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는 하나님의 지시대로 방주를 만들어 대홍수의 재앙을 피했다. 하나님은 그가 의롭다는 이유로 자연재해의 대피법을 알려주고 그와 그의 가족들만 살렸다. 그러나 대홍수가 끝나 뭍에 내려온 후 노아가 보여준 행동은 그가 정말로 의로운 사람이었는지 의심을 자아낸다.

노아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다. 큰 아들이 셈(Shem), 둘째가 함(Ham), 셋째가 야벳(Japheth)이다. 이중 둘째 함은 가나안의 조상(father of Canaan)이 되었다.

노아는 땅에 내려와 포도농사를 짓고 생산한 포도로 포도주를 만들었다. 어느날 노아는 포도주에 취해 장막에서 벌거벗고 누워 있었다. 둘째 함이 그것을 보고 셈과 야벳에게 일러주었다. 셈과 야벳은 겉옷을 가지고 가서 덮어주었다.

술에서 깨어난 노아는 둘째 함의 행동에 분개했다. 그는 “가나안은 저주를 받을 것이다, 함은 가장 천한 종이 되어 함가 야벳의 두 형제를 섬길 것이다”고 저주를 퍼부었다.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보았다고 아들을 천한 종이 되게 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놓고 성서학자들은 2,000년 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고대 기독교에서는 노아를 최초의 포도주 개발자로 묘사했다. 노아는 포도를 재배해 포도주를 만들었고 그걸 마셨다. 최초의 포도주 개발자는 포도주의 효과와 적정 음주량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취했다는 것이다.

일부 유대교 학자 가운데 사탄이 술에 독성을 넣었기 때문에 노아가 취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술에 취했다 하더라도 노아는 왜 아들 함을 종으로 만들었을까. 자신의 나체를 보았다는 게 성경이 설명하는 이유인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신분석학으로 노아와 함의 관계를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이 분석의 틀은 노아와 함 사이에 성적 갈등이 있다는 것이다. 나체는 성기 노출을 의미하고, 성적 노출을 성적 관계로 해석하는 시각이다. 노아와 함 중에 누군가 상대방의 부인을 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삭제한 상태에서 스토리를 꾸려 나갔기 때문에 의문의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해석이다.

 

 

이 스토리는 인종적 편견으로 연결된다. 함은 가나안의 조상인데, 이스라엘인들이 가나안을 지배하면서 하층민이 된 가나안 사람들의 대표로 함을 비난했다는 것이다. 감히 아랫것들이 지배자의 사적공간에 들어와 보지못할 것을 보았기 때문에 심한 저주를 퍼부었다는 얘기다.

인종편견은 흑인 노예를 당연시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함의 자손은 구스(Cush, 에티오피아)와 이집트, 리비아와 가나안이다. 고대의 세계관으로 함은 아프리카를 상징하고, 흑인의 조상이라는 것이다.

함을 흑인의 조상으로 보는 관점은 유럽인들에게 받아 들여졌다. 후에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를 지배할 때 이 구절을 활용하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흑인노예를 당연시하는 논리로 사용했다. 남북전쟁 이전에 미국 남부 노예소유자들은 노아의 저주를 노예해방 반대 이데올로기로 공식화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흑인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는 기독교인들의 인종편견을 신성모독이라고 주장했다. 킹 목사는 갈라디아서(3:28)의 구절을 제시하며 창세기 노아의 편을 끄집어내는 백인주의자들을 공격했다. 갈라디아서에는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없으며,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와 여자가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리스도를 옷으로 입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정작 구약성서에 노아가 함을 비난한 것은 자신의 부끄러음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을 뿐, 인종적 편견을 언급하지 않았다. 인종적 편견은 후대인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