서 파마의 이론을 언급하며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세계금융시장의 붕괴는 글로벌화한 자본주의에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1990년대초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로 공산주의 세계가 부정되었다면, 30년이 지나지 않아 자본주의 질서가 대위기를 맞았다. 동서의 체제경쟁에서 자본주의가 승리한 것처럼 보였지만 자본주의도 그 자체의 결함을 드러낸 것이다. 자본주의 위기가 진행된 가운데 유독 국가 통제의 자본주의를 도입한 중국이 부상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참고자료>

Wikipedia, Financial crisis of 20072008

Wikipedia, Great Recession

Britannica, 5 of the World’s Most Devastating Financial Crises

Guardian, Nobel prize-winning economists take disagreement to whole new 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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