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은 메소포타미아 지구라트일까
바벨탑은 메소포타미아 지구라트일까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12.10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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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 신화와 유사, 바빌론의 신전으로 추정

 

창세기 11장 바벨탑(Tower of Babel)은 신화적 구성이다. 어느 특정한 사건과 관련이 없어 보인다.

영어판 성경에는 바빌론의 탑’(Tower of Babylon)으로 서술한다. 바빌론은 노아의 세 아들중 함(Ham)의 후손 니므롯(Nimrod)의 영토다. 창세기 11장 바벨탑의 스토리에는 니므롯에 대한 언급이 없다. (Shem)의 후손인 유대인 입장에서 보면, 함의 후손들이 만드는 바벨탑이 싫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힘을 합쳐 도시를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도록 탑을 쌓는다. 주님은 인간이 자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을 싫어해 탑을 무너뜨린다. 사람들이 힘을 합치지 못하도록 사람들을 흩어 놓고 각기 다른 말을 쓰게 했다.

노아의 후손 스토리와 바벨 탑의 스토리는 엇갈린다. 두 개의 스토리는 다른 배경에서 나왔고,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네덜란드 화가 브뤼겔(Pieter Bruegel the Elder)이 그린 바벨탑 /위키피디아
네덜란드 화가 브뤼겔(Pieter Bruegel the Elder)이 그린 바벨탑 /위키피디아

 

탑 건설방법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썼다. 바빌론의 옛터, 지금의 이라크 남부에 유전지대에서 나오는 역청(tar)이 또 등장한다. 노아의 방주에도 역청이 사용되었다. 두 스토리가 메소포타미아 일대에서 벌어진 사건임은 역청을 매개로 알 수 있다.

바벨은 히브리어 bala에서 나왔다고 한다. ‘혼란을 낳다는 뜻이다. 혼란을 만드는 탑이란 의미다. 일부에서는 바벨이 아카드어 bab-ili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는데, ‘신의 문()’이란 뜻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엔 지구라트(ziggurat)라는 대형 건축물이 발굴되었다. 고고학자들은 지구라트가 고대 바빌론의 유적지로 확인하고 있는데, 성경의 바벨탑이 지구라트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빌론인들은 하늘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계단형 피라미드를 세우고 신전을 지었다. 지구라트는 BC2000년 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고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바빌론인들은 벽돌을 쌓고 역청을 발라 지구라트를 만들었다.

 

우루크의 지구라트 /위키피디아
우루크의 지구라트 /위키피디아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투스에 의하면 지구라트의 꼭대기에 신전이 있다고 한다. 헤로도투스는 BC 400년대의 인물인데, 그때까지 지구라트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나님은 사람들이 같은 말을 쓰며 하늘높이 바벨탑을 세우는 것을 싫어한 것이 아니라, 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이 탑을 세우는 것을 경계햇던 것이 아닐까.

수메르의 신화에도 바벨탑과 비슷한 내용이 있다. 우루크의 왕이 대규모 지구라트를 만들면서 주변 나라에 공물을 요구했다. 그들은 언어가 같은 종족의 힘을 모아 지구라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성경의 스토리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지구라트를 견제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다른 신앙을 가진 종족들이 언어적 동질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형 건축물을 축조하자, 그걸 무너뜨리고 언어동질성을 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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