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이스라엘 후손들이 소중하게 받들던 성스러운 궤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온다. 그것이 언약궤(Covenant Box)다.

시나이 산에서 야훼는 모세에게 언약궤의 규격과 제작 방법까지 상세하기 제시한다.

출애굽기(10:10~22)에 따르면, 언약궤는 길이가 두자반, 너비가 한자반, 높이가 한자반의 육면체다.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31×79×79cm의 직육면체 상자다. 아카시아 나무로 만들되 순금으로 궤의 안팎을 입히고, 둘레에는 금테를 두르라고 했다.

궤에는 금고리 네 개를 만들어 네 모퉁이에 달고, 한쪽에 고리두개, 나른 한쪽에 고리 두 개를 달았다. 또 채(pole)를 두 개 만들어 고리에 걸도록 했다. 순금으로 두껑을 만들어 달고, 날개 달린 두 생물(천사)을 깎아 마주 보게 부착했다.

언약궤에는 야훼가 모세에게 준 십계명 석판 두 개가 들어갔다. 출애굽기(10:22)에 야훼가 모세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거기에서 너를 만나겠다. 내가 속죄판 위 곧 언약궤 위에 있는 두 개의 두 그룹(천사) 사이에서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할 모든 말을 너에게 일러 주겠다.”

언약궤는 그 자체가 야훼다. 야훼가 준 석판 2개가 들어 있고, 야웨가 그곳에서 모세에게 계시를 내린다. 신약성서 히브리어판에는 언약궤에 아론의 지팡이와 먹을 것인 만나(manna)도 들어 있다고 한다.

 

 

모세는 이집트에서 탈출한 다음해에 야훼의 지시에 따라 언약궤를 제작했다. 언약궤 제작은 브살엘Bezalel이라는 기술자가 맡았다. 오흘리압(Oholiab)이란 또다른 기술자가 브살엘을 보조했다고 성경은 기록한다.

언약궤는 유대인들의 고유한 창작품일까. 고대 이집트인들도 종교행사 때 성물 비슷한 것을 들고 나왔다. 투탄가문 부장품에도 고리 달린 궤가 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

 

유대인들은 전쟁터에 나갈 때 언약궤를 앞세웠다. 언약궤는 종교적인 신앙심으로 전투의욕을 북돋우고, 전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는 상징성을 가졌던 것 같다. 사막을 헤맬 때에도 레위지파의 사제들이 언약궤를 앞세웠고, 가아안에 정책한 후에는 신전에 모셔졌다. 한번은 전장에 나갔다가 블레셋인(Philistines)​들에게 빼앗기기도 했다.

 

 

언약궤는 신비한 것이었다. 신성한 것이었으므로 아무도 만질 수 없었다. 언약궤를 운반할 때는 구석의 고리에 장대를 걸어 옮겼다. 축일이 되면 사람들은 언약궤를 지성소에서 꺼내 행진을 벌였다.

성서는 언약궤가 일으킨 기적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 여호수아의 군대가 요단강을 건널 때 언약궤를 맨 사람들이 강에 이르자 위에서부터 흐르던 일이 멈추었다. 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마른 땅을 밟고 요단강을 건넜다. (여호수아기 3:15~17)

- 사제들이 언약궤를 들고 여리고 성벽 주변을 돌자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여호수아기 6:20)

- 블레셋인들이 언약궤를 탈취해 자신들이 섬기는 다곤 신전에 보관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다곤 신상이 쓰러지고 손과 머리가 떨어져 나가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사무엘상 5). 게다가 역병까지 돌자 블레셋인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신성한 물건을 이스라엘인들에게 돌려주었다. (사무엘상 6)

- 언약궤는 일종의 '부적'과 같았으므로 사울과 다윗은 언약궤 때문에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사무엘상 14:18, 사무엘하 11:11).

- 다윗 왕이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가져올 때의 일이다. 언약궤가 수레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보고 웃사라는 사람이 손으로 받치려 했다가 신의 진노를 받아 죽었다. (사무엘하 6:3~8)

 

 

예루살렘에 솔로몬신전이 만들어진 후 언약궤는 그곳에 모셔졌다. 언약궤는 BC 587년 바빌론의 느부갓네살(Nebuchadnezzar)이 예루살렘을 점령했을 때 사라졌다.

그후 언약궤가 비밀 장소에 숨겨져 있다는 설이 있었고, 에티오피아 정교회는 언약궤를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