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세계금융위기④…오만한 美 자동차 빅3
2008 세계금융위기④…오만한 美 자동차 빅3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12.08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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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약화, 방만한 경영…구제금융에 회생 못하고 파산 보호신청

 

20081119GM의 릭 웨거너, 포드의 앨런 멀럴리,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나델리 등 세명의 미국 자동차 빅3 회사의 CEO가 미 의회 청문회에 불려갔다. 세 분의 회장님들은 모두 회사가 운영하는 초호화 제트기를 타고 디트로이트를 출발, 워싱턴 DC의 공항에 도착했다.

자동차 3사는 2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정부에 요청했고, 의회는 정부 지원 타당성을 묻기 위해 각사의 최고경영자들을 부른 것이다. 방송사들이 공항에서 회장들이 호화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찍어 뉴스로 보도했다. 이 뉴스가 나가면서 미국의 여론이 싸늘하게 식었다. 500 달러짜리 고속버스를 타고와도 시원치 않을 판에, 회장들이 한번에 2만 달러나 소요되는 회사 비행기를 타고 납세자의 돈을 얻으러 온 게 올바른 태도냐는 것이었다.

그날 청문회에서 세 회장은 의원들의 추궁에 호되게 혼이 났다. 의원들은 CEO들이 회사 비행기를 타고 올 정도면 자금 여유가 있다는 것이므로 구제금융을 줄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게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다음날 빅3의 주가는 1929년 대공황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2008년말 조지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과 미국 자동차 빅3 CEO의 백악관 회동. /위키피디아
2008년말 조지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과 미국 자동차 빅3 CEO의 백악관 회동. /위키피디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두달만에 미국 제조업의 대명사인 자동차회사들이 붕괴위기에 빠졌다.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빅3는 경기가 위축되면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한데다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회사에서 대출을 구하지 못했다. 미국 자동차 할부판매의 24%가 주택채권과 연계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업종보다 재무구조가 더 빨리 악화되었다.

 

3의 문제는 일시적인 자금시장 경색을 풀어서 해결될 주제는 아니었다. 본질적인 결함은 일본의 경쟁사보다 노동비용이 높았고, 방만한 생산라인을 운영하는데 있었다. 그 방만함이 회장들의 제트여객기 소동으로 대변되었다.

그 중심엔 전통적으로 강성을 자랑하는 미국 자동차노조(UAW, United Auto Workers)가 있었다.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회사에 많은 복지혜택을 얻어냈고, 회사는 노동자들을 달래기 위해 경쟁사보다 많은 노동비용을 치렀다.

대표적인 사례가 잡뱅크(Jobs bank). 회사와 노조의 타협 산물인 이 제도는 1984년에 만들어졌는데, 회사가 구조조정과 라인 교체 등으로 인력을 줄일 때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게 임금 전액과 복지혜택을 주도록 했다. 이렇게 일도 하지 않고 급여와 복지혜택을 받는 인력이 2005년에 3사에 12,000명이나 되었다. 앞서 4년 동안에 GM은 잡뱅크 비용으로 21억 달러를 지불했고, 크라이슬러는 45,100만 달러에다 상근노조간부 비용으로 5,000만 달러를 썼고, 포드도 94,400달러를 지불했다.

잡뱅크는 단지 비용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회사가 비용이 덜 드는 곳으로 이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인건비가 싼 남부지역으로 공장을 옮기려 해도 디트로이트의 고임금 근로자들은 이사를 하려 않았다. 잡뱅크 노사협약에 따라 놀면서도 예전에 받던 것의 85~95%을 받을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빅3가 이 조항에 매여 있을 때,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 남부지역에 자동차공장을 세웠다. 아시아계 현지법인의 근로자 기본급은 디트로이트 근로자와 비슷했다고 한다. 다만 남부지역엔 노조가 설립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급여 수준에서 아시아 법인이 빅3의 본거지 디트로이트보다 낮았다. 카토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GM 근로자의 급여가 시간당 73달러였는데 비해 토요타 현지법인은 48 달러였다.

생산라인에서도 미국 회사는 일본 회사에 비해 경쟁력을 잃었다. GM은 미국 내에서 8개 브랜드를 돌렸는데 비해 도요타는 3개 브랜드만 운영했다. 라인의 생산원가에서 도요타가 GM에 비해 훨씬 경쟁력이 있었다.

이런 경쟁력으로 아시아계 미국 법인들이 생산한 차량이 빅3의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3는 누적적자가 쌓였고,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자금시장에 유동성 함정이 발생하자 파산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GM2007년에 387억 달러의 적자를 낸데 이어 2008년에 309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미국 최대의 파산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GM의 파산위기에 폐쇄한 딜러십(캘리포니아 올랜도) /위키피디아
GM의 파산위기에 폐쇄한 딜러십(캘리포니아 올랜도) /위키피디아

 

3 구제금융에 대한 미 의회의 부정적 견해는 그해 11월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주류는 빅3가 파산하더라도 구제금융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데 비해,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는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노동자들에게 우호적이었다. 그들의 표를 얻어 당선된 오바마 당선인은 빅3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부시 대통령도 오바마가 집권하기까지 과도기에 빅3가 파산하지 않을 정도의 돈만 대출해주기 했다.

낸시 펠로스 하원의원이 빅3에 구체적인 자구노력 계획을 첨부해 보내라고 요구했다. 3는 연방정부와 의회가 구제금융을 주기로 한 것을 알고 거창한 자구계획을 짜고 여기에 당초 요구한 250억 달러보다 많은 340억 달러를 지원해달라고 했다. 정부가 도와준다고 하니, 3의 간덩이가 부은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약이 올랐다. 그는 NBC 방송에 출연해 최종적으로 자동차 회사가 사라지는 것을 볼수도 있다. 100억 달러든, 200억 달러든 주면 6개월후에 더 달라 할 것이다고 분노했다.

하지만 과도기의 부시 행정부는 민주당과 협의해 빅3150억 달러 정도를 대출해 주기로 결정했다. 일단 내 임기 내에는 살려 놓을 터이니, 다음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처리하라는 식이었다. 상원은 이를 거부했다. 부시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서 174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TARP는 금융기관을 지원하기로 조성된 기금인데, 부시 행정부는 특별명령을 통해 자동차회사에 배정했다.

이중 135억 달러는 당장에 지급하고 40억 달러는 20092월에 지급되었다. GM94억 달러, 크라이슬러에 40억 달러가 투입되었다. 포드는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었기 때문에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다.

 

디트로이트의 GM 본사 /위키피디아
디트로이트의 GM 본사 /위키피디아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91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직후 다시 GM가 크라이슬러가 휘청거렸다.

과연 미국 최대기업 GM을 살려야 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GM과 크라이슬러를 파산시키자는 주장은 공화당에서 나왔는데, 사회적 자원을 경쟁력 없는 기업에 쏟아부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부실기업을 사려주면 기업인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부추겨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트 롬니 상원의원은 정부가 지원할 바에 차리라 파산시키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빅3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더 강했다. 3가 파산하면 공장에서 24만명, 부품회사와 딜러망에서 98만명을 포함해 미국 전체에서 3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파산 첫해 1,500억 달러, 다음해에 3,980억 달러의 미국인 개인소득이 감소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제기되었다.

따라서 청산을 의미하는 챕터7(chapter 7)보다는 기업회생을 의미하는 챕터11(chapter 11)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챕터11은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에 해당한다. 손해는 주주와 채권자가 본다. 이들을 희생시키더라도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GM과 크라이슬러를 살리자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20092GM과 크라이슬러는 오바마 행정부에 216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오바마 정부는 GM166억 달러, 크라이슬러에 50억 달러를 줬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적자 모델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인력감축을 단행하고 해외생산망을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긴급구제로 GM과 크라이슬러가 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도합 803억 달러를 지원했는데도 두 회사는 살아남지 못했다.

2009430일 크리아슬러는 챕터11은 신청했고, 곧이어 GM61일 같은 조항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GM의 지배구조는 미국 연방정부가 50%, 캐나다 정부가 12.5%의 지분을 보유하고, 나머지는 근로자에게 돌아긴 국영회사로 전환되었다. GM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쳤고, 구법인을 청산하고 새로운 법인을 세워 2010년에 IPO를 통해 새롭게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크라이슬러는 2014년 이탈리아의 피아트(Fiat)에 인수되어, 피아트-크라이슬러(Fiat Chrysler Automobiles)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참고자료>

Wikipedia, Effects of the 20082010 automotive industry crisis on the United States

Wikipedia, United Auto Workers

Wikipedia, General Motors

Wikipedia, Chrys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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