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코로나 백신 도입에 우물쭈물 했나
우리는 왜 코로나 백신 도입에 우물쭈물 했나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12.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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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 발표를 반복한 정부…선구매 책임, 국내 개발과 코박스 기대 등

 

전세계가 백신 전쟁이다. 이제까지는 방역 전쟁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백신 전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는 장면을 공개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다음 주에 백신을 맞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며칠 이내에 백신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인들은 자신이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백신의 안전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정치적 쇼를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도 화이자 백신 접종에 들어갔고, 영국, 미국,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백신을 접종했다. EU는 이달말에 가입국 전역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사진=pfizer.com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사진=pfizer.com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만 백신 소외국이 되고 있다. 올 겨울들어 확진자가 매일 1,000명대로 증가하면서 우리는 언제 백신을 접종하느냐는 의문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18일 백신공급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열흘전인 128일 발표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내년 2~3월게 국내에 도입할 것이라고 시간을 밝혔다. 하지만 동아일보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아스트라제네카 사이에 체결한 구매계약서에는 공급 일자나 분기 등 구체적인 시기가 명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아스트라제네카 최고위급 임원이 화상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내년 2, 3월경 공급할 수 있다고 구두로 밝혔다는 것이다.

정부는 백신 조달에 우물쭈물했다. 그 이유를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7월부터 선구매 협상을 벌여왔는데,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선구매해야 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었다부작용으로 인한 임상시험 중단 사태 등을 감안해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협상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같은 대답은 물러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FDA 승인에 앞서 모더나 백신도 우선 투약하라고 지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내년 11월 이전에 접종을 완료한다고는 했다. 그때면 선진국들은 거의 모두 국민들에게 접종한 후다. 주요 선전국에서 국민면역이 생겼을 때 우리만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를 강조하는 상황이 될수도 있다.

선진국들은 우선 백신물량을 확보가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일찌감치 협상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정보기관인 모사드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도시국가 싱가포르도 이달말에 화아자 공급 백신을 맞는다. 싱가포르는 팬데믹 초기부터 백신확보를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정부는 왜 그동안 백신 조달에 지지부진했을까.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첫째가 사후책임론이다. 백신을 선구매했다가 잘못되었을 경우 협상을 이끈 사람은 책임지는 상황이 발생할수 있다는 것이다. 박능후 장관은 11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행정적인 입장에서 볼 때 백신을 과도하게 비축했을 때 그것을 몇 개월 이내에 폐기해야 되는 문제가 생기는데 그에 따르는 사후적인 책임 문제도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국산치료제가 나오길 너무 기대했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에선 셀트리온이 항체치료자 임상3상을, GC녹십자가 임상2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치료제가 개발되면 우리나라가 코로나 청정국가가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 회장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충북 청주 동향에 1957년생 동갑내기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그동안 대통령 행사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15일 백신개발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셀트리온은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며 임상 마지막 단계인 2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고, GC녹십자사가 개발한 혈장 치료제도 임상 2상에 진입하여 올해 안에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내 치료제 개발에 지나치게 매달리다가 해외 백신 도입에 지지부진하지 않았는가 하는 지적이다.

셋째는 코박스(COVAX) 퍼실리티에 대한 지나친 기대다. 코박스는 개발도상국 등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코로나 백신을 공정하게 배분하려는 목적으로 설립한 국제 프로젝트다. 문재인 대통령은 1113일 한-메콩정상회의 발언에서 한국은 코박스 선구매 공약 메커니즘을 통해 개도국을 위한 코로나 백신 지원에 1,000만 불을 기여할 예정이며, 백신에 대한 보편적이고 공평한 접근권이 확보될 수 있도록 메콩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박스측은 아직 어떤 백신을 언제까지 수입할지 결정도 못한 상태다. 개별 국가들이 백신을 선점할 경우에 코박스에게 돌아갈 물량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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