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오늘부터 백신 접종하는데, 우리는 언제?
영국은 오늘부터 백신 접종하는데, 우리는 언제?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12.08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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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중인 아스트라제네카는 계약…개발 마친 화이자와는 협상중

 

영국에서 128일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고 국내는 물론 외신들이 떠들썩하게 보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80세 이상 노인에게 먼저 미국 화이자의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으며, 90세 할머니 마거릿 키넌(Margaret Keenan)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백신 접종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제 코로나와의 전쟁은 방역에서 백신 확보전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백신이 없었을 때엔 거리두기, 사람 모이지 않기라는 물리적 통제가 방역의 초점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얼마나 빨리 백신을 구해 감염자를 치료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영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날, 코로나 백신 4,400만명분을 확보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정부의 발표를 들여다보면 언제 우리나라에 백신이 들어올지에 대한 내용은 분명치 않다.

정부는 코박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분(2,000만회분), 4대 글로벌 백신기업을 통해 최대 3,400만명분(6,400만회분)을 선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4대 제약사 가운데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2,000만회분은 선구매 계약을 이미 체결했으며, 화이자 2,000만회분, 얀센(존슨앤드존슨의 계열사) 400만회분, 모더나 2,000만 회분은 계약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약효가 95% 확인된 백신은 화이자 백신와 모더나의 백신인데, 정부가 아직 구속력 있는 구매약관을 체결하지 못한 것이다. 계약을 체결한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개발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 언제 백신이 들어올지는 불투명하다. 방역의 책임자인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2부본부장은 "외국 상황을 잘 모니터링하되 철저히 준비해서 외국과 비교해도 그렇게 늦지 않게 접종을 시작할 수도 있지 않나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애매한 말을 했다. 그것도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했다.

 

< 기업별 백신 선구매 현황 >

구분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
백신 종류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 mRNA 백신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 mRNA 백신
선구매 물량 2,000만 회분 2,000만 회분 400만 회분 2,000만 회분
접종횟수 2회 2회 1회* 2회

(자료: 보건복지부)

 

우리나라가 도입계약을 체결한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영국-스웨덴 합작회사다. 현재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의 실험 결과 70% 이상의 성공률을 확보했지만, 의약 전문가들은 이 백신의 효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영국 정부는 자국 회사의 백신 개발을 기다리지 않고 경쟁국인 미국 화이자의 백신을 우선 선택했다. 영국은 화이자의 소속국가인 미국을 제치고 먼저 그 회사의 백신을 구입했고, EU의 다국적 의약 규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화이자의 것을 승인해 도입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에서 지난 6월 말부터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로 백신 도입 특별전담팀(TF)’를 구성하고, 7월부터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개발 선두에 있는 글로벌 기업과 백신 선구매를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6개월 동안에 아직 개발중인 아스트라제네카와만 계약을 하고, 개발을 완료한 화이자와는 계역을 하지 못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코박스와 1,000만명분의 백신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박스는 저개발국들을 위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공동으로 구매하고 배분하는 국제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로 구매하는 것은 2차 단계다. 각국이 백신제조업체들과 먼저 계약을 맺어 물량을 확보한 다음에 코박스의 물량이 확보되고, 그것을 또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순위에서 쳐진다. 이 기구를 통해 언제 백신을 확보한다고 예측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교체가 예고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가 백신을 대하는 기본 태도는 물량은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될 때까지 조금 여유 있게 천천히 대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전략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너무 서두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꼭 필요하다"면서 "현재의 방역 체계를 잘 지키면서 확진자 수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안정되게 백신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런던 시민들 /위키피디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런던 시민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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