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혁명①] 미국, 에너지패권도 장악
[셰일혁명①] 미국, 에너지패권도 장악
  • 김현민기자
  • 승인 2019.05.07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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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 혁명으로 원유 생산 1위로 부상…활력 넘치는 경제, 세계 패권 다시 장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한 방으로 중국 상하이 지수는 6일에 5.58%, 선전지수는 7.38% 폭락했다. 그 다음에 이어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0.25% 하락하는데 그쳤다. 트럼프는 그가 좋아하는 트위터로 오는 10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고, 추가로 3,250억 달러에 대해서도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협박했다.

물론 뉴욕 증시와 상하이 또는 선전 증시의 발전 정도와 시가총액을 비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중 증시의 반응 정도는 두 나라 국력의 차이를 실감케 한다.

그 밑바탕에 셰일 혁명이 있다. 미국은 2010년대 이후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를 양산하며, 지난해 8월부터 세계 제1위의 산유국으로 부상했다. 20년만이라고 한다. 미국은 더 이상 산유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되었고, 세계 제1위 군사력, 세계 1위 금융시장에다 세계 에너지시장을 주무를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세계 2017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원유수입국이 되었다. 미국이 셰일오일을 양산하면서 원유수입량을 줄이는데 비해 중국은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있다.

이 상반된 현상은 경제 성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는 1분기 GDP 성장률 3.2%의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4월 실업률이 3.6%50년만에 최저의 기록을 냈다. 물가 상승률도 21.6%로 안정적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Goldilocks) 지경에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뉴욕 월가에서는 2010년대 불붙은 셰일혁명의 효과가 지난해부터 미국 경제에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셰일가스를 생산하면서 일자리가 늘고 기업들의 에너지 비용이 줄었으며, 기름값 하락에 따른 저물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기업 감세조치를 단행해 경제에 플라스 효과를 증폭시켰다.

이에 비해 중국 경제는 지난해말 이후 기우뚱거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통상압박 때문이라고 하지만,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보다 앞서 소득주도 성장을 하는 바람에 지난 10년간 근로자 임금이 고공행진하면서 중국에 투자한 외국자본들이 빠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경쟁력도 상실했다. 그동안 저임금에 의존해오던 중국산 제품은 고임금에 의한 가격상승에다 고율의 관세부과를 맞게 되었으니, 성장 모멘텀을 잃게 된 것이다.

 

자료: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 미국 에너지정보청

 

미국의 셰일혁명은 패권국의 손에 무기 하나를 더 얹어 주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세계의 경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 이후 더 이상 제3국에 대한 군사개입이 무모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다음으로 쓴 파워가 금융력이었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풍부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미국의 금융파워는 러시아, 이란, 북한 등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에 경제제재를 가하는 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1974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미국은 석유에 관한한 산유국에 굴종적이 되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고분고분했고, 기름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차례 중동사태에 무력으로 개입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미국은 산유국에 의지하던 기름을 자국내에서 충분히 공급받게 되었다. 바로 셰일혁명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앞선 군사력, 금융력을 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에너지 패권이라는 새로운 수단을 얻게 된 것이다.

 

자료: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 미국 에너지정보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2일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대만,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등 8개국에 대해 3개월간 부여한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한시적 예외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중 그리스와 이탈리아, 대만 등 3개국은 3개월 유예기간을 활용해 이란산 원유도입을 중단했으니, 피해를 줄이게 되었다.

타깃은 중국이라는 평가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데, 당장에 이란산 기름을 대체할 산유국을 찾아야 할 부담을 안게 되었다. 만일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금융제재가 가해진다. 6일 미중 증권시장의 변화를 보면 중국이 미국의 금융제재를 방어할 여력이 없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이란원유의 수입국이다. 당연히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통상당국은 안이한 판단을 했다. 한국이 우방이니까 미국이 연장조치를 해주겠지,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에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한미간의 미묘한 갈등관계가 이런 결과를 빚어냈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비해 일본의 이란 원유 수입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약삭빠르게 다른 산유국으로 도입선을 바꾸었다는 얘기다.

미국의 이란산 원유 제재 이후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보기 좋게 어긋났다. 이란산 원유가 국제시장에 나오지 않으면 그 부족분을 사우디와 미국산 원유로 대체하면 된다. 사우디는 벌써 미국의 조치에 발맞춰 증산을 약속했고, 미국 셰얼업자들은 이란이 비운 자리를 차지하려고 세계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결국, 미국의 이란산 원유 금지조치는 중동의 반미국가를 제재하고 사우디 등 친미 산유국에 힘을 실으며 중국의 원유공급체계를 흔들고 미국산 원유를 팔겠다는 다차원적 포석으로 헤아려 진다.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미국의 석유패권은 이미 세계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다. 석유를 믿고 반미 선봉에 섰던 남미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의 결정적 타격을 받았다. 유가 하락에 경제가 무너지고 반정부 시위대들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관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원유도입선을 확보하기 위해 중동 산유국에 손을 내밀었다가 미지근한 반응을 얻게 되자 러시아산 원유를 더 들여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새로운 원유 수출국으로 중국을 선택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을 자주 찾아가는 것도 이런 연유다.

미국은 더 이상 중동 사태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때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를 시작한 이후 트럼프 때에 완전 철군을 단행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석유가 펑펑 쏟아지는데, 굳이 중동에서 미군이 피를 흘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미국 경제는 11년전인 2008년 파산 위기에 처했다. 미국 경제위기는 유럽을 강타하고 자본주의를 채탁한 약한 고리의 나라들이 휘청거렸다. 그때 중국 경제는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이후 세계닌 미중 역전이니, 신냉전질서니 하는 호사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그런 평가를 뒤집은 게 셰일혁명이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의 달러 살포 작전으로 미국 경제는 기사회생시킨 것은 맞다. 다만 회생한 미국을 다시 강력한 패권국으로 부상시킨 것은 바로 2010년대에 일어난 셰일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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