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에서 신성시 하는 아브라함의 여종 하갈
코란에서 신성시 하는 아브라함의 여종 하갈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12.1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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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이삭은 유대인, 하갈-이스마엘은 아랍인의 조상으로 받들어

 

창세기의 아브라함에게는 사라라는 본처가 있었다. 아브라함의 본명은 아브람(Abram)인데, 주님이 가나안에 돌아온 아브람에게 여러민족의 조상이 될 것이라면서 이름을 아브라함(Abraham)이라고 바꾸라고 했다. 그의 아내 사래(Sarai)도 주님의 지시로 사라(Sarah)라고 바꾸었다.

사라는 나이가 들어서도 아이를 낳지 못했다. 코란에서는 사라가 불임이라고 했다. 사라는 하나님이 나에게 아이를 갖지 못하게 하시니 당신은 여종 하갈(Hagar)의 몸을 빌려서 집안의 대를 이어갈수 있기를 바란다고 남편에게 요청했다. 본부인이 대를 잇지 못할 때 여종에게서 아들을 낳게 하는 것은 여러 문화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관습이었다..

아브라함은 아내의 말을 따라 하갈과 동침해 하갈이 임신해 이스마엘(Ishmael)을 낳았다.

성경에는 하갈이 이집트 여종이라고만 서술했다. 이에 비해 코란에서는 하갈이 이집트 국왕 파라오가 여자몸종이라고 보다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대목은 창세기에도 나오는데, 파라오가 이집트에 간 아브라함의 처 사라를 궁전에 데리고 가서는 아브라함에게 양떼와 소떼, 암나귀와 수나귀와 남녀 종과 낙타를 주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파라오가 사라의 몸값으로 준 여종 중 하나가 하갈이었던 것이다.

 

사라가 아이를 낳지 못하자 남편에게 여종 하갈에게서 아이를 낳도록 권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사라가 아이를 낳지 못하자 남편에게 여종 하갈에게서 아이를 낳도록 권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하갈이 임신을 한 후 처첩간의 갈등이 생긴다. 성경에는 하갈이 두 번 도망을 간다.

첫 번째는 하갈이 임신을 한 후 사라를 깔보자. 본부인인 사라가 남편의 허락 하에 하갈을 학대했다. 하갈은 도망쳤고, 주님의 천사가 하갈에게 돌아가라고 권해 다시 아브라함 곁으로 돌아온다.

두 번째는 본부인 사라가 하나님의 뜻으로 임신을 해 이삭(Isaac)을 낳게 되자, 또다시 본부인과 첩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다. 하갈과 형 이스마엘이 동생 이삭을 놀린 게 원인이 되었다. 이에 사라가 격분해 하갈과 이스마엘을 내쫓자고 아브라함에게 건의한다. 축출의 이유는 재산분배다. 사라는 저 여종의 아들은 나의 아들 이삭과 유산을 나누어 가질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유목민족이든, 농경민족이든 첩의 아들에게는 유산을 물려주지 않는다.

아브라함은 고민을 하다가 본부인의 말을 따르게 된다. 성경에는 하나님의 허락이 있었다고 기술한다. 아브라함은 하갈과 이스마엘을 내보낸다.

 

하갈과 이스마엘을 보내는 아브라함 (Jan Mostaert, 1520–25) /위키피디아
하갈과 이스마엘을 보내는 아브라함 (Jan Mostaert, 1520–25) /위키피디아

 

그후의 스토리는 성경과 코란에서 다르게 기술된다.

성경에는 다음날 아침 일찍 아브라함이 먹거리 얼마와 물 한 가죽부대를 가져다가 하갈의 어깨에 메어주고, 아이와 함께 보냈다고 했다. 하갈은 길을 나서 브엘세바(Beersheba) 빈 들에서 정처 없이 헤맸다. 브엘세바는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 일대에 있는 도시다.

하갈은 그곳에서 먹을 것과 마실물이 떨어져 소리 내어 울었다. 천사가 나타나 하갈을 달랬고, 하갈이 눈을 뜨니 샘물이 있었다. 하갈은 샘물을 길어 아이에게 먹이고 둘은 광야에서 살았다. 이스마엘은 광야에서 살면서 활 쏘는 사람이 되었고, 하갈이 나중에 이집트 여인을 데려와 아내로 삼게 했다는 게 성경의 줄거리다.

이 것으로 하갈과 이스마엘에 대한 성경의 스토리는 끝난다.

 

황야에서 배고픔과 갈증으로 고통받는 하갈과 이스마엘 (Jean-François Millet) /위키피디아
황야에서 배고픔과 갈증으로 고통받는 하갈과 이스마엘 (Jean-François Millet) /위키피디아

 

이에 비해 코란은 하갈을 성스럽고 독실한 여인으로 묘사했다.

성경에서는 하갈과 이스마엘이 이삭을 괴롭히는 것으로 처첩 갈등이 시작되는데 비해, 코란에서는 사라가 하갈이 이스마엘을 낳은후 질투를 하면서 여종과 그 아들을 멀리 떠나보낼 것을 남편에게 간청했다.

하갈이 떠난 시점도 다르다. 성경에선 사라가 이삭을 낳은 후 하갈이 떠나는데 비해 코란에서는 하갈이 이스마엘을 낳은 직후, 즉 이삭이 태어나기 전에 떠난다.

 

코란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사라의 요구를 받아들여 하갈과 이스마엘을 낙타에 태우고 어느 황량한 벌판까지 데려다 준다. 아브라함은 두 모자를 불모지에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하갈이 그의 옷을 붙잡고 말했다.

아브라함, 당신은 어디로 가려고 하십니까. 우리를 이런 황량하고 사람의 그림자도 없는 곳에서 버려두고 누구더러 우리를 보살피란 말입니까.”

하갈의 애원과 눈물도 아브라함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다. 아브라함은 이것이 모두 알라의 뜻이므로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하갈과 그의 아들 곁을 떠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잠잠 우물 /위키피디아
사우디아라비아의 잠잠 우물 /위키피디아

 

아브라함이 떠난후 하갈과 이스마엘은 먹을 것과 마실 물이 떨어져 빈사상태가 되었다. 아기 울음소리도 약해졌다.

이스마엘이 온 힘을 다해 두 발로 땅을 디디려 하는데, 기적이 일어났다. 갑자기 발 아래서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갈은 아들에게 달려가 그 물을 먹였다. 둘은 천천히 체력을 회복했다.

그 우물이 잠잠 우물(Zamzam well)이다. 잠잠 우물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근처에 있다. 하갈과 이스마엘이 사경을 헤멨던 곳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어느 사막이었다. 그곳에는 잠잠 우물을 성스럽게 보존하고 있다.

 

아브라함은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동조상이다. 유대교에서는 사라와 그의 아들 이삭으로 이어지는 후손을 유대인으로 보고 있고, 이슬람에서는 하갈과 이스마엘의 후손이 아랍인으로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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