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초의 철도는 상하이 미국 조차지역에서 양쯔강 하구 오송(吳淞)까지를 연결하는 14.9km의 구간을 연결하는 철도다. 이 오송철도(吳淞鐵道)는 폭이 762mm인 협궤철로였다. 이 철도는 청조(淸朝) 말기인 1874년 12월에 착공해 1876년 6월에 완공되었으나, 18개월만 운행하다 1977년말에 뜯겨 나갔다.

오송철도의 비극은 중국 자본이 아닌 영국과 미국의 자본에 의해 건설되었으며, 도로를 건설한다고 중국 당국을 속여 철로를 깐 위계의 시설이라는 사실이다. 이 문제는 건설 직후 논란이 되어 결국 운행을 중단해야 했다.

 

세계 최초의 철도는 1825년 영국 스톡턴~달링턴 구간에 개설되었고, 중국에 철도가 알려진 것은 아편전쟁(1839) 이전이었다. 서양선교사들이 번역서적을 통해 유럽에서 개설된 철도를 중국에 소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 지식인들은 지적 호기심으로 철도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중국인으로는 임칙서(林則徐)가 철도 건설을 주장했고,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주동자들도 서양을 본받아 철도 부설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편전쟁 이후 상업적 이익을 얻으려는 서양세력들이 철도를 놓을 것을 중국당국에 요구했다. 1845년 영국 자딘매더슨사가 홍콩, 상하이, 텐진에 철도를 놓을 것을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 1859년엔 영국 동인도회사가 중국과 인도를 연결하는 중간 항구 홍콩과 상하이에 철도를 놓을 것을 건의했다. 미국회사도 중국정부에 철도 건설을 요청했고, 프랑스도 베트남과 윈난을 연결하는 철도건설을 제의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들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청나라의 논리는 중국 스스로 철도를 놓을 능력이 있으며, 외국인이 철도를 부설할 경우 중국인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철도가 중국의 토속신앙인 풍수(風水)를 해칠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당국의 반대에 어느 나라도 철로를 놓지 못했다. 그런데 양쯔강 하구에 토사가 쌓이면서 선박항해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중국 무역을 하는 영국의 자딘매더슨사(Jardine, Matheson, & Co)가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1865년에 우성도로공사를 설립해 주식을 발행했지만 중국정부의 허가를 얻지 못한데다 자본조달에도 실패해 사업착수를 중단했다.

여러 시도 끝에 상하이에 사업을 하던 영국과 미국인들은 일단 토지를 구입해 철도를 부설하고, 중국 정부에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구상해 냈다. 1872~73년에 상하이 주재 미국 부총영사 브래드포드(O.B. Bradford)는 중국인들에게서 미국 조차지 내에 부지를 매입하거나 임대했다. 당시 미국과 청국 사이에 체결된 조약에는 철도와 전선 등은 중국의 소관사항이라고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중국 당국을 속일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미국과 영국 상인들은 오송도로공사를 설립해 상하이지역 행정책임자인 심보정(沈葆楨)에게서 허가를 얻어냈다. 서양상인들이 제시한 명분은 도로건설이었다.

영국의 자딘매더슨사가 다시 우성도로공사를 재개해 이 사업에 참여했다. 이 회사는 런던에 본사를 두고 우성철도주식회사(Woosung Railway Company, Limited)로 등록하고, 중국에서는 이화양행이라는 별도법인으로 운영했다.

 

1874년 12월에 공사가 시작되었다. 2,000여명의 중국 인부들이 공사에 참여했다.1876년 1월 20일 철로를 깔기 시작해 2월 14일에 1마일 구간에서 기관차를 시운전했다. 중국에서 처음 달린 기관차는 파이어니어(Pioneer)호였다.

이 무렵 상하이 행정관(道臺)으로 풍준광(冯焌光)이 부임해 왔다. 신임 상하이도대 풍준광은 “상하이도(道)가 허락한 것은 일반도로이지, 철도가 아니었다”며 이는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장 철도 운행을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 풍준광은 조정에도 오송철도의 운행 중단을 건의했고, 청나라 총리아문도 영국공사에게 운행 중단을 요구했다. 도로개설 허가를 내준후 양강총독으로 승진한 심보정도 자신이 허가를 내준 건 도로였다며 운행중단에 한 목소리를 냈다.

중국의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자, 영국공사 W.F. 메이어(William Frederick Mayers)가 수차례 풍준광을 만나 중국정부가 철도를 사라고 협상했다. 요구조건은 철도를 중국 소유로 하되, 운영은 영국과 미국 상인들이 하자는 것이었다.

 

 

협상이 지루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1876년 6월 30일 철도가 완공되었다. 기관차는 8~9량의 객차를 끌고 시속 32~48km로 달렸다. 객차마다 30명 정도의 승객을 실었다.

준공 이틀후인 7월 2일 상하이 시민들과 상인들을 태우고 처녀 운행을 한 후 7월 3일부터 본격적으로 여객을 받았다. 첫달의 하루 수입은 40~60 달러로 영국에서의 철도운행 수익에 뒤지지 않았다.

당시 오송철도를 탄 중국인들의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상하이에서 발행된 신보에는 이렇게 기록했다.

“상해 주민 뿐아니라 수십리 밖에서 구경꾼들이 마차와 인력거, 자전거 등을 타고 몰려들어 그 수가 하루에 천여명에 달했다. 과일,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인들이 합세해 시장이 생겨날 정도였다.“

중국인들은 상하이에서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을 ‘유철로’(遊鐵路)라고 부르며 유행어로 만들었다. 상하이 상인들은 노새가 이끄는 마차를 운영하며 철도까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부대사업을 벌였다.

 

8월 3일, 중국인 한명이 열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상하이도대 풍준광은 다시 열차 운행중지를 요구하며, 수백명의 군사를 동원해 압력을 가했다. 당시 사망자는 자살일 가능성도 있었으나, 중국인들은 이를 계기로 강하게 운행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영국은 영국관리 마거리 사망사건(Margary Affair)의 책임도 함께 물어 중국 정부에 철도운행을 요구했다. 토머스 웨이드(Thomas Wade) 공사는 영국군함을 이끌고 텐진항에 도찰해 이홍장(李鴻章) 직예총독을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이홍장은 굴복하지 않았다.

영국은 다시 오송철도 매각협상을 벌였다. 풍준광은 매입가격으로 28만5,000량을 제시했다. 이 가격은 영국 돈으로 9만5,000 파운드에 해당했는데, 영국이 투자한 돈 2만 파운드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었다.

 

영국은 대금이 정산될 때까지 철도를 운영했다. 우송철도는 1977년 10월에 운행을 중단할 때까지 모두 18만7,876명의 승객을 태웠다. 중국인들은 비싼 1등급과 2등급 좌석을 선호했다.

청조는 오송철도를 철거하기로 했다. 철도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상하이 상인 145명이 양강총독에게 철거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 양강총독 심보정은 상하이인들의 청원을 거부했다.

오송철도의 철로와 기관차는 타이완으로 싣고가 그곳 석탄광산 수송에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타이완 철도계획이 완결되지 못하는 바람에 10월 20일 철도와 기관차를 배에 싣지도 못하고 해안에 버려져 녹슬어 버렸다.

 

 

이후 청조는 철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1884년 베트남 종주권을 둘러싼 청불전쟁에서 청국이 패하자 이홍장을 비롯해 개화파들이 철도가 국방에 중요하다며 철도 부설론을 주장햇다.

오송철도는 해체된지 20년되는 1897년에 다시 부설되어 1899년에 15.87km가 완공되었다. 현재 이 구간은 상하이 지하철 3호선 구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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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Wikipedia, History of rail transport in China

Wikipedia, Woosung Road

김지환, 철도로 보는 중국역사, 2014, 학고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